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원고료로 수천만원 챙겼다고요?
[현장] <나는 시민기자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감동 먹은 사연
▲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전대원, 신정임,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이종필, 최병성, 김용국, 윤찬영. ⓒ 권우성
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장래 '스타 시민기자'를 꿈꾸는 100여 명의 글쓰기 지망생들이 모였다.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들이 책으로 못 다한 글쓰기 노하우를 서로 나누기 위해 독자들과 만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저자로 참여한 12명의 시민기자 중에서 9명이 한자리에 모여 2시간 동안 진지하거나, 혹은 명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독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기사로 수 천만 원을 벌었다고요?
아마도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는 첫 기사가 생나무로 처리되거나, 밤을 꼴딱 세워가며 의욕적으로 출고한 기사가 주목받지 못한 채 잉걸에 머물다 내려간 쓰라린 기억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명불허전. 이날 참가한 작가들은 이번 책이 처음인 사람도 있고, 이미 3권, 10권에 이르는 저서를 출간한 사람들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 원고료와 상금, 출판 인세 등으로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부수입(?)을 올린 저자도 있었다.
사실 이날 행사에서 오연호 대표는 특유의 유머(?)까지 섞어가며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버전의 예능형 대담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허언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날 대화가 예능방송의 재미와 교육방송의 학습효과를 낚아챈 수준 높은 생방송(이날 행사는 <오마이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다양했다. 저자들이 시민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나 행복했던 순간, 지금 시민기자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등.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비로소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저자들의 글쓰기 비밀노트를 정리해 보았다.
[#1. 김혜원]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 김혜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저는 취재원을 만났을 때 명함을 잘 주지 않는 편이에요. <오마이뉴스>에서 (기자증은 없구요) 명함을 만들어 주긴 했는데, 저는 명함으로 저를 설명하지 않고요. 명함을 주는 행위가 '나는 기자야'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시민으로 취재원을 만났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웃사람 만나면서 명함 주고 만나지 않거든요. 그렇게 눈높이를 맞추고 들어가면 당연히 취재 방법도 (시민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자가 취재를 해야지 취조를 해서는 안 되죠!"
[#2. 신정임] 직업기자도 아닌데, 사람들이 만나주기는 하나요?
▲ 신정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겁니다. 기존의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들 일색이잖아요. 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 이야기들 중에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잘 끄집어내느냐 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최병성] 다른 목사님들한테 욕을 엄청 많이 듣는다던데...
▲ 최병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그래서 저는 '강을 지키는 것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이고, 목사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일'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퍼져 나가면서 이제는 교단의 동료 목사님들로부터 제가 자랑스럽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고요. 쌀이며 곶감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하나님도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4. 이종필] 글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표현하셨던데...
▲ 이종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하지만 각자 개인사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일 사건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 중에서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 공감 될 수 있는 요소인가를 가려내야 하는데 그 포인트를 찾아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해체하고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내 재구성하고, 상황에 맞는 단어와 표현 심지어 기사의 리듬감(운율)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고된 감정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5. 이희동] 어떤 기사로 데뷔하면 좋을까요? 직업기자-시민기자를 비교한다면?
▲ 이희동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둘 사이의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체화하느냐 입니다. 직업기자는 객관성과 팩트 위주로 가야한다면, 시민기자는 객관성은 살리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솔직히 녹이는 게 중요하죠."
[#6. 김종성]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 주로 저녁에 쓴다고 했는데...
▲ 김종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저는 기사를 저녁시간에 쓰고 사진까지 준비한 뒤, 새벽에 일어나 두 번 정도 검토를 한 후에 편집부에 송고합니다. 예전에는 (글쓰기와 검토를 거의 동시에 해서) 곧바로 송고하니까 실수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철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7. 전대원] 인용할 때 저작권 문제는? 정치할 생각은 없나요?
▲ 전대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정치 입문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정치라는 것은 사실은 되게 좋은 직업이기는 해요. 정치란 쓰레기통에서 피는 장미이고,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쓰레기통에서 뒹굴 자신이 없었고 내 몸에 진흙을 묻혀가면서 꽃 하나를 피울 자신이 없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8. 김용국] 직장 생활이 빡빡해도 글쓰기와 연관이 없다고요?
▲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공무원이다 보니) 제 기사로 인해 내부에서 상당히 불편해 합니다. 때로는 비공식적으로 압력이 오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섣부른 기사를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더욱 완벽한 기사를 통해서 그런 압력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9. 윤찬영] 생애 최고 작품은 언제? 전문 분야도 경험도 없는데...
▲ 윤찬영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사실 저도 없는데요(일동 웃음). 사실 다른 분들은 책을 여러 번 내신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는 저도 20대에 책을 내고 싶었는데 이렇게 10년 만에 성사된 셈입니다. 독자님도 지금부터 한 분야를 열심히 개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시민기자다2>를 기대하며
그날 2시간의 분위기를 모두 기사로 담기는 어렵다. 그날의 생생했던 현장분위기는 다시 <오마이TV>를 통해서 확인하시길.
2015년 2월 <오마이뉴스>가 창간 15주년을 맞이한다. 이번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100여 명의 새내기 시민기자들 중에서 또다시 스타 시민기자들이 탄생하길. 그리하여 선배 시민기자들을 뛰어넘어 창간 15주년 기념 <나는 시민기자다2>의 저자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와의 대화'. ⓒ 권우성
▲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전대원, 신정임, 오연호 대표,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이종필, 최병성, 김용국, 윤찬영.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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