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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반구대 암각화 공약, 무산되나

새누리당·보수진영, 울산시 임시제방안 촉구

등록|2013.05.05 19:14 수정|2013.05.06 07:52

▲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 블로거 '반구대암각화 울산 다움'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막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새누리당을 포함한 범 보수진영의 반발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71년 동국대 탐사반에 의해 발견됐다. 하지만 이미 6년 전인 1965년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댐 수위가 높아져 물에 잠기기를 반복,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관련기사: <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8년째 말다툼만>)

보존문제를 두고 주무부처인 문화재청과 관리 지자체인 울산시가 10년 째 '댐 수위 조절안'과 '제방쌓기안'을 두고 이견을 벌이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제방쌓기안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우기 때면 수위가 60m에 이르는 사연댐이 상시적으로 52m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댐 수위를 조절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온 반면, 울산시는 그럴경우 물 부족이 예상된다며 반구대 암각화 80m 앞 대곡천에 높이 10~15m(해발 60~75m), 길이 450m의 둑(생태제방)을 쌓자고 맞서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앞에 제방을 쌓는 등 주변의 기본적인 환경이 훼손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사실상 어려워 지기 때문에 보수진영의 제방안이 관철되면 박 대통령 공약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부터 반구대 암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약한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반구대 암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할 만큼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박 대통령은 공약 이행을 위해 문화재청안을 찬성해온 변영섭 고려대 교수(고고미술사)를 여성 최초 문화재청장에 임명하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새누리당과 범 보수층이 문화재청안을 반대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공약 추진이 기로에 놓였다.

"토건사업 불과" vs "임시제방 먼저 쌓자"

울산시가 생태제방안을 고수하자 문화계가 문화재청 지원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29일. 환경운동연합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 김호석 암각화 박사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 부족은 근거가 없고, 생태제방안은 토건사업에 불과하다"며 울산시를 비난하면서 댐 수위 조절을 촉구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을 포함한 범 보수진영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임시제방을 우선 설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황우여 대표는 "암각화가 계속 침수된다면 앞으로 몇년을 견뎌낼지 모르므로 가장 급한 시간 내에 임시적으로라도 보존하는 방법을 택한 후에 영구적 보존책을 선택하자"며 임시제방안을 제안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1차적으로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해 임시제방을 검토해야 하며 문화재청도 수위조절만 대안으로 내놓지 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또한 김기현, 이채익 의원 등 울산지역 국회의원들도 제방안을 강하게 요구했다.

때를 맞춰 울산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한 1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보수단체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는 2일 입장을 내고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울산시와 협의해왔던 암각화 보존과 식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원칙과는 다른, 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를 분리해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울산시민의 생존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달라. 청정수원인 사연댐을 포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울산시의회 서동욱 시의장은 지난 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2013년도 제5차 전국 시․도의장협의회 임시회에서 생태제방안을 건설하자는 건의문을 내고 채택됐다.

그는 "울산시가 제안하고 있는 생태제방 조성안이 최적의 방안으로 나타났다"며 "중앙 정부와 문화재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이유로 울산시의 합리적 제안을 거부만 하지 말고, 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고 시민의 식수 생존권도 확보할 수 있는 생태제방 조성안을 적극 수용토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범 보수진영의 압박에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뜻대로 문화재청장을 밀어줄지, 보수진영 요구를 수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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