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법조계 "경찰, 국정원 축소·은폐 파문...검찰, 명예회복 기회"

"불법 관권선거 부활", "국기문란 천인공로 중대범죄" 등 주장

등록|2013.04.21 11:23 수정|2013.04.21 11:23
경찰 고위층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축소·은폐 지시했다는 수사팀 간부의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인들도 경찰을 질타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에 명예회복 기회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이번 국정원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불법 관권선거를 부활시킨 중대한 사건", "국기를 문란케 한 천인공로 할 중대범죄", "명백한 반란행위", 심지어 "명백하고 당연한 당선무효"라는 주장까지 나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갖고 국정원 직원 김OO(29, 여), 이OO(38)씨, 일반인 이OO(42)씨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법 제9조를 위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려워,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같은 혐의를 받은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경찰의 출석 요청에 불응해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자 당시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경찰 고위층이 이번 국정원 사건에 대해 축소·은폐 지시를 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

<사라진 정의, 거꾸로선 법>의 저자인 한웅 변호사는 <서울경찰청, 국정원 댓글 수사 조직적 은폐·방해했다>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이명박근혜 정권 차원의 비호가 없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조작 은폐 기도는 정략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헌법과 주권, 민주주의와 국가조직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입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주권의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한 것으로 명백한 반란행위입니다"라고 규정했다.

한 변호사는 특히 <박 대통령, 그 때 '그 불쌍한 여직원 무죄'라 했다!>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그 불쌍한 여직원 무죄이고 인권침해라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고 따라서 명백하고 당연한 당선무효!"라고 주장했다.

▲ 한웅 변호사가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이를 잠시 짚어보면 지난해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12월 16일 박근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3차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 사태와 관련해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서 사과도 안했다"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토론회 직후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고, 박 후보는 다음날 천안 유세에서 경찰의 발표를 언급하며 "그 불쌍한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인권 유린에는 말이 없다"고 공세를 높인 것을 말한다.

변호사 출신 이종훈 명지대 법대교수는 19일 트위터에 "경찰고위층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사건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은폐 지시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기를 문란케 한 천인공로 할 중대범죄로서,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다!"라며 "현 정부도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되며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경찰은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경찰을 꼬집었다.

그는 "경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거듭 질타하며 "양식 있는 경찰들은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지시의 진상을 밝혀는 자정운동 전개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앞서 이 변호사는 지난 18일 <"경찰 고위층 국정원사건 축소은폐 지시"폭로 파문>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검찰, 축소·은폐 지시한 자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국정원 댓글 사건에 검찰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검찰이 그간 말해왔듯이 경찰보다 독립적이고 자존심 있는 기관이라면 이번이 오히려 실추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검찰에 명예회복 기회임을 상기시켜줬다.

백 변호사는 그러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몸통까지 끝까지 수사하기를"이라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그는 전날에도 "서울경찰청까지 포함해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부장검사 출신 송훈석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일 트위터에 촌평을 내놓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 변호사는 지난 18일 경찰이 '국정원 직원, 정치관여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 건은 선거개입인 동시에 정치개입이 된 것으로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위반이다(경합범)."라며 "따라서 공직선거법 위반을 배제한 것은 당선인을 정치적으로 배려한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법리적 의견을 제시하며 정치적 해석도 내놓았다.

그는 또 경찰 고위층이 국정원 사건 축소 은폐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이러고도 경찰 수사권독립을 외칠 수 있나?"라고 경찰을 질타하며 "축소·은폐 지시자 처벌해야"라고 촉구했다.

송 변호사는 19일에도 <뉴욕타임즈 "국정원 사건 朴 대통령 타격" 외신들 보도 봇물>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국정원 사건은 민주화 이전의 불법 관권선거를 부활시킨 중대한 사건으로 철저히 수사하여 단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변호사는 20일에는 <국정원 수사개입 폭로 권은희 과장에 누리꾼 '응원' 봇물>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그녀의 용기 있는 발언이 앞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에 초석이 될 것입니다"라고 권은희 수사과장을 응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서울경찰청, 국정원 댓글 수사 조직적 은폐·방해했다>는 기사를 전하며 "이런 일하는 경찰이, 경찰 수사권독립 요구할 수 있을까요? 책임자 문책해야 합니다"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또 "검찰 수사 후 즉시 국정 조사키로 여야 원내대표 합의했으니 검찰수사 지켜보겠습니다"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지난 18일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이번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팔로워가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요. 궁금하다"는 질문에 "너무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혀 할 말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조광희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도리어 국민을 속인 것이 확인되었다면, 새 정부는 이를 바로잡아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라며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질타하며, 박근혜정부가 진실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조 변호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변호인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안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아 활동했다.

변호사 출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트위터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정권의 정통성이 의심될만한 사건입니다"라며 "불법 정치개입과 경찰의 은폐조작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가 가늠될 것입니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