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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면제'에 솔깃해, 결국 저질렀습니다

빚 내서 감행한 내집 장만...20년 동안 상환할 대출금 생각에 아득하네요

등록|2013.04.26 16:37 수정|2013.04.29 21:09

▲ 어린시절 집 공사중에 찍은 사진 ⓒ 박정훈


어린시절, 우리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들끓었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자주 외출을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나는 마냥 즐거웠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데리고 그분들을 만나러 가셨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지도 않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어머니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막상 그분들을 만나시면, 나를 좀 떨어진 곳에 두시고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셨다. 멀리서 보기에도 우리 어머니는 그분들에게 인사를 많이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분들은 어린 나를 보고도 반가워하지 않았고 나 또한 인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자란 후 여쭈어보니 그분들은 손님이 아니라 소위 '빚쟁이'라고 하는 분들이셨다.

어린시절, 우리 집에 빚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집 때문이었다. 어릴 적 부유하게 자라셨던 아버지. 하지만 지방 소작농이셨던 할아버지께서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사기를 당하시기도 하고, 장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단다. 결국 할아버지는 가산을 탕진하셨고, 그러면서 아버지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당시 할아버지께선 남의 땅에 몰래 땅굴처럼 생긴 움집을 지어 사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선 어린 마음에 창피한 나머지 집에 들어갈 때 사람들이 지나가는지를 확인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겪은 아버지는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다. 그래서 항상 집을 소유하려고 했다(물론 그 시기를 겪은 부모님 세대들은 집 없는 설움이라는 말을 곱씹으시면서 사셨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소유했던 집들에 두 번씩이나 불이 나는 상황이 생기면서 빚은 점점 더 불어났다. 나중엔 결국 집을 직접 짓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적자를 면치 못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우리 집엔 손님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그런 상황 때문에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근검절약이 습관이 돼 50살이 넘은 뒤엔 자력으로 빚을 깨끗이 다 갚았다.

전세 만료 2주 전에 불어닥친 청천벽력같은 소식

▲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아파트를 꿈꾼다. ⓒ 박정훈

그런 생활을 보고 자란 나는 집에 대한 큰 애착이 없었다. 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닌 거주의 개념으로 최소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부모님의 생활을 보고 자라서 정말 근검절약이 몸에 밴 전형적인 짠돌이였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나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 후 분당에 거주하던 나는 2년여 전 직장과 육아 문제로 고향 광주로 이사를 했다. 교통이 제일 편리한 위치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전세를 구했다.

원래 처음부터 이곳으로 오려고 계획하진 않았다. 가격은 기존에 비해 약 30% 정도 상승해 있었는데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서 고르고 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24평의 아파트나 빌라로 가려고 했으나, 매물이 없는 관계로 형편에 맞지도 않는 32평의 아파트에 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세만료기간 한 달 전에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참고, 물론 법적으로는 3개월 전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재계약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계속 살 거냐고 하셔서 계속 살고 싶다고 했는데 집주인은 그럼 변경사항이 있으면 추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니 전세 만료 2주 정도 전에 연락이 왔다.

"뉴스를 보니 시세가 3천 정도 올랐는데 젊은 사람들이니 뉴스 많이 보지 않나? 젊은 사람 들이 요새 전세 값 시세도 몰라?"

집주인은 시세가 올랐으니 전세금을 올리겠다고 했다. 시세가 3천정도 올랐는데 다 받고 싶지 않으니 그 가격에 해당하는 '반 전세'를 하자고 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라 주변에 물어보니, 간단히 말해 '억대 보증금을 내고 사는 월세'라고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집주인은 7개월 정도 반전세로 살다가 이사를 가달라고 했다. 난 너무 당혹스러워서 "그럼 이사비용은 주시냐?"고 물었더니, 알아서 하란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이 멍~ 해졌다. 그리곤 '아, 이래서 부모님 세대들이 내집, 내집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본 데다, 평소 경제뉴스를 자주 보는 편이라 취득세 감면과 대출금리 인하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냥 집을 사면 어떨까?"라는 아내 말에 은근히 솔깃했다. 내가 솔깃한 이유는, 그곳이 정말 가고 싶었던 아파트였고 취득세까지 면제가 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우리도 이 기회에 대출 받아서 집 사자'

