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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페북은 문재인 편, 카톡은 박근혜 편?

보수 결집 창구된 카카오톡, 차별금지법 철회에도 적극 활용돼

등록|2013.04.28 11:57 수정|2013.04.28 11:57
지난 9일 오전 11시 31분, 기독교 신자 박아무개(27)씨에게 카카오톡(아래 카톡)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외국에서는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 동영상을 보여주고 항문 성교까지 가르칩니다. 이 문자를 100명 이상의 성도님들께 전달해주세요."

총 57명이 모인 카톡 채팅방에 전송된 메시지다.

4월 10일 오후 3시 55분, 또 다른 카톡 메시지가 왔다. 이번엔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는 내용이다(실제로는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입법예고 기간이 9일 종료된 것이지, 법안 자체가 통과된 것은 아니었다).

"차별금지법이란 동성애자의 결혼을 비난하거나 목사님이 설교 중에 예수님 외에 다른 구원이 없다고 말하면 3000만 원 벌금을 내야 해요. 국회 입법예고 치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법률안명에 차별금지법 치고, 거기 아래에 주민번호로 실명인증하면 반대 의견 쓸 수 있어요. 믿는 자들에게 5명씩만 알려서 쓰도록 해주세요. 이게 어제까지여서 통과됐대요.ㅠㅠ"

메시지를 보낸 이는 연락처만 알고 있던 지인이다. 이 메시지 역시 28명이 모인 카톡 방에 전송됐다.

▲ '차별금지법 반대'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 아이엠피터


최원식·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학력이나 혼인상태·종교·정치적 성향·전과·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을 반대하는 의견은 카톡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각기 다른 이들로부터 동일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전달됐다. 전화번호를 알면 친구로 등록해 무료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카톡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은 전파력이 뛰어났다. 가상의 온라인 공간에서 맺어진 친목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이로부터 날아든 '5명 혹은 100명에게 전달' 요청의 효과는 컸다.

법안을 공동 발의했거나 법사위 소속 의원에게 10일까지 전화를 돌려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라는 메시지 역시 효력을 발휘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0일까지 전화를 돌리라고 얘기가 돌았는지, 그날 이후로는 의원실로 오는 전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나로 뭉친 보수 기독교계가 다양한 방법으로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압박하자 차별금지법안 대표 발의자인 최원식·김한길 의원은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이처럼 카톡은 보수 기독교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

비단 보수 기독교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보수는 카톡을 통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매개로 한 대규모 카톡 채팅방을 만들어 이 안에서 실시간 의사소통을 이어갔다. 물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카톡 채팅방도 있었지만 박 후보 측에 비해 활성화 정도가 떨어졌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진보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결집할 동안, 보수는 소리소문 없이 카톡을 통해 모이고 있었던 것이다.

보수, 카톡으로 모여... "박근혜 후보 측 조직적 움직임"

선거 기간 동안 정당 관계자 및 지인의 초대를 통해 박 후보 측과 문 후보 측의 대규모 카톡 모임에 각각 참여한 금혜성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정보학 박사는 "관찰 대상에서 비교하자면, 박 후보 측 카톡은 열렬한 지지자들로 구성돼 오프라인 모임으로의 연계가 활발했고 캠프 측의 지시가 아닌 자발적 행동을 하면서도 대단히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며 "반면 문 후보 측 카톡 모임은 참여의 열기·조직적 부분·오프라인 활동 연계 등에서 박 후보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금 박사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가 운영하거나 파악하고 있는 대규모 카톡 채팅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금 박사가 지난 3월 발간한 <SNS와 모바일 선거운동의 영향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박 후보 측 카톡 그룹의 경우 한 그룹에 300명이 넘는 채팅창이 2개, 100개가 넘는 것은 2개가 있었다. 박 후보 측 대규모 카톡 채팅 그룹 내에서 하루 동안 오간 카톡 메시지는 500건에 달했다. 참가자들의 남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았고 중장년층이 압도적이었다.

박 후보 측의 경우 투표 독려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 유세 일정에 맞춰 모임을 갖기도 했다. 금 박사는 "12월 초 경 분당과 수지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 연설이 있었는데, 그때 2시간 만에 3000명이 모였다"며 "대부분이 카톡을 통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투표 당일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모여서 함께 투표 하자"는 메시지가 폭주했고, 서울·대구·대전 등지에서 함께 모여서 투표했다는 카톡 메시지가 올라왔다.

문 후보 측 카톡 방의 경우 100명이 넘는 채팅창은 1개뿐이었고 나머지 두 곳은 50명을 넘지 못했다. 문 후보 측 카톡 방에도 유세장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빈도나 열기가 약했다. 금 박사는 "카톡 상의 움직임을 봤을 때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측은 활발히 움직였지만 문재인 후보 측은 상당히 떨어졌다"며 "모바일 메신저 활동을 지원해줄 정당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보수는 왜 카톡을 매개로 의사소통을 했을까.

금 박사는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비롯한 문자 메시지가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노년층에게도 쉽게 정치적 정보를 교환하고 참여를 집단화 할 동력을 얻게 됐다"며 "뉴미디어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기간 느껴왔던 온라인 여론에서의 소외감 등이 손쉬운 모바일 플랫폼의 사용을 통해 해소됐다, 이로써 유대감을 형성할 사람들끼리의 집단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복잡하게 글을 올리고 '좋아요' 버튼 등을 올려야 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아닌 전화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톡 방을 통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실질적인 투표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투표율 상승에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금 박사의 진단이다.

트위터·페이스북 통해 결집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

▲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내부에 국한된 소통을 했고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 등 온라인 소통을 통해 지지폭을 넓혀왔다. ⓒ 남소연·김지현


반면, 문 후보 지지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결집했다. 선거 막판, 문 후보 트위터의 팔로워는 약 33만7000명, 박 후보는 약 25만 명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소식을 받아보는 이들의 숫자도 문 후보는 10만 3000명이고 박 후보는 3만 명에 그쳐 문 후보가 3배 이상 앞섰다.

대선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한 사용자의 비율을 비교한 '트위터 여론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문 후보의 지수는 36.8로 15.1에 그친 박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트위터 상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들이 훨씬 많이 오간 것. 이 같은 기류 속에 SNS 상에서 만큼은 문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52%의 지지를 얻은 박 후보는 48%의 지지를 얻은 문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SNS 여론은 민심과 달랐다.

문용식 민주통합당 전 인터넷소통위원장은 "SNS 여론은 연령과 지향에 따라 과잉 대표 되는 측면이 있다, 같은 편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가 지난해 1년 동안 여덟 가지 주요 뉴스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과 트윗 여론을 분석한 결과, 각각의 여론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진보 측 지지자들은 SNS를 통해 내부에 국한된 소통을 했고 보수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둔 온라인 소통을 통해 그 폭을 넓혀 온 것이다.

조희정 숭실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사용자 수로 봤을 때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모바일 이용자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보수층의 경우, 지구당에 있는 전화번호를 통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카톡 등 모바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 박사는 "박 후보의 승리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투표율이 박빙이었다는 점에서 보수가 카톡을 이용한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며 "카톡을 통해 보수 중장년층이 집결했고 소통의 장을 형성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과소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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