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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 '빨간불'?

민자 유치 사업 '부실 주의보', 사업 중단되는 지자체 있는데도...

등록|2013.05.01 15:20 수정|2013.05.01 15:20
지방자치단체가 민자유치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부실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경기도 군포시가 같은 방식으로 '군포첨단산업단지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군포시는 지난 2011년 개발 제한 구역을 해제, 군포시 부곡동 522번지 일원(28만7524㎡(8만6976평)) 을 군포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약 2060억 원(군포시 발표)이 투입되는 매머드 급 개발 사업이다.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첨단 업종을 유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군포시는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12일,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고, 그 이전인 2012년 12월 21일, '현대엠코콘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 공고했다.

담당공무원에 따르면 군포시는 현재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식 2가지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자산 담보부 기업어음(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일명 론(loan) 방식)받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채무와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을 지급보증을 선 군포시가 떠안아야 하기에 근본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군포시는 SPC가 민간 자본을 유치하게끔 지급보증을 서기로 했다.

분양이 잘 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분양이 안 돼 분양 수익금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 책임은 모두 군포시가 지어야 한다. ABCP 이자율이 대략 5.5%~6.5%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군포시가 부담해야 할 1년 이자만 해도 100억이 넘게 된다. 1년 예산 4000억 원 정도인 군포시가 감당하기엔 벅찬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포시 일각에서는 '어차피 다 책임질 거면, 그럴 바엔 차라리 군포시가 직접 하지 무엇 하러 민자를 유치하느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ABCP방식에 이미 빨간 불이 켜져 있는 상황이라 군포시가 직접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BCP 조달규모 2조 원, 그 중 1조원 이상 부실 우려

▲ 조감도 ⓒ 군포시


군포시처럼 SPC를 설립해서 'ABCP'를 발행, 산업단지 개발에 나선 곳은 사업이 완료된 곳을 포함해 약 20여 곳이다. 조달한 자금 규모는 약 2조 원에 이르는데, 업계는 1조 원 이상이 부실 우려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와 전남 함평군, 나주시가 SPC 채무보증으로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 천안시는 ABCP 자금을 써서 첨단 산업단지 확장 사업을 벌였다가 분양 부진으로 세 차례나 보증연장을 하며 수 백억 원의 금융비용을 낭비했다.

함평군은 ABCP 550억 원을 '동함평산단'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연 6.4%의 2년 치 선이자 70억 원과 투자 자문료 16억5000만 원을 ABCP를 발행한 부국증권과 이를 알선한 투자자문회사에 지급했다.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 매년 이자 34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주시는 왕곡동 일대 미래 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을 맡은 특수목적 법인(SPC)에 채무보증 합의서를 써줘 SPC가 부국증권에서 발행한 ABCP 2000억 원을 차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

문제는 금융비용이었다. 합의서에 따라 나주시는 부국증권에 연 6.5%의 2년 치 선이자 260억 원과 어음 발행 비용 5억 원 등 총 265억 원을 지급했다. 또한 이를 알선한 금융 중개업체에 알선료 77억 원을 지급했다.

나주시는 합의서에 따라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5월 말까지 2000억 원을 상환하지 못 할 경우 연 19% 지연이자로 매달 31억 원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 용산 개발 파국, 대표 사례로 지목

▲ 기업유치 설명회 ⓒ 이민선


이렇듯 부실주의보가 내려지다 보니 시의회 반대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는 시의회 반대로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청주 시의회는 "돈만 빌려 주면 16개월 이내에 보상, 이주, 문화재 시·발굴 등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 주겠다"며 "그러지 못하면 대주단에 '손해배상'까지 하겠다"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 의무부담 변경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경기도 용인시의회도 덕성산업단지 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용인시의회는 '덕성산업단지 조성 PF사업 미분양용지 의무 부담 동의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ABCP란 유동화전문회사가 기업의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ABCP는 저리로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업체가 발행하는 것으로 이자가 높은 편이다. 금융전문가 들은 ABCP를 달리는 두 발 자전거에 비유한다. 바퀴가 멈추면 쓰러지듯 현금흐름이 잠시라도 멈추면 위험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 분양 수익금으로 ABCP 이자를 내거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면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분양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파국을 맞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한다.

용산 개발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는 유동화증권인 ABS와 ABCP 발행을 통해 그동안 2조4167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사업이 파국을 맞은 이유는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포시가 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정 수입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군포시 담당 공무원은 "유한양행, LS전선 같은 대기업이 빠져 나가 마땅한 재정 수입원이 없다"며 산업단지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부족한 재정 수입원을 확장하기 위해 군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오히려 군포시 허리를 더 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군포시는 지난 4월26일 오후 3시, 군포 예술회관 국제 회의장에서 입주 희망. 관심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 100여 명이 참석, 국제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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