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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 놓은 커피',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노숙인에게 커피 대접... 경남 거창 '미리내 가게'도 나눔 시작

등록|2013.05.01 16:27 수정|2014.01.23 11:00
차 한 잔의 여유를 아는 신사의 나라 영국. 영국인들과 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영국에서 가장 핫 한 캠페인이 있다. 바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한국어로 바꾸면 '맡겨 놓은 커피'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가 트위터에 소개하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 나폴리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카페에서 선불로 계산한 커피를 추운 날 노숙인들이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운동이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카페에서 커피를 구입할 때, 자신의 커피값과 더불어 한잔의 값을 추가로 지불한다. 추가로 지불한 커피 한잔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이 운동은 자신의 적은 도움으로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온정을 베풀 수 있어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널리 전파되고 있다.

바로 이 의미 있는 운동이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그것도 경상남도에서도 가장 오지인 '거창'에서다.

첫 제안을 한 사람은 거창에 거주하면서 안의한의원을 운영하는 정연탁 원장이다. 정 원장은 "빈곤에 허덕이는 분들을 위해 조금은 여유 있는 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보자"며 일부 생각이 같은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 정연탁 한의사 페북에 올라온 사진 ⓒ


그 끝에 탄생한 것이 "미리내가게 – 거창"이다. '미리내'라는 이름은 '미리 계산한다.', '은하수의 순 우리말', '함께 사는 세상'을 의미한다. 운영방식은 서스펜디드 커피와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목욕탕, 식당, 카페, 미용실, 분식 등 함께 참여하는 가게를 이용할 때 1인분만큼의 금액을 더 지불하면 가게에서는 칠판에 기록해 놓고 어려운 분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진 않았지만 이미 거창에서 '미리내가게'에 동참하기로 한 곳은 5곳이나 된다. 식재료부터 커피, 분식, 목욕탕, 식당 등 분야도 다양하다. 병원도 포함돼 있었으나 의료법을 검토해야 하는 관계로 잠시 보류했다. 또, 일반인들이 기부한 금액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156명의 회원들과 조금 더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거창 내 '미리내가게'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가진 본질 중 나눔과 따스함이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도 경상남도 거창의 '미리내가게 – 거창'을 응원했다. 미리내가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조국 교수는 "'선불커피' 운동이 한국에서도 시작되었군요! 게다가 다변화 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길 희망합니다"라며 힘을 북돋았다. 더군다나 자신의 트위터에 '미리내가게'를 홍보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자발적인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벌써부터 착한 운동에 대한 차별화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창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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