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해임'됐다. 법원에서 징계무효 판결을 받아 겨우 한 숨 돌리고 있는데, 또 재징계를 한다니 걱정이다. 지금 둘째 아이 임신 9개월째인데…."

1일 오후 경남도교육청에서 만난 황인영(33․거제 옥포고) 교사가 한 말이다. 황 교사는 배가 불룩한 모습을 하고 교육청을 찾았다. 그가 이날 교육청을 찾은 이유는 고영진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고 교육감이 '정당후원 관련 징계 교사'들을 만났던 것이다.


2010년 경남도교육청은 진보정당에 월 1만원씩 소액후원했던 교사 6명(2명 해임, 4명 정직)을 중징계했다. 교사들은 '징계무효소송'을 냈고 법원은 1․2심 모두 교사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최근 경남도교육청은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해 '징계무효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해임징계를 받았던 황인영 교사는 거제 옥포고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안호형 교사는 오는 5월 6일 창원 토월초등학교 단설유치원에 복직한다.

고영진 교육감은 지난 9일 경남도의회 본회의 때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이천기 의원(통합진보당)은 현안질의를 통해 "정당후원 관련하여 행정소송 판결결과 교육청이 패소했다, 당사자들이 입은 고통과 교육청의 행정력․예산낭비 등을 생각할 때 상고 포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또 이 의원은 "당사자한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고, 고 교육감은 "당사자에게 유감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과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날 해당 교사들과 고영진 교육감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이날 교사들은 송영기 전교조 경남지부장과 동행했는데,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이날 전교조 지부는 '교육감 사과'와 '재징계하지 말것' '승진 과정에서 피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지부에 따르면, 고영진 교육감은 징계를 했던 것에 대해 "안타깝다. 앞으로 마음을 잘 추슬러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교육감은 재징계 여부에 대해 "법률적 범위 안에서 최대한 하겠다"고, 승진과정 등에 대해 "정직․해임을 통한 피해가 없고 규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면담 뒤, 황영인․안호형 교사는 '재징계'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황인영 교사는 불안감이 더하다. 해임징계 때 임신했다가 낳았던 아이는 4살이 되었고, 지금은 둘째 아이 임신 9개월째다.

황 교사는 "해임됐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직 모르신다. 제가 그 때 출산 휴가를 받아서 쉰 것으로 안다"며 "아마도 징계를 받았다고 하면 놀랐을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징계를 받았는데, 지금 둘째 아이를 가지니까 또 징계 이야기가 나오니 불안하다"며 "그동안 학교 생활하면서 '주의'나 '경고'도 한번 받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걱정을 했다. 그는 "첫째가 자라면서 아플 때면 혹시 임신했을 때 해임으로 인한 징계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한 가운데 힘들게 키우고 있다"며 "또 둘째도 그럴까 싶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안호형 교사는 "2년4개월 동안 조사받고 재판 받는다고 법원 등에 오고가고 하면서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 모르는데, 교육감이 '안타깝다'고 하는 말로 마음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며 "재징계를 한다는 것은 해당 교사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받은 고통만 해도 엄청났다"며 "지금까지 교사들이 받은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