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김재철 시즌2' 시작되나?

언론 시민단체, 김종국 MBC 사장 선임 규탄 기자회견 열어

등록|2013.05.03 13:29 수정|2013.05.03 13:29

MBC 김종국 신임 사장은 '제2의 김재철' 반발MBC신임사장에 김종국 대전MBC사장이 선임된 가운데 3일 오전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들이 여의도 MBC본사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김재철 전 사장과 결탁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한 김종국 사장은 '제2의 김재철''이라며, 김 사장을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를 강력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노조 MBC본부 이성주 위원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국 사장의 선임은 김재철 체제의 연장 시도라며 MBC 정상화에 역행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문진의 이번 선임은 자신들이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하고, 다시 김재철 전 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한 격"이라며 "이명박 정권에서 불거졌던 언론 장악 논란이 재현돼 이에 따른 사회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김종국 사장을 향해 "MBC 정상화를 위해서는 8명의 해직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며 "200여 명의 징계자 역시 본업으로 돌아 보내고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부역자... 석고대죄해야"

MBC(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2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김종국(58) 대전 MBC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뽑았다. 김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2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와 경제부를 거쳐 기획조정실장, 진주 MBC와 MBC경남 사장을 지냈다. 그는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지역방송국 사장을 맡으면서 '김재철 라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MBC 구성원들은 김종국 사장 선임을 우려했다. 이성주 MBC 노조 위원장은 "김재철과 다를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지만, MBC 노조가 보기에는 '김재철 시즌2'의 탄생"이라며 "김종국 사장은 엠비시를 망쳐놓은 '김재철 시즌1'의 조연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장은 "문화방송 노조는 '김재철 시즌2'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처음 조합 활동을 할 때처럼, 새로운 시작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한광 MBC 노조 부위원장은 김종국 사장 선임이 "공포 그 자체"라며 지난 경남MBC 사장으로 재직했을 당시의 김 사장을 떠올렸다. 김 부위원장은 "해고와 정직이라는 끔찍한 수단을 동원해 진주, 창원MBC를 강제 통폐합했다"며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의 하수인으로 벌인 악행이 이제는 MBC 사장으로서 어떻게 진화될지 두렵다"고 말했다.

MBC와 함께 지난해 노사 갈등이 이어졌던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언론탄압을 감행했던 이병순 KBS 전 사장은 1년 만에 토사구팽당했다"며 "김종국 사장이 1년 임기를 채우고 사냥개처럼 비참하게 종말을 고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제발 사냥개는 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김종국 사장을 선임한 방문진을 규탄했다. 박 대표는 "'혹시나 했는데 까놓고 보니까 역시나'였다"며 "김재철 부역자를 사장에 선임한 방문진 이사진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김 사장은 김재철 부역자로서 MBC를 망가뜨린 죄에 대해서 국민과 MBC 구성원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김종국 신임 사장은 '제2의 김재철' 반발MBC신임사장에 김종국 대전MBC사장이 선임된 가운데 3일 오전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들이 여의도 MBC본사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김재철 전 사장과 결탁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한 김종국 사장은 '제2의 김재철''이라며, 김 사장을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를 강력규탄했다. ⓒ 권우성


3일 취임한 김종국 사장, 공정방송 실현 약속

한편, 김종국 사장은 이날 오전 MBC 본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임기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김재철 전 사장과는 선을 그으면서 두 가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하나는 공정방송 실현, 다른 하나는 조직문화 변화다. 김 사장은 공정방송 실현과 관련해 "사실성, 불편부당성, 균형성 세 가지를 바탕으로 보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겠다"며 "공정방송은 사장직을 걸고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문화 변화와 관련해서도 그는 "지난해 170여 일 간의 파업은 MBC 내부조직은 물론 시청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며 "MBC는 노사관계의 문제를 철저히 진단하고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영진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지난 노사갈등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끼며 머리 숙여 사과의 말을 전한다"면서 "노조는 언론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데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