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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넘는 초대형 '노랑가오리' 가격은 얼마?

[소래포구] 가격흥정, 모르고 사면 '바가지' 알고 사면...

등록|2013.04.28 16:34 수정|2013.04.29 14:19
매우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 한 마리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길이가 1m를 훌쩍 넘는 가오리 한 마리가 좌판에 누운 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 부분은 물론이고 지느러미 부분도 노란색이 선명한 가오리입니다. 정확한 학명은 모르겠지만, 서해안에서는 매우 드물게 잡히는 생선임은 틀림없을 듯합니다.

▲ 꼬리와 배 부분이 선명한 노란색을 띄고 있는 가오리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이 물고기를 접하는 사람들마다 궁금한 듯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몇몇 사람은 생선 이름과 가격까지 물었습니다. 한 식당 주인이 구매 의사가 있는지 생선을 팔고 있는 여주인에게 가격을 물었습니다. 

"20만 원이요..."

지난 26일, 오후 인천 소래포구엔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날 소래포구 선적의 고깃배들은 자월도 등 인천, 경기권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수협 공판장에 위판하고 남은 것들은 좌판에 늘어놓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 소래포구 좌판상들은 선주들의 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배를 가진 선장이 고기를 잡아오면 남는 고기를 소매하는 것 입니다. ⓒ 추광규


제철 맞은 '암꽃게' 소래포구 판매 가격은 kg에... 

저도 이날 오후 오랜 만에 소래포구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습니다. 알이 꽉 찬 암꽃게가 제철이라 가격이 괜찮으면 1~2kg 정도 구입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전철로 이동해 소래포구역에 내린 후 흩날리는 벚꽃잎을 밟으며 무르익은 '바닷가의 봄'을 만끽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깃을 바짝 세우고 가야했던 소래포구에 어느덧 따뜻한 온기가 담긴 바닷바람이 불어옵니다.

▲ 암꽃게와 숫꽃게를 나누어 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 '내 이름은 범게' 서해에서는 잘 나지 않는 범게가 이날은 제법 많이 잡혔습니다. 사람들이 게의 종류를 너무 많이 묻기에 이름을 적어서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 추광규


역에서 소래포구까지는 도보로 10여분 거리. 날이 춥지 않기에 발걸음은 한없이 느긋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선착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수십 여척의 어선은 새벽에 출항해 2~3시간 거리에 있는 자월도와 덕적도 등에 미리 쳐 놓은 안강망에 잡힌 물고기를 걷어 올린 후 오후 2~3시께 돌아옵니다.

▲ 좌판을 둘러보고 있던 중 배 한척이 들어와 생선 하역작업이 한창 이었습니다. 선원들이 '가재'를 퍼 담고 있는 중 입니다. ⓒ 추광규


따라서 이 시간을 먼저 머릿속에 넣고 평일날과 겹치는 사리물 때에 맞추어 나가게 되면 싱싱한 서해안산 각종 생선을 상당히 싼 가격으로 사올 수 있습니다. 아침까지 서해 앞 바다에서 놀던 물고기를 저녁에는 우리집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생선은 물량이 많이 나오면 싼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춰서 나가야 생선을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소래포구 선착장 좌판상들의 경우 정해진 가격이 없다보니, 자칫 바가지를 쓰기 쉽습니다.

실제 이날 20여 곳에 이르는 좌판을 둘러보면서 여러 가지 생선 가격을 하나씩 물어보았는데, 어떤 생선은 싼 반면 또 어떤 생선은 동네마트보다도 비쌌습니다.

좌판에 가장 많이 나와 있는 활 암꽃게는 1kg에 3만 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하루전날 동네 마트에서 수족관에 담겨 있는 활 암꽃게를 1kg에 2만3천 원에 사왔는데, 이곳 소래포구 좌판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부른 겁니다. 물론 제 지갑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 원들이 플라스틱 박스에 잡아온 고기를 담아 위판장에 넘기기 위해 하역작업에 바쁩니다. ⓒ 추광규


또 서해안에서는 그리 많이 안 나오는 생대구 두 마리가 좌판에 놓여있기에 물어보니 2만  원을 부르더군요. 40cm가 채 안 되는 크기였는데, 지난 2월 이 정도 크기의 남해안산 대구를 노량진에서 5천 원에 살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바가지 수준이더군요.

봄 산란철을 맞아 광어가 한참 잡히고 있는데 이날 좌판에 나온 광어는 상품성이 한참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위판 가격은 1kg에 1만 원대였다고 하는데, 좌판에서는 활광어 1kg 짜리를 2만 원에 팔더군요. '뭐! 그 정도 가격이면 크게 비싸지 않다'고 판단해 구입한 후 바구니에 담기는 했습니다만, 횟감은 절대 안되는 선도를 지닌 광어였는데도 비싼 가격을 부른 것입니다.

참고로 4~5월이면 광어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어획량이 상당한 편입니다. 봄철 산란기 광어의 씨알은 굵지만, 겨울 제철 광어 비해 맛은 상당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한편, 이날 좌판에 깔린 생선은 대부분 '가재'였고 어종 또한 그리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 이 배가 이날 잡아온 생선을 리어카에 모두 실은 뒤의 모습입니다. 대략 헤아려 보니 가재가 100kg남짓, 주꾸미가 30kg 남짓 , 꽃게는 암수 구분 없이 20kg 남짓 그리고 벤댕이등 잡어가 4~5kg 남짓 되어 보이더군요. 제 셈법으로 200여만 원 남짓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추광규


다만 제 지갑을 열게 만든 생선은 '아귀'와 '황석어'였습니다. 아귀는 제법 큰 3마리를 1만 원에 팔기에 얼른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조기 사촌격인 '황석어'는 한 무더기에 5천 원을 달라고 하기에 쉽게 지갑을 열었습니다.

발품을 판만큼 싼 가격의 수산물을 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소래포구가 바가지 상혼으로 악명을 떨친다지만, 잘 비교하면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소래 수협공판장 앞에 형성된 좌판은 제게는 소중한 수산시장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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