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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어방축제 전야... 바다가 꿈틀거린다

[길 위에서 쓰는 편지 38]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서

등록|2013.04.25 21:27 수정|2013.04.25 21:27

▲ 축제를 하루 앞둔 광안리 바다 ⓒ 이명주


오늘 부산은 진정 바다와 태양과 바람의 도시였습니다. 마치 여름이 문앞에 당도해 부러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있는 손님 같았습니다. 버스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졸다가 바다 앞에 도착했습니다.

▲ 수상스키를 즐기는 이들 ⓒ 이명주


모래밭에 발을 딛는 순간 누군가 조명 버튼을 내린듯 세상빛이 어둑해졌습니다. 비가 올 거라던 일기예보는 들었지만 급작스런 반전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축제 준비가 한창입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26일부터 사흘간 '어방축제'가 열립니다.

▲ 광안리 어방축제 ⓒ 이명주


이 지역 일대에서 소규모로 열리던 민락활어축제, 광안리해변축제, 남천벚꽃축제를 통합하고 수영구의 전통민속놀이인 좌수영어방놀이를 조합해 2001년부터 벌인 부산의 대표적 바다축제 중 하나라고요. 축제를 앞둔 바다는 사람이 없어도 술렁입니다.

▲ 백사장에 설치된 공연무대 ⓒ 이명주


해변 곳곳에선 각종 설치물과 무대 막바지 점검으로 분주합니다. 이렇듯 탁 트인 자연 가운데서 펼치는 공연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흥으로 물들입니다. 축제가 한창일 때 모습이 기대됩니다. 앞으로 사흘 내내 한번씩은 들를 예정입니다.

▲ 낭만 가득한 풍경 ⓒ 이명주


길가다 마주친 낭만 풍경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세 소녀가 기타를 퉁기며 순한 목소리로 화음을 냈습니다. 그들 앞엔 바다를 마주한 연인 한쌍. 마침 똑똑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 화려함 한 점 없는 생활 그 자체 모습에 낯선 감동이 일었습니다.

▲ 광안리 해변도로 ⓒ 이명주


해변도로 위 사람들 소원 담은 종이물고기가 등 아래 데롱데롱 매달렸습니다. 불 밝힌 밤에 꼭 걷고 싶은 길입니다.

▲ 내일 숱한 이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될 자리 ⓒ 이명주


축제가 시작되면 숱한 이들이 이 자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겠지요. 그리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축제가 임박한 바다를 거닐며 그것이 끝난 직후를 상상합니다. 뒷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더 허전하겠지요. 우리 삶은 저마다의 무대를 세웠다 허물었다의 반복 같습니다.

▲ 자연의 빛 ⓒ 이명주


생활과 여행이 하나된 삶 가운데 더없이 충만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허나 동시에 불안합니다. 비오는 날 물 빠진 옷을 입고 있는듯, 풍족함 가운데 내내 슬픔이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앉은 커피가게 창밖으로 푸르던 바다는 사라지고 광안대교엔 보석 같은 불빛이 반짝입니다. 이 밤이 지나고 내일(26일)이 오면 축제의 시작입니다. 살아있음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부산 바다축제 현장으로 오심이 어떠할는지.

▲ 광안리 해변가 착한 커피가게 ⓒ 이명주



덧붙이는 글 필자는 서른다섯 살이던 지난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고자 결심하고, 현재는 고향에서 작은 여행자의 집을 운영하며 생계형 알바, 여행,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facebook /2012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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