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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고집 세지는 이유, 뇌 때문이었어?

[서평] 박문호 박사의 <그림으로 읽는 뇌 과학의 모든 것>

등록|2013.05.03 16:57 수정|2013.05.03 18:19

책겉그림〈그림으로 읽는 뇌 과학의 모든 것〉 ⓒ 휴머니스트

뇌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뇌를 잘 쓰면 공부하는데도 이롭고, 감정과 여러 교감신경들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야 타는 사람과 고치는 사람이 각각 다르지만 뇌는 자기 자신의 몸 자체이니 더욱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얼마 못 가 사람들이 죄다 잠을 잔다는 것이다. 나야 차 창 밖으로 펼치는 광경을 보거나, 책을 읽곤 한다. 물론 나도 조금 읽다가 곯아 떨어지는데, 대체 이유가 뭘까? 닫힌 공간에 산소가 부족한 탓이다.

뇌를 활성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소와 영양분공급을 충만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뇌가 잘 돌아가고, 기억력 회전도 좋기 때문에 말이다. 그만큼 흡연과 술은 그 기능들을 약화시키는 주범이 될 것이다.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가로막기 때문에 말이다.

뇌는 그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과연 뇌를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사실 나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뇌에 관한한 전혀 문외한이었다. 박문호 박사의 <림으로 읽는 뇌 과학의 모든 것>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서야 뇌를 공부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척수액은 액체 상태로 둘러싸여 충격에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성인 뇌는 1400그램 정도 되는데 뇌척수액의 부력으로 50그램으로 가벼워집니다. 뇌를 세포배양기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중추신경계가 뇌척수액이라는 액체에 담겨 있는 상태이고, 산소와 포도당을 항상 공급해야만 생존하기 때문입니다."(22쪽)

이 사실 하나만으로 놀라웠다. 뇌가 물 위의 두부처럼 척수액에 떠 있는 것이라 충격을 받아도 괜찮다는 것 말이다. 책상에 부딪히거나 문에 머리를 찧어도 괜찮은 것도 다 그런 연유였던 것이다. 그러니 버스 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스르르 졸음이 몰려 온 것이었다.

책속 그림시각, 청각, 체감각의 일차감각피질의 채널형식 ⓒ 휴머니스트


이 책은 제1장 척수와 신경, 제2장 뇌간의 그물형성체, 제3장 소뇌, 제4장 근육운동의 생화학적 메커니즘, 제 5장 대뇌기저핵과 수의운동의 회로, 제6장 신경계의 진화와 발생, 제7장 반사회로, 제8장 변연계와 감정회로, 제9장 시냅스와 장기기억, 제10장 기억의 실체는 시냅스, 제11장 각성과 수면, 꿈의 메커니즘, 제12장 의식의 세계, 13장 언어와 고차의식, 그리고 14장 절대적 일체상태의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각각의 장을 나열하면 무척이나 딱딱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뇌 과학을 20년 넘게 연구해 온 박문호 박사는 그렇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인문과학을 달달달 외우다시피 하면 그때부터 뭔가 조합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어렸을 때는 언어를 익히기에도 힘들기 때문에 가벼운 것부터 하나씩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렵고 딱딱한 것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과학에 관한 그림을 이 책에서 설명해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것을 머리 속에 외우고 있을 때에 비로소 다른 상징체계나 기호체계도 쉽게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책속 사진베르니케 영역 ⓒ 휴머니스트


언젠가 박문호 박사가 강연한 걸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그때 우주는 중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그리고 전자기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다만 뇌는 전자기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이는 게 전부라고 했다. 이 책에서도 뇌의 전자기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것들의 상호작용으로 기억과 감정과 언어가 창출되고 활발하게 진행된다고 말이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학습이 줄어들면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의 수가 줄어듭니다. 잎이 다 떨어진 외로운 겨울나무가 되죠.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수십 단어에 불과하며, 몇 개의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하지요. 그러면 생각이 다양성을 잃고 자기 주장만 강해집니다."(514쪽)

이른바 나이 든 어른들의 언어감퇴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일명 '시냅스'에 관한 설명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감퇴하지 않으려면 그만큼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거나 낯선 곳을 여행하도록 권한다. 예측불허의 상황에 노출되면 예상치 않게 신경세포들이 촉진되고, 활발한 전자기장을 방출하여 지각과 감각과 언어를 더욱 촉진시킨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이 많은 장로 한 분도 언어를 쓰는 게 늦고, 쓰고 있는 언어의 다양성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때마다 중간에 나서서 내가 말을 생각해 주기도 하고, 또 띄워주기도 한다. 그러면 그 장로는 꼭 내가 쓴 단어를 따라서 한다. 그게 모두가 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늙으면 그 장로님을 닮아가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새로운 학문이나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일 것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해 보리라 다짐한다. 참 좋은 '뇌 과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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