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가 적출됐다'면 말도 안 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실제 발생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18일 환자단체연합회가 매달 개최하는 '환자샤우팅카페'에 최남미(37)씨가 참석해 현장샤우팅 형식으로 자신의 기막힌 이야기를 쏟아냈다.
최씨는 올해 1월 자궁근종수술을 받은 후부터 생리가 없자, 4월 초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결과 '자궁이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순간 앞이 캄캄해져 몸을 가늘 수가 없었다. 아들 둘밖에 없어서 딸을 갖고 싶어 했던 최씨 부부는 수술을 받아 몸을 회복하고 나서 셋째를 가질 계획을 갖고 있었던 터라 그 상실감은 더 컸다.
눈물을 흘리며 최씨는 담당교수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히려 '위협하지 말라'며 되레 큰소리만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담당교수는 "이미 고장 난 장기였다. 그리고 자궁이 없으면 되레 편하다. 이미 슬하에 자녀도 있다. 배란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하늘 무너진 것이 아니니 속상해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동차도 고장 나면 수리해서 사용한다. 하물며 인간의 장기인데, 고장났다고 버릴 수 있겠는가? 담당교수는 장기가 마치 옷에 붙어있는 단추 정도로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며 최 씨는 울분을 토로했다.
수술동의서 작성 과정에서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아
환자가 사인한 수술동의서에는 '전자궁절제술'이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다. 병원 측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수술동의서를 받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수술동의서는 주치의가 아닌 흰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받았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가정의학과에서 파견 온 3년차 레지던트였고 환자나 보호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가정의학과 윤중 전문의는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 그 수술에 대해서 완벽히 알고 있어야만 치료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가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수술동의서는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해 주는 제도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사들의 면피용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가 바로 그런 예로 보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권용진 서울북부시립병원 원장은 "수술을 집도한 담당교수는 자궁근종이 너무 잘 알려진 병이라서 주치의(레지던트 3년차)가 제대로 설명했고 환자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설사 환자가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술 이후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고지했어야 했다"면서 "아무리 고장 난 장기라도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임의대로 제거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담당교수 환자상태 인지 못한 듯해 보여
담당교수의 행동 중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최씨가 자궁을 들어낸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진료에 임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생리가 없다고 말하는 환자에게 "곧 생리가 있을 것이다. 정 걱정된다면 초음파를 찍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고 말했고, 초음파 검사 후에서야 "자궁을 절제했군요"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교수는 "난소를 보려고 초음파를 찍은 것이지 자궁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의무로 접근하면 불리한 싸움이다. 정황상 담당교수는 환자의 자궁이 적출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담당교수가 수술을 직접 집도하지 않아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병원에서는 전공의가 기피하는 흉부외과 등의 의사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하는 간호사' 일명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고용해 수술에 참여시키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PA간호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수는 '의사의 고유권한 침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작년 일부 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남미씨에게 동의서를 받은 사람은 간호사복이 아닌 의사 가운을 입은 간호사였고, 정황상 'PA간호사'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PA간호사'는 최남미씨의 수술동의서 설명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PA간호사'의 수술참여 정도(집도의의 수술을 단순히 보조만 했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수술행위를 했는지)와 집도의인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에 참여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현재 최남미씨는 '자궁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집에 있으면 그저 멍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심지어 아이들 아침식사마저 해주지 못하고 있다.
권용진 원장은 "여성에게 자궁은 여성성의 상징이다. 자궁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 수술이라도 자궁이 없어지면 여성들은 힘들어 한다. 그런데 최남미씨의 경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궁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상실감은 더 클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남편 분이 많이 도와주고 곁에서 힘이 되어줘야 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최씨는 올해 1월 자궁근종수술을 받은 후부터 생리가 없자, 4월 초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결과 '자궁이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순간 앞이 캄캄해져 몸을 가늘 수가 없었다. 아들 둘밖에 없어서 딸을 갖고 싶어 했던 최씨 부부는 수술을 받아 몸을 회복하고 나서 셋째를 가질 계획을 갖고 있었던 터라 그 상실감은 더 컸다.
▲ [사진] 최남미 씨는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자신도 모르게 자궁이 적출된 사건을 겪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눈물을 흘리며 최씨는 담당교수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히려 '위협하지 말라'며 되레 큰소리만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담당교수는 "이미 고장 난 장기였다. 그리고 자궁이 없으면 되레 편하다. 이미 슬하에 자녀도 있다. 배란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하늘 무너진 것이 아니니 속상해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동차도 고장 나면 수리해서 사용한다. 하물며 인간의 장기인데, 고장났다고 버릴 수 있겠는가? 담당교수는 장기가 마치 옷에 붙어있는 단추 정도로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며 최 씨는 울분을 토로했다.
수술동의서 작성 과정에서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아
환자가 사인한 수술동의서에는 '전자궁절제술'이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다. 병원 측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수술동의서를 받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의 수술동의서는 주치의가 아닌 흰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받았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가정의학과에서 파견 온 3년차 레지던트였고 환자나 보호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가정의학과 윤중 전문의는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 그 수술에 대해서 완벽히 알고 있어야만 치료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가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수술동의서는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해 주는 제도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사들의 면피용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가 바로 그런 예로 보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사진] 수술동의서는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해주는 제도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의사들의 면피용이 될 수도 있다. ⓒ 최남미
권용진 서울북부시립병원 원장은 "수술을 집도한 담당교수는 자궁근종이 너무 잘 알려진 병이라서 주치의(레지던트 3년차)가 제대로 설명했고 환자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설사 환자가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술 이후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고지했어야 했다"면서 "아무리 고장 난 장기라도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임의대로 제거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담당교수 환자상태 인지 못한 듯해 보여
담당교수의 행동 중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최씨가 자궁을 들어낸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진료에 임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생리가 없다고 말하는 환자에게 "곧 생리가 있을 것이다. 정 걱정된다면 초음파를 찍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고 말했고, 초음파 검사 후에서야 "자궁을 절제했군요"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교수는 "난소를 보려고 초음파를 찍은 것이지 자궁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의무로 접근하면 불리한 싸움이다. 정황상 담당교수는 환자의 자궁이 적출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담당교수가 수술을 직접 집도하지 않아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을 집도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병원에서는 전공의가 기피하는 흉부외과 등의 의사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하는 간호사' 일명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고용해 수술에 참여시키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PA간호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수는 '의사의 고유권한 침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작년 일부 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남미씨에게 동의서를 받은 사람은 간호사복이 아닌 의사 가운을 입은 간호사였고, 정황상 'PA간호사'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PA간호사'는 최남미씨의 수술동의서 설명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PA간호사'의 수술참여 정도(집도의의 수술을 단순히 보조만 했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수술행위를 했는지)와 집도의인 담당교수가 직접 수술에 참여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 최남미씨 사건은 도입여부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격렬한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 '수술하는 간호사' 일명, 'PA간호사제도'에 대해 환자단체들도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었다. ⓒ JTBC 추적360 YouTube 동영상 캡처
현재 최남미씨는 '자궁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집에 있으면 그저 멍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심지어 아이들 아침식사마저 해주지 못하고 있다.
권용진 원장은 "여성에게 자궁은 여성성의 상징이다. 자궁을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 수술이라도 자궁이 없어지면 여성들은 힘들어 한다. 그런데 최남미씨의 경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궁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상실감은 더 클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남편 분이 많이 도와주고 곁에서 힘이 되어줘야 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덧붙이는 글
안기종 기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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