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신문은 죽는다"

[온라인저널리즘국제심포지엄 출장기 ②] 언론의 기대와 우려

등록|2013.04.21 13:12 수정|2013.04.21 13:15

▲ 제14회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오스틴의 텍사스대학교 블랜튼 미술관 강당 ⓒ 조명신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미국 출장이지만 환경 변화에 시차가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입속이 살짝 헐었습니다. 19일과 20일 양일간 텍사스대학교에서 열리는 제14회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 참석 외에도 지역 신문사 방문과 언론인 인터뷰 등 '알찬' 일정 덕분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꽉 짜여진 스케쥴 탓이라기보다는 늦게 잠자리에 들지만 14시간의 시차로 인해 새벽 3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지기 때문입니다. 출장 셋째 날인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긴 하지만 시원찮은 속도 탓에 뭘 해도 진도는 더디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넷 최강국 출신에게 미국이란 나라는 와이파이 개발도상국에 불과합니다.

다른 기자들도 사정은 비슷해 보입니다. 심포지엄 첫날이었던 19일의 경우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된 다양한 주제 강연과 토론이 오후 6시에야 끝났습니다. 수백 명의 참석자들이 빼곡히 들어찬 계단식 강의실에 앉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영어의 향연(?)에 집중하다 보면 다들 녹초가 됩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지요.

그럼에도 다들 집중하는 것은 심포지엄 주제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앙지와 지방지, 영자지와 통신사 등 각기 다른 성격의 언론사에서 온 기자들이지만 소속된 부서는 모바일&SNS국, 인터랙티브팀, 디지털뉴스부, 미디어전략팀, 뉴미디어실, 디지털미디어부 등으로 하나같이 온라인, 특히 모바일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관심과 더불어 속한 부서와 언론사의 기대 또한 적지 않습니다.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전략은 어떠해야 하고 디지털 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이지요. 언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주제에 대해 미국 언론인이나 언론학자의 견해를 듣고자 세계 30여 개국에서 온 350여 명의 참석자 규모가 이를 방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답을 구하는 언론의 노력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획한 이번 출장의 첫 일정은 이 지역 일간지인 <오스틴 아메리칸-스테이츠맨> 방문이었습니다. 미리 약속하고 찾아간 우리를 맞이한 편집국 간부는 소개가 끝나자마자 여러 질문을 던지더군요.

앞서 언급한 한국 언론의 고민이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대해 참고할 만한 한국의 사례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주문도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답을 구하는 상황,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론인들의 고민이 그렇다면 언론학자들은 뾰족한 해법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텍사스대학교의 저널리즘 스쿨이었습니다. 이 학교 부학장인 스티브 리즈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지만,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들이라 손에 쥘 수 있는 해법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언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메리 보크 교수는 "현재는 저널리즘에 있어 매우 흥미롭고 역동적인 시기이자 동시에 힘든 시기"라면서 "교육계에서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밝히더군요. 온라인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동석한 마크 코링턴 교수는 "그것을 알면 현업에 뛰어들어 부자가 되었지 지금 여기 있겠느냐"며 우문에 현답을 내어놓았습니다. 전 일정을 통틀어 가장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19일 하루 동안만도 심포지엄에서는 두 번의 주제 강연과 여섯 번의 세션을 통해 무려 서른일곱 명의 패널이 열띤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무수히 많은 질문이 강연장에 맴돕니다. 언론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먼 길을 왔는데 기대하는 답변은 없고 질문만 난무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답변이 없는 질문은 의미가 없을까요?

"종이신문이 쇠퇴한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이 신문을 사야 하나? 해답은 있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신문은 죽는다." 이날 첫 기조연설을 한 <데저레트 뉴스> 최고경영자 클라크 길버트의 경고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신문'을 '언론'으로 바꿔 읽어도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바른 해답은 바른 질문에서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기사 애프터서비스] 압력솥 인증

▲ 인증사진 ⓒ 조명신


이전 기사인 "미국 출장 가방에 압력솥이 들어 있어요"에 '캡틴 잭스패로우'님께서 "압력솥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라는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기막힌 우연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지어낸 이야기로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증 사진'을 통해 애프터서비스 해 드립니다.

위 사진에서 전등과 텔레비전 가운데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바로 앞 기사에 등장한 압력솥입니다. 찍은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켜놓고 찍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20일 새벽 '보스턴 폭탄 테러'에 대해 보도 중인 시엔엔(CNN) 방송 화면입니다. 이 정도면 '작위적'이라는 의심에 대한 답변으로는 충분할까요?

"독자의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 대신 그들의 습관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거기에 맞춰 기자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달라스모닝뉴스> 최고경영자이자 미국신문협회 회장인 짐 모로니가 강조한 말입니다. 배웠으면 적용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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