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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80에 무슨 부귀영화 누린다고 길거리에"

[현장] 주민 1인당 1억3500만 원 손해배상 청구... 143일째 길거리로 나오는 군민들

등록|2013.04.21 09:37 수정|2013.04.21 09:45

▲ 사업장 인근에 눈이 내려 쌓여있다. ⓒ 김종술


"못 배워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이라 천대받고 무시하는지 모르겠네. 나이 80이 넘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눈비 몰아치는 날에 길거리에 나와야 하는지. 무슨 억 화 심정이 있다고 (사업자) 정말로 무섭고 징그러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143일째 부여군 산업지정폐기물(이하: 폐기물) 설치 반대를 외치며 사업장 부지에서 만난 팔순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면서 한 말이다.

20일 밤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눈으로 바뀌고 아파트 화단도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추위에 폐기물장 반대 릴레이 집회를 하고 있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2차선(국도 29호) 도로변에 주민들이 걱정되어 현장을 찾았다.

입구에 꽃상여와 큼직한 경고문에 50여 장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널린 가운데 고령의 지역주민 30여 명이 모여 '폐기물장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서울, 성남, 화성 등에서 온 노동자들(통합진보당)이 주민들의 곁을 지키며 8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천성인(4·24 부여·청양선거구 통합진보당) 후보 학생유세단이 몸짓으로 어르신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달래고 있었다.  

서창원 반대대책위 총무는 "사업자가 주민을 짓밟아도 어느 정도지 해도 너무한다. 지난번 39명을 업무방해로 고발하더니 이번에는 16명에게 1인당 1억 3천5백만 원씩 소송을 걸어왔다"고 울분을 토하며 "아무리 시골에 사는 무지렁이라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도리를 넘어선 행동으로 시골에 노인들을 다 범죄자를 만들 작정"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천성인(4·24 부여·청양선거구 통합진보당) 후보가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 김종술


때마침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던 민주통합당 천성인 후보를 만났다. 천 후보는 "지역에 발전방향이나 계획이 전혀 없이 규제하지 않고 허용하면서 기업들의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온다"며 "매립장이 설치된 순간 부여군과 인근인 청양군의 청정지역 관광자원에 브랜드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농·특산물이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은 무시하고 기업의 편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업자) 도움을 주는 부분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을 것이다"라며 "이런 지역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정부가 법으로서 규제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 후보는 "본인은 선거와 관계없이 끝까지 지역주민과 함께해서 산업폐기물장을 막아 내겠다"고 약속했다.  
 
"질긴 놈이 이긴다. 끝까지 같이 하겠다"라고 약속

▲ 지역주민 16명을 상대로 소송대리 변호사가 1인당 135,000,000원 청구가 들어왔다. ⓒ 김종술

경기도 화성 기아자동차 노동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게신 부모님이 생각나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큰 도움을 되지 못하지만,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싸움이 끝나는 날까지 관심을 두고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다"고 용기를 주었다.

같이 왔다는 노경환씨는 "와서 보니 이렇게 자연환경이 우수한 곳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가당치도 않다"며 "가장 고통 받고 억압받으면서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 약자인 농민들을 상대로 고발하고 소송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협박으로 밖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온 윤성덕씨는 "하루 이틀 고통 받는 농민들과 같이하겠다는 마음으로 내려왔다가 8일째 같이하고 있다"며 "청정 상수원 지역에 친환경농사로 전국에서 제일가는 농산물브랜드까지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마당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지 (사업자) 저 혼자 돈 벌어 잘 살자고 농민을 희생물로 삼아서야 하겠느냐?"고 분노했다.

서울에서 온 김상아씨는 "아버지 말씀이 '이 나라가 망조가 들어가는 것이 농사꾼을 무시해서 이렇듯 망가져 가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아버지의 딸로서 8일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농사를 짓는 그날까지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쓰리 엠 해고노동자는 "본인도 2년 넘게 싸움을 하고 있지만, 고령에 어른들이 진눈깨비 맞아가며 싸우는 것 보면서 눈물이 난다"며 "이 지역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폐기물장을 반대한다고 해서 1억이 넘는 돈을 청구하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명 화성시 통합진보당 시의원은 "전국에 곳곳에서 이곳과 유사한 환경에서 싸우는 것 보면 질긴 놈이 이긴다고 알고 있다"며 "시골에 고령의 주민들만 거주하는 것을 알고서 자본과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사업은 국가에서 차단하는 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성남, 화성 등에서 온 노동자들(통합진보당)이 주민들의 곁을 지키며 8일째 농성을 이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매립장은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산2-1번지 일대에 811,840㎡ 전체 토지에 사업면적 468,958㎡, 조성 면적 287,342㎡ 규모로 에어돔(Air Dome) 형태의 매립시설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다. 매립기간은 30년으로 총 매립가능용량은 7,895,250톤이다. 매립장 인허가 부서는 금강유역환경청이고 최종 승인은 부여군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업자의 자료를 보면 매립장 사업을 통해 지역 토지 이용의 합리성을 도모하고 대전광역시 서쪽 약 50km 지점으로서 부여 lC로부터 8km 부근에 위치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평택, 안산, 화성, 인천, 수원 등의 주요 산업단지와 연결이 가능한 사업장이 매립장 사업지로 최적지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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