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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

전 대원이 청년회원인 근흥서부방범대, 김종선 대장

등록|2013.05.03 14:28 수정|2013.05.03 14:30
작지만 큰 어촌마을 안흥·신진도. 이곳에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벌써 18년째 묵묵히 한 길만을 고집하고 있는 근흥서부자율방범대(대장 김종선)가 그렇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에 알싸한 갯바람을 선사하면 어둑해지는 어둠 속으로 나가는 남자들. 10개 조 총 40여명의 대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 방범순찰 길에 나서는 저녁 8시다.

하루 평균 4시간. 낮엔 생업으로 밤엔 동네일로 하루가 빠듯한 그들이지만 대원 대다수가 30대 혈기왕성한 나이들이다보니 이 정도쯤은 아직 문제없다는 기색이다.

▲ 김종선 근흥서부자율방범대장 ⓒ 이미선

올해로 8년차 방범대원으로 활동하며 제13대 방범대장직을 맡은 김종선(41, 근흥면 정죽5리, 안흥새마을금고) 대장. 지난 4월 26일 만난 김 대장은 근흥에서 자라 지금도 이곳에서 먹고 살고 있으니 방범대 활동도 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도 그는 정주여건이 나은 읍내생활을 고사하고 부인 황금녀(40)씨와 두 아들과 함께 정죽5리에 거주하고 있다. 내 가족, 내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살필 수 있다는 신념은 그의 마음과 전 대원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찐한 바다향내 그윽이 담은 사내들에게 '마을'과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은 올해도 변함없이 지켜진다.

그래서 근흥서부지대 대훈은 '범죄 없는 우리지역, 살기 좋은 우리 동네'로 이어진다. 마치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문구지만 이토록 지키기 어려운 단어들의 조합이 또 있으랴. 매일 같이 근흥중학교 10명의 학생의 귀가와 마을 내 해수욕장 도보순찰에 나서지만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키 위해 근흥파출소와의 공조도 빼먹지 않는다.

"이곳은 바다낚시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정박된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도난사고가 간간이 일어납니다. 늦은 시간인데다 인력이 없어 범인색출에 전전긍긍할 때면 개인적으로도 너무 아쉽고, 관광객과 주민들에게도 괜스레 미안해지죠."

근흥면은 지리적 특성상 총 3개의 방범대가 꾸려져 움직이고 있는데, 소재지 인근을 방범순찰하는 근흥면자율방범대(대장 박대일)와 정기적이진 않지만 마을 내 소소한 봉사활동을 책임지는 근흥면여성자율방범대(대장 진인자) 그리고 바닷가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근흥서부자율방범대가 있다.

이중 가장 젊고 활기 넘치는 근흥서부지대는 현 김진권 태안군의회 의장이 초대와 2대 대장을 지낸 이후 김관복(3대), 김덕구(4대), 김부언(5대), 오상철(6대), 김종서(7대), 최은규(8대), 박광렬(9대), 최은배(10대), 오동관(11대), 최장혁(12대) 그리고 현 김종선 대장에 이르기까지 김 대장 이전에도 총 11명의 대장들이 이 자리를 거쳐 갔다.

- 올해는 그간 숙원사업이었던 방범대 사무실 신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데. 
"4년 전부턴가요? 그 전에 쓰던 사무실이 계약 만료로 그간 대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나 번듯한 회의시설이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사무실 신축에 대원 모두가 공을 쏟고 있는 만큼 제 임기 내 숙원사업이 꼭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진도해맞이축제와 태안군수배 전국바다낚시대회, 국토해양부장관배 전국바다낚시대회, 꽃게축제 등 매년 대규모 전국 행사 때마다 대원 전체가 차량통제와 행사지원에 나선다.

"대원들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대부분이 낚싯배사업에 종사하다보니 바다라면 신물이 날 만도 한데, 야간 순찰 때면 어김없이 낮에 서있던 그 자리를 다시 찾죠." 

말을 끝까지 잇진 않았지만 대원 서로 간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근흥서부지대는 타 지대와는 달리 전 대원이 근흥서부청년회란 이름으로 또 한 번 뭉치고 있는데, 낮에는 청년회로 밤에는 방범대로 활약하며 마을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면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애틋한 봉사와 해안가 쓰레기 대청소로 안흥ㆍ신진항의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있는 근흥서부지대. 그들의 순항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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