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아들 낳게 하는 바위가 있다?
주문진읍 소돌항 아들바위 그리고 배호 노래비
▲ 1억 5천만년전에 이곳에 나타났다는 아들바위의 위용, 아들이 없는 사람이 간절히 기도하면 아들을 낳개 해준다고 믿고 있다. ⓒ 김학섭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을까. 지금도 아들바위를 찾는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아들바위의 효험을 철저하게 믿고 있는 듯했다. 이곳을 찾은 40대의 여성은 기자가 접근하려하자 고개를 젓는다. 부정을 탈 것을 겁내서인 것 같다. 조심스럽게 승려복을 입은 분에게 접근해 정말로 효험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믿고 안 믿고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같이 살벌한 세상에 옹달샘물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직 있다는 게 조금은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이들은 과학같은 것은 믿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어머니들이 정한수 떠넣고 아들의 소원을 기원하는 그런 마음일 것이다.
소돌의 아들바위는 1억5000만 년 전 쥬라기시대에 지각변동으로 아들바위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어느 노 부부가 3대째 내려오는 외아들을 전쟁에서 잃고 자식이 없어 고민하다 이 바위에 백일 기도한 후 아들을 낳았다고 해 아들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후부터 아들이 없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하면 소원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 아들이 없는 분이 기도를 하기 위해 이곳에 찾아와서 부지런히 기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 김학섭
▲ 아름다운 어촌 마을 풍경이다ㅣ ⓒ 김학섭
동해안은 봄이면 샛바람으로 새초롬하게 추운 것이 특징인데 24일은 포근하기 이를 데 없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는데 의외로 동해안은 따뜻한 햇살이 부드럽기까지 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따듯한 봄 햇살, 짭짤한 바닷내음에 마음까지 시원하다.
해안선을 따라가며 바다를 바라보니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만큼 모두가 푸르기만 하다. 성급한 연인들은 벌써 바다를 찾아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갈매기도 바다 위를 날다가 지쳤는지 모래위에 앉아서 따뜻한 봄볕을 쪼이는 모습이 여유롭다 .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주문진읍 소돌항이다. 예쁘고 그림같은 항구다. 문득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 생각이 떠오른다. 작은 배들이 나란히 정박하고 있는 모습이 마냥 정겹다. 조용한 바다 한쪽 방파제 밑으로 아주머니들이 큰 함지박에 고기를 팔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미 늦은 탓인가. 파장인 것 같다. 고기가 있어야 할 함지박은 텅텅 비어 있다. 돔 몇 마리와 이면수가 몇마리 있을 정도다. 살아있는 이면수를 처음 보는 것이어서 생김새가 몹시 낯설다. 지혜 엄마는 요즘은 동해안에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걱정이란다.
▲ 장이 파한 지금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항상 이곳 여자들은 남편이 잡아온 고기만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곳이다, ⓒ 김학섭
▲ 이상하게 생긴 바위다. 보는 데 따라서, 각도 따라서 모양이 다르다. ⓒ 김학섭
생선회를 이렇게 가까이서 뜨는 모습은 처음이다. 지혜 엄마는 늘 하는 일인 것 같은데 살아 있는 고기가 안 돼 보이는 듯 행주같은 것으로 눈을 가리고 칼질을 한다. 미끄러워 그런다기보다 고기에게 몹시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인다.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고백한 것은 아닐까. 가슴이 아리다.
집이 경북 영덕이라는 김아무개(50)씨는 소돌항에 다닌지 3년이 된다며 홍보요원처럼 선전한다. 전에는 소돌항에 이렇게 회를 뜨는 분이 열가구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열세 집으로 늘어났다며 자기는 오직 지혜 엄마 단골 손님이라고 못을 박는다. 지혜 엄마가 회 뜨는 일을 끝내고 빠르게 마늘자르는 손을 보며 달인이라며 창친을 아끼지 않는다. 회를 뜰때와는 손이 확연히 다르게 움직인다.
작은 소동항이지만 이곳에서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의 자부심은 남다른 것 같다. 여기서는 오직 남편이 잡아온 고기만 팔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잡아 온 고기가 다 팔리면 그날 일과는 끝이라고 한다. 남의 집 고기를 가져와 파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생산되는 진품만 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연예인 단골손님도 꽤 있다고 한다. 한번 인연이 되면 몇 년이고 죽 이어진다는 것이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탤런트 주아무개씨, 가수 이아무개씨도 이곳의 단골 손님이라고.
▲ 배호의 파도 노래비, 주문진 읍사무소 관계자는 15년 전에 건립, 지금도 배호 팬들이 찾고 있다. ⓒ 김학섭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 사람을 못잊어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 사랑을
맺을 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 사람도 부서지고 물거품만 맴도네
소돌항 주위에는 아들바위 말고도 배호의 파도 노래비가 유명하다. 노래비의 가사처럼 이곳에는 흰 물거품의 파도가 그리움처럼 바위에 깨어지고 부서지며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주문진 읍사무소 관계자는 15년 전 노래가사와 비슷한 이곳에 노래비를 세웠다고 하며 지금도 배호를 기리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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