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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얼굴 꽁꽁 감추고 159일째 시위...왜?

[현장] 대양1리 주민들, 폐기물 매립장 반대 투쟁...부여군의회도 반대 결의문 채택

등록|2013.05.06 16:28 수정|2013.05.06 16:50

▲ 시위하러 나온 주민들이 나무를 다듬고 있다. ⓒ 김종술


▲ 지난 2월 집회에 주민들이 폐기물장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 김종술


'가정의 달'인 5월, 예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자식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야 할 고령의 노인들이 '산업폐기물 결사반대'란 문구가 새겨진 가슴띠와 머리띠를 두르고 마스크에 모자까지 푹 눌러 쓴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나타나면, 그가 누구든지 경계했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59일째 지정폐기물 매립장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1리 주민들의 모습이다. 지난 6일 찾은 사업 예정지에는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와 생존권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또 고령의 노인 10여 명이 모여 릴레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문제의 매립장은 충남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 산2-1번지 일대 81만1840㎡ 전체 토지에 사업면적 46만8958㎡, 조성 면적 28만7342㎡ 규모로 에어돔(Air Dome) 형태로 들어설 계획이다. 매립기간은 30년으로 총 매립가능용량은 789만5250톤이다. 매립장 인허가 부서는 금강유역환경청이고 최종 승인은 부여군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네 주민들이 이렇듯 얼굴을 꽁꽁 감춘 채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매립장 사업자가 주민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사업자는 올해 초부터 '(주민들의)사업 반대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농성에 참가한 주민들의 얼굴을 찍어 39명(업무방해 혐의)을 고발했다. 고발당한 주민들은 이미 부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사업자는 지역주민 16명에게 1인당 1억 35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외지인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겹지도 않은지... 매일 사진 찍고 시비 걸어"

▲ 옆 동네 주민이 응원 차 왔다가 돌아가자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김종술


농성에 참가 중인 한 주민은 "사진 찍으면 안된다, 사진 찍히면 사업자가 고발해온다, 고발을 어디서 배웠는지, 시골에 산다고 무시하는지 아무나 고발해 버린다"며 "그나마 구속된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혹시라도 누구 하나 구속이 된다면 우린 다 같이 죽을 것"이라고 두려운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자가)시정잡배도 아니고 지겹지도 않은지 매일 같이 찾아와서 사진 찍고, 시비를 건다고 하던데... 하여간 해도 너무하는 인간들"이라며 "논에 로터리도 쳐야 하고 풀도 베야 하고... 농사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일도 못하게 이 짓을 하고 있다"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또 다른 주민은 "매일같이 작게는 10명에서 100여 명까지 인근주민이 다 나오면서 집안은 개판이 되고 있다"며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말도 못했는데 서울 사는 딸내미가 어떻게 알았는지 농사를 못 지으면 생활비를 보내준다고 하면서 날 존경스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반대 집회) 나쁜 짓은 아니라는 생각에 떳떳하게 나왔다"라며 웃었다.

현장에서 만난 서창원 반대대책위 총무는 "한두 사람도 아니고 매일 나오는 주민들에게 미안해서도 빨리 끝나든지 해야지, 이 문제로 힘들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여러 사람이 우리를 지지하고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여군의회도 매립시설 설치반대 결의문 채택

▲ 부여군의회 은산 산업지정폐기물 설치 반대 결의장면 ⓒ 부여군의회


부여군의회는 지난 4월 17일 김민수 의원 외 10인이 발의한 '은산면 대양리 산업지정폐기물 매립시설 설치반대' 결의문을 지난 3일 부여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채택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부여군이 고대 백제가 융성했던 123년간의 백제수도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문화예술의 고장으로써 백제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이며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의 주산지임'을 강력한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한편 사업자는 자료를 통해 "매립장 사업을 통해 지역 토지 이용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면서 "대전광역시 서쪽 약 50km 지점으로서 부여 lC로부터 8km 부근에 위치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평택, 안산, 화성, 인천, 수원 등의 주요 산업단지와 연결이 가능해, 매립장 사업지로 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시설 설치 반대 관련, 부여군의회 결의문
우리 부여군은 1400여년전 고대 백제가 가장 융성했던 123년 동안의 고도로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본 고장이다. 선조들의 혼과 숨결을 담아 빚은 국보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를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 214점이 산재해 있는 백제역사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의 역사테마파크인 백제문화단지와 롯데리조트가 관광 벨트화되어 레저·휴양을 겸한 역사·문화·레저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부여군은 예로부터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기반으로 굿뜨레 8味로 대표되는 밤, 오이, 딸기, 메론, 토마토, 양송이, 표고, 수박 등 질좋은 친환경 농산물의 주산지다. 이와 같이 문화관광지역이면서 친환경 청정 농업지역인 부여군 은산면 대양리에 산업폐기물 매립시설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대해 우리 의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 부여군의회 의원 일동은 군민들이 조상들께 물려받은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주민들의 입장에서 의정을 수행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 부여군의회 의원 일동은 부여군의 경제적 기반이 문화 관광산업과 친환경 농림·축산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기반을 붕괴시켜 부여군을 황폐화시킬 것이 명확한 산업지정 폐기물 매립장 사업이 추진될 수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 부여군 의회 의원 일동은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부여군민의 쾌적한 환경권 확보와 문화 관광산업육성, 친환경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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