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본 20%'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은 왜?

[드라마리뷰] 전작 성적에 못 미치는 KBS 2TV '최고다 이순신'…변화가 필요해

등록|2013.04.29 13:57 수정|2013.04.29 14:00

▲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아이유와 신준호 역을 맡은 조정석.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KBS 2TV 주말연속극 <최고다 이순신>이 방송을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시청률 3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호언했던 시청률 50%는 고사하고, 흥행의 기준이 되는 40%대 시청률도 요원해 보인다. 지난 28일 방송된 <최고다 이순신>은 26.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이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내 딸 서영이>가 연달아 40%대 중후반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도대체 <최고다 이순신>은 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일까.

황금 시간대도 살리지 못한 진부한 스토리

사실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20%는 기본으로 나온다는 시간대다. 동시간대 경쟁 방송사들이 모두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데다가, 오랜 시간 동안 탄탄한 고정시청자 층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30%대 시청률을 얼마나 빨리 뚫느냐, 그리고 진짜 '흥행의 기준'이 되는 40~50%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느냐에 있다. 아무리 KBS 주말드라마라고 해도 40%대 시청률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고다 이순신>의 전작들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내 딸 서영이>는 최단기간 30%대 시청률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50%에 육박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공전의 히트'를 쳤다. KBS로선 말 그대로 '호황 중의 호황'을 누린 셈이다. KBS가 <최고다 이순신>의 최고 시청률을 50%대로 조심스럽게 예측한 것도, 방송사 내부에서 2013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은 것도 모두 전작들의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최고다 이순신>의 성적은 당초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20% 초중반의 기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을 뿐 확실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모양새다. 아이유·조정석 등 신세대 스타들은 물론이거니와, 김용림·고두심·이미숙 같은 대 배우들의 이름값이 무색한 지경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KBS로서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최고다 이순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진부한 스토리에 있다.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가 별 다른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는데다가, 전개 역시 지지부진해 고정 시청자들을 공고히 결집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보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채우지 못한다면 <최고다 이순신>은 계속 이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내 딸 서영이> 같은 경우, 막장 요소가 다분한 소재들을 차용하면서도 아버지를 부정한 딸과 그 딸에 대한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를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신선미를 가미해 성공할 수 있다. <최고다 이순신> 역시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시선'을 담은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이 됐든 차별화 된 설정을 가미하고 전개 속도를 높여 몰입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출생의 비밀, 친모와 양모의 갈등 같은 식상한 소재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배치도 중요하다. 주말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30~60대 주부들인데, 이들이 어린 소녀가 여배우가 되는 판타지에 매력을 느낄 리 만무하다. 지금처럼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식으로 배치하기 보다는, 현실에 밀착한 스토리와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치열하게 묘사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밑바탕이 될 때에만 시청자들도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감정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극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쉬운 연기와 연출, 언제 '최고'가 될 수 있나

▲ <최고다 이순신>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 (왼쪽)아이유와 조정석, (오른쪽 상단) 유인나와 고주원, (오른쪽 하단) 손태영과 정우. ⓒ KBS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주연을 맡은 아이유는 아직까지 극을 온전히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기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돌 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은 실망스럽다. 캐스팅 때부터 따라다녔던 '왜 아이유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발음과 발성 등 배우로서 기본적인 요소들은 더욱 보충할 필요가 있다. 이전 주말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던 김남주나 이보영 같은 베테랑 급의 연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드라마 출연이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KBS 주말드라마를 선택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일정 수준의 연기를 보여 달라는 당연한 요구다. 드라마의 타이틀롤이 중량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최고다 이순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다.

손태영, 유인나 등 기존 연기자들의 연기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100%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어 극을 풍성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극의 균형을 잡는 사람이 전무하다 보니 <최고다 이순신>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붕 떠서 산만해지기 일쑤다. 고두심, 이미숙만으로 무게중심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련미 없는 연출 역시 다소 실망스럽다. 때때로 연출이 극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야 하는데 <최고다 이순신>은 이러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스토리 라인이 진부한 설정으로 점철돼 있는데, 너무 정석대로인 연출은 '올드한' 느낌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최고다 이순신>은 초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설정과 지지부진한 전개, 공감대를 잃은 스토리 라인과 생기를 잃어버린 캐릭터들, 올드한 연출기법과 초보티를 벗어던지지 못한 연기자들 등 각종 '악재'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최고다 이순신>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적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보완해 가면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과연 제목 그대로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 내며 KBS 주말드라마의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불안한 두 달을 보낸 <최고다 이순신>의 남은 앞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