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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혼내야 되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

등록|2013.04.29 11:21 수정|2013.07.27 11:44

▲ ⓒ 김춘미


4월 마지막주 주말! 6살 딸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며 평일 못지않게 바빴던 이번주 주말을 마무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기는 엄마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비공개 선언에 그녀가 잠시 양치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펴 보았습니다.

오늘 엄마가 OO 혼냇다. 게속 혼냇다.
오늘 엄마도 혼내야 되게다.
   
헉~! 솔직히, 이번 주말 엄마의 마음은 따뜻한 봄기운을 꽁꽁 묶어둔 채로 차가운 성질을 마구 부리는 추위만큼이나 차갑고 변덕스러웠습니다. 밀린 집안일 하기나 숙제 봐주고 놀아주기 등 일상적인 일 외에 집안의 대소사(친할머니 생신) 챙기기, 피곤에 지친 아빠를 위해서 한의원 다녀오기, 그리고 요즘 엄마의 머리속을 뒤죽박죽 뒤숭숭하게 만드는 대학원 마지막학기 논문쓰기까지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도 엄마는 그녀들에게 끊잆없는 잔소리를 했습니다.

"얘들아,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이라고 했는데…  어, 누가 자꾸 반말하네요."
"어, 또 둘이 싸우네. 둘이 서로 도와주는 사람들인데 매일매일… ."
"과일 잘 안 먹으면 뚱뚱돼지 되는데… ."

옆에서 아빠가 정말 대단하다는듯이 "여자들이 원래 다 이런가? 아님 당신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건가? 아이구.. 한 곳에만 집중하셔"라고 비꼬울 정도로 많은 곳에 정신을 분산시켰던 주말, 결론은 '오늘 엄마도 혼내야 되게다'였습니다.

양치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 엄마에게 다가오지도 못하고 두 눈을 꾹꾹 누르며 훌쩍거립니다.(둘째는 늘 이렇게 웁니다. 아주 큰소리로 빵 터져 울던가 아님, 정말 억울하다는듯이 두 눈을 꾹꾹 누르며 눈물을 짜듯이 울기.)

"OO야, 엄마한테 와봐, 안아줄게."
"OO 맘이 아직 안 풀려서 엄마한테 가기 싫어요."
"그럼, 안 되겠다. 안아주려고 했는데 말아야겠다."(이놈의 엄마는 매순간 협박입니다.)
"그래도 OO 맘이 풀릴때까지 조금 기다려주세요."

엄마의 협박에도 지조 있게 맘 풀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던 그녀, 5분여 후에야 엄마의 품에 안겼습니다.

"OO야, 오늘 엄마가 너무 많이 혼내서 속상했지?"
(말없이 두 손으로 눈물을 꾹꾹 짜며 고개만 끄덕입니다.)
"오늘 엄마도 혼나야 되나보다 그지?"
"응, 엄마가 우리 매일 혼낸다고 할머니한테 혼내주라고 할 거야."
"그럼, 엄마가 OO를 혼내지 말고 어떻게 해야할까?
"안아줘야지~!"
(그녀,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냅니다.)

엄마 맘이 바쁘다고 아이들의 자잘한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찾아서 지적하고 혼내던 엄마, 6살 그녀의 일기장 속에서 혼나고 나서도 잊고 있었던 그녀들을 대하는 방법. 그 간단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답은 안아주기!

그녀가 너무도 서러워 그녀의 눈을 꾹꾹짜면서 말해준 그 한마디, 엄마가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더라고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5월의 하루하루는 4월보다 조금은 따뜻해지리라 기대해 보면서 워킹맘의 잔인한 4월을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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