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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국문과'는 없애고 '항공승무원학과' 신설?

재학생들 "기초학문 왜 없애나" 반발... 학교 "구조조정 불가피"

등록|2013.04.30 15:39 수정|2013.05.01 14:42

▲ 배재대학교 누리집 ⓒ 배재대 누리집 갈무리


"국어국문학과는 기초학문이자 대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진학률과 취업률이 낮다고 '외국어를 위한 한국어과'와 통합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배재대 재학생)

배재대(총장 김영호, 대전 서구 도마동)가 학교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국어국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를 비롯, 사회학과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학교 측에 따르면 배재대는 최근 논의를 갖고 '국어국문학과'(이하 국문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이하 한국어과)를 통합해 '한국 어문학과'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문과를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개설된 한국어과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또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는 폐지하고 (가칭)항공승무원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컴퓨터공학과 등 관련 학과는 (가칭)사이버보안학과로 개편예정이다. 이 밖에도 사회학과와 공공행정학과를 합쳐 정책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학관계자는 "취업률과 충원율, 신입생 지원율, 학과 재정지수 등 지표를 중심으로 통폐합 학과를 결정했다"며 "학교조정위원회와 다음 주중 교무위원회 등을 거쳐 5월 중순 경까지 구조조정 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문과 재학생들은 "사실상 국문학과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문과 졸업생들도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과와 인문학의 기초인 국문과는 통합대상이 아니다"며 "다른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다시 세우자고 하는 마당에 앞장서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내에서는 학교 측이 학과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일부 반발이 적은 손대기 쉬운 곳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학관계자는 "구조조정 학과가 인문분야에 집중됐다"며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해 대상학과를 선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밀실 논의를 진행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발을 우려한 듯 통폐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을 배제하고 있다.

대학관계자는 "대학 진학 학생 수가 매년 줄고 있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학생회 측에는 이미 구조조정 방향을 설명했다"며 "이후에도 경쟁력 없는 학과에 대한 학과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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