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4대강 '스페셜급 찬동인사'가 국립대 총장?

[주장]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국토 품격 저하시킨 책임져야

등록|2013.04.26 16:36 수정|2013.04.26 16:36

▲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사진은 2011년 5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모습. ⓒ 남소연

지난 17일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1순위로 결정됐다. 권 전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치면 국립대학 총장이 된다. 이에 대해 22일 민주통합당은 부대변인 명의로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임명을 반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2011년 5월 국토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4대강 부실 의혹을 덮는데 급급했고, 수서발 KTX 민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역사 및 관제권 회수 등을 추진하는 등의 과오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인사가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산·학·연 협력을 통한 철도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뿐 아니라 편향된 방향의 철도연구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권 전 장관의 국립대 총장 임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통합당의 지적 중 한 가지 수정할 것이 있다. 권 전 장관은 장관 직후가 아닌 취임 전부터 4대강 사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인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초기 국토부 차관으로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과 함께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데 적극적이었다. 그는 차관 시절인 2009년 1월 7일 지역경제설명회 자리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70년대 재난 예방을 위해 손을 댄 후 방치한 하천을 정비해 재난과 용수난을 해결하고,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사업"이라 주장했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의 품격을 올린다?

MB가 4대강 사업의 추진 배경으로 삼은 논리가 '강이 방치돼 죽었다'는 것인데, 권 전 장관은 MB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국토의 품격'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2009년 7월 5일자 한 언론 기고에서 그는 "4대강에 설치되는 보를 통해 확보되는 8억t의 물은 극한 가뭄기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보는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면 국토의 품격과 국민의 삶의 수준을 높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1월 신년사와 같은 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권 전 장관은 "금년에 4대강 사업, 경인 아라뱃길사업은 4월경에 거의 완공되는데 이를 계기로 멋진 사업 마무리로 국토의 품격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권 전 장관은 올해 3월 퇴임 할 때도, 후임 장관에게 국토의 품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격'을 강조하는 권 전 장관에게 정말 묻고 싶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의 품격이 정말 높아졌나? 4대강 사업으로 서민 생활의 품격이 올랐나? 4대강 사업으로 물의 품격이 좋아졌나? 유난히 '품격'을 강조하는 권 전 장관 본인은 4대강 사업으로 개인의 품격이 올랐나? 권 전 장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4대강 사업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은 물론, 권 전 장관의 품격도 극히 떨어졌다고 볼 것이다.

권 전 장관, 마지막까지 4대강 몽니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물이 가뭄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했지만, 지난해 가뭄이 왔을 때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2011년 말 확정된 우리나라 치수분야 법정 최고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수장기)에도 드러난다. 수장기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13억 톤의 물을 비상용으로 규정했다. 즉 당장 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권 전 장관은 과도한 준설 때문에 2011년 7월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이번 비를 겪으면서 4대강 준설 효과가 확실히 치수적 측면에서 나타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하는 등 진실을 왜곡해 왔다. 4대강 보에 물을 채운 지 얼마 안 돼 누수가 발생하고, 얼마 내리지 않은 비에 세굴(빠른 물살에 의해 보 시설 일부 또는 강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이 발생해도 공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왜곡하면서 4대강 자화자찬에 몰입했다. 그의 왜곡된 발언 사례는 다음과 같다.

"환경적으로도 4대강 살리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홍수기에 그 효과를 톡톡히 봤고, 올해는 가뭄 때 그 덕을 보고 있다." (2012. 6. 24)
""4대강사업을 통해 준설을 하고, 오염원을 차단함으로써 녹조 등 수질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2012. 8. 24)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홍수, 가뭄, 환경오염으로 점철된 '고통의 강'이 '희망과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013. 1. 1)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끝까지 몽니를 부렸다. 지난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실상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자, 권 전 장관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대동해 "감사원 지적이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MB와 4대강 사업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권 전 장관이라는 맹신도가 있는 그림'이 연상됐다.

낯이 두꺼운 MB 정권의 '4대강 아바타들'

▲ 낙동강에는 4대강정비사업인 준설작업을 벌였던 준설선과 예인선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는 낙동강 일대에 대해 항공촬영해 방치된 준설선을 확인했다. 사진은 창아지마을 앞에 떠내려와 있는 준설선(2012년 10월 17일). ⓒ 낙동강부산본부


MB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올인했던 인사, 즉 MB 아바타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가장 눈에 띄는 부류는 'MB 따라쟁이'들이다. MB가 어느 날 '4대강 사업은 재창조'라고 하면 아바타들은 그 말 그대로 고장 난 녹음기처럼 따라한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과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부류는 MB 논리를 확대 재생산, 즉 MB 눈에 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막말과 억지를 쓰는 이들이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친북 좌경화된 환경단체', '위선의 환경주의자', '사기꾼'이라 표현했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낯이 두껍다는 점이다.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인사다. 국민의 뜻과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해 22조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은 최소한의 자숙의 기간을 보내고 복귀한다. 그러나 권 전 장관은 장관 퇴임 직후 바로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자리에, 그것도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의 총장 후보로 나섰다. 우리 사회의 상식과 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4대강 수질 참여 업체들의 담합에 이어, 코오롱워터텍의 전방위 뇌물 사건이 드러났다. 앞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이러한 4대강 사업의 불법과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서조차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단기간에 매우 강한 속도전으로 진행돼 불법·비리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사업의 핵심 추진 인사인 권 전 장관도 4대강 불법·비리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월 환경운동연합 등 4대강 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핵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인사를 별도로 선정했다. 이른바 4대강 S(스페셜)급 찬동인사로서, MB와 함께 권 전 장관이 포함됐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 이성을 철저히 유린했다. 그런 사업에 앞장선 권 전 장관이 국립대학 총장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반이성, 반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권 전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다. 국민에게, 그리고 자신이 훼손시킨 이 땅의 무수한 생명들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국립대 총장 후보에서 물러나길 말이다. 그리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