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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피해 입은 보리밭 가보니... "이정도면 초토화"

[현장] 공우섭 전주농민회 사무국장 "수확하면 오히려 손해"

등록|2013.05.03 10:13 수정|2013.05.03 10:13
"밭 갈아엎을 때는 제대로 대우도 못 받는 농민 인생도 갈아엎고 싶은 마음인데, 갈아엎지도 못 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는 농민 마음을 누가 알아 주냐..."

▲ 저온피해로 손해를 덜기 위해 갈아엎은 보리밭. ⓒ 문주현


2일 오후, 저온으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해 피해를 입은 보리밭을 찾았다. 전주시 농민회 공우섭 사무국장의 안내로 찾은 곳은 군산 가는 길목인 전주시 덕진구 도도동 일대. 꽤 넓은 밭 중 일부는 초록빛으로 빛나야 할 보리가 보이지 않는다.

▲ 전농 도연맹 전주농민회 공우섭 사무국장이 저온피해를 입은 보리밭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 문주현


"2월에 눈이 많이 내리고 대부분의 밭에 눈이 녹지 않아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사실 갈아엎어야 덜 손해를 본다. 비료 값을 비롯한 부대비용이라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그래서 이미 밭을 갈아엎었다. 그런데 이제야 조사를 한다고 하니 갈아엎은 농민들은 속이 탈 것이다."

▲ 저온피해로 이삭이 여물지 못한 보리들.(표시부분) ⓒ 문주현


공 사무국장은 저온피해가 발생한 2월, 행정당국의 피해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농민들도 3월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행정당국은 현황파악에 그쳤을 뿐이다.

전북도는 뒤늦게 4월 3일 일선 시·군에 농작물 피해발생시 신속보고를 지시했다. 그리고 4월 중순 피해현황을 조사하여 4월 29일에서야 농림축산식품부에 피해현황을 보고했다. 그동안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지도 못했으니, 깨진 독에 계속 물만 붓고 있는 상황처럼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이삭 자체가 여물지 못한 보리밭. ⓒ 문주현


"전북도가 한 피해조사라는 것이 웃긴 것이 전주시는 동사무소에 하달을 했고, 동사무소는 이·통장들에게 피해상황을 보고하라고 하달했다. 이·통장이 과연 제대로 파악을 할 수 있었겠냐? 엉터리로 했지!"

전북도는 보리, 조사료(가축들이 먹는 조), 과실 재배면적의 전체 피해지역을 1만6106ha로 잠정 집계하고 보고했지만, 농민들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가본 도도동 일대에서도 저온피해로 발육이 부실한 보리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보리의 경우, 이삭이 아직 여물지 못한 것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수확을 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 늦은 것이다. 어떤 밭은 이삭이 아예 여물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사실상 올 보리농사를 망친 것으로 봐야한다.

▲ 저온피해를 입은 보리와 그렇지 않은 보리를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문주현


"1200평(0.4ha)이면 평균 2t정도의 생산량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1t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갈아엎지 않으면 손해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한편 작년 가을,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정읍과 김제 등지에서 철저한 조사와 실질적인 보상을 촉구하며 논을 갈아엎은 바 있다. 백수피해로 수확 자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논을 갈아엎어 정부에 대해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 결과,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백수피해에 대한 보상을 일정부분 받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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