결국 우리 부부는 '그래 이번 기회에 대출 1억 원 정도 받아서 집을 사자'고 결심한 뒤, 이리 저리 집을 알아봤다. 그렇게 알아보다가 아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집을 찾았지만, 집주인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불렀다.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으나, 그 집을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았던 것인지... 난 반대 했으나 아내가 너무 맘에 들어 해서 '마음에 든다면야 가격은 주관적이지 않은가! ', '그래 이 기회에 아내에게 선심 한 번 쓰자'는 생각에 덜컥 계약을 했다.

고통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지만 우리 부부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있는 '전세'라는 제도의 특성 때문인데 법적으로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무조건 전세금을 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전세로 살고 있었던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만료 되었지만 집이 나가야 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우리가 이사 갈 집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상태였다.

결국 '전세난' 기간임에도 집은 나가지 않았다. 이사철이 지나간 4월부터는 점점 전세가 나가지 않고 여름철에는 장마기간이라 이사를 가기 힘들다고 해서, 속은 점점 더 타들어갔다. 우리가 산 집 주인은 더 기다릴 수 없었는지 잔금 날짜를 확정해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연락을 해왔다.

정신이 아득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나갈 생각을 안 하는데 들어갈 집주인은 잔금 날짜를 압박하고... 30분이 멀다하고 부동산에서는 전화를 했다. 우리 때문에 양쪽집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보관이사라도 준비하라는 말에 정말 머리가 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계약서를 꼼꼼히 다시 살펴봤다. 그런데 계약서 내용에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계약되는 시점부터 이사 날짜를 협의한다고 돼 있었다.

처음엔 다 서로 좋게 얘기해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집도 비싸게 산 마당에 보관이사까지 하면서 이사 갈 순 없다고 판단했다. 다들 본인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들어갈 집 주인은 잔금날짜가 정해지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집에 못 들어간다고 난리, 전셋집 주인은 집이 안 나가서 적금을 깨야 할 지경이라고 난리였다. 결국 난 계약을 파기하자고 했다. 다들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으니 서로 원하는 날짜에 이사 갈 수 있도록 상호협의 하에 계약을 깨자고 했다. 물론 계약금도 돌려달라는 말과 함께.

계약을 파기한다는 나의 말에 부동산은 전셋집주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셋집주인을 설득하여 계약 마지막 날에 집이 나가든 안 나가든 전세금을 빼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확인서를 받으러 부동산에 갔더니, 집주인 왈,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된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일종의 수리비)을 내라는 것 아닌가. 60여만 원 정도 됐지만, 지금껏 신경 쓴 것이 떠올라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집주인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고, 아파트 매매 잔금 결제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대출 상환 생각하면... 이제 시작일 뿐

▲ 전경과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아파트 ⓒ 박정훈


그러나 담보대출을 받고 대출상환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이제 시작일 뿐인 것이다. 4%의 고정금리로 20년 상환을 기약해야 한다. 나도 우리 부모님이 그래왔던 것처럼 채무자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를 이은 고통... 좋은 것을 잇는 것도 아니고 참... 나도 가문의 내력을 지키는 것인가?

나도 부모님처럼 근검절약하며 빚을 상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 옷, 장난감, 먹거리 살 돈 아껴서 이 지긋지긋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부모님 시대처럼 경제가 발전하던 시기도 아니고 이 저성장 불경기 시대에 근검절약 성실만으로 그 빚을 다 청산 할 수 있을는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 집 구입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확실히 알았다.

떨어지는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부 대책들을 보면, 마치 말기 암 환자에게 잠시 아픔을 잊으라며 마약성 모르핀 주사를 놔주는 것 같다. 경기가 살아나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걸 정녕 몰라서일까? 아님 경기를 살아나게 할 자신이 없는 것일까? 아직 진행 중인 고통을 생각하며 현 정부의 좀 더 현명한 국정운영을 기대하며 길게 한숨을 내 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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