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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친다고? 똥폭탄 준비했어요"

현대차 고공농성 철탑 친다길래 걱정돼 간 농성장

등록|2013.04.27 17:03 수정|2013.04.27 17:04

철탑농성 193일차.최병승,천의봉 해고자는 30여미터 고공농성을 193일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 변창기


"윤여철(현대차 부회장)이 다시 오자마자 철탑농성장 친다네요. 우리가 서울 본사로 정몽구와 면담하러 올라간다니까 못올라가게 막으려고 별수작 다부리네요. 동지들 철탑농성장은 걱정 마시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있는 정몽구와 꼭 면담하고 내려 오시기 바랍니다. 철탑농성장을 치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똥폭탄을 많이 준비 해 뒀다가 마구 집어 던지겠습니다."

지난 26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철탑농성중인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페북에 올린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마침 그날은 아들래미 생일이어서 저녁에 같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철탑에 들르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고 철탑 상황이 걱정이 돼 안절부절했습니다. 요즘 울산 태화강엔 고래축제 등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6일 아내가 토요일 아이들과 고래축제에 놀러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철탑농성장이 걱정돼서요.

오전에 가족들 몰래 철탑으로 가봤습니다. 모두 그대로고 한가롭게 보였습니다. 여전히 철탑을 감시하는 차량이 철탑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저는 운전석으로 다가가 "왜 여기 계속 서있는 것이냐?" "누가 서있으라 시킨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알아서 뭐하냐?" "왜 묻냐?"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안전문제로 우리가 여기 있다"고 뒷좌석에 탄 사람이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현대차 여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 여름맞이 철탑농성장 개선작업을 다른 조합원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금요일 오후 철탑농성장을 칠 것이라고 경찰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우리도 대응 하려고 울산 주재기자들에게 모두 알리고 대비를 했지요. 오후가 되니까 경찰차 6대 정도가 왔더라고요. 현대차와 이미 칠 계획까지 다 세워놓고 있었나 봐요. 그런데 금요일 오후에 있었던 현자노조와 노사협의회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흐지부지 시간이 지나 버린 거죠."

현대차 울산 명촌문 쪽 철탑농성장으로 가서 걱정돼 왔다고 하니까 철탑농성장을 지키는 여러 노동자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서울 상황도 궁금했는데 마침 서울 상경하고 집에 일이 있어 내려온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 본사 농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이미 올라가 노숙농성하고 있던 해고자와 만나러 가는데 경찰버스로 빙 둘러 막고 해고자들은 고립돼 있었어요. 그것을 보자 우리 조합원들이 10년 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한거 같았어요. 경찰이 막거나 말거나 채류액 쏘거나 말거나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밀고 들어가 버렸어요.

열받은 조합원들이 경찰을 밀어내고 현대차 본사 앞에 고립되어 밤샘 노숙농성한 해고자 동지들과 만났죠. 현대차에선 용역 경비로 입구를 막고 서 있었어요. 우리가 밀고 들어가면서 용역 경비도 밀어버렸죠. 그리고 그곳에 있던 현대차 버스와 현대차에서 돌로 만든 회사 간판에다 '정몽구 수배전단'을 덕지덕지 붙혀 버렸어요."

아무튼 아무일 없다니 다행입니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에서 노숙농성하는 비정규직 해고자도 별 탈 없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찰에 두명의 조합원이 잡혀가긴 했으나 곧 풀려났다고 했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마친 후 농성장을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겨울을 지냈던 물품은 밧줄로 내려보내고 비바람을 피하면서 더움을 피할 준비 작업을 했습니다. 저도 이것저것 거들어 주고 작업 마무리 후 다음에 다시 시간나면 가볼 것을 기약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 서울 상경 노숙농성 하면서 분노한 조합원이 현대차 차량에다 '정몽구 수배'전단 딱지를 가득 붙혀 두었습니다. ⓒ 현자비정규직노조홈피화면캡쳐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발견하고 찍은 사진을 노조 게시판에 올린 사진을 캡쳐했습니다. 그 조합원은 '살인무기'라고 표현했습니다. ⓒ 현대차비정규직노조홈피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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