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윗선 개입 의혹, 김용판 "원칙에 맞게 했다"
퇴임 후 첫 공식 석상...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왜곡, 축소, 은폐한 혐의로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취재기자들의 "수사결과 발표에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공직생활 하면서 항상 원칙에 입각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거기에도 변함없이 투명하고 공정하면서 원칙에 맞게 했다고 자신한다."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말이다. 김 전 청장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자신의 저서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김영사)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사인회 도중에 그는 "원칙대로 했다"고 짧게 답했다.
"새누리당에 실시간으로 댓글 수사를 보고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물음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굳게 닫았다. "새누리당에 입당하나", "10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기자들이 가로막자, "업무 방해"라고 받아친 김용판
출판기념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사건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관심은 윗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청장에게 쏠렸다. 기자들은 우르르 몰려가 질문했다.
- 검찰의 국정원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하면은 업무방해 아닌가? 말할 게 없다"
- 모든 국민이 보고 있다. 한 말씀만 해달라
"오늘 이런 것(인터뷰) 안 한다고 했다. 이래도 소용없다."
열띤 취재 열기로 김 전 청장과 행사 진행요원 5명, 기자 20여 명이 뒤섞여 행사장은 한 순간 소동이 일었다. 기자들이 가로막자 김 전 청장은 "업무방해 아닌가"라며 "말할 게 없다"고는 대기석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리고 10분 후에 나온 그는 "끝나고 이야기하자"고 말해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전직 경찰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김기용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자리했다. 이외에도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과 양대웅 전 서울 구로구청장, 김영식 천호식품 대표 등 300여 명의 지인과 동료들이 함께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과 김정석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의 이름이 적힌 화환 50여 개도 행사장 내부에 세워졌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 사흘을 앞둔 12월 16일 3차 대선후보 토론이 끝난 오후 11시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대선 막바지에 김 전 청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노골적으로 줄을 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청장을 고발했다. 이후로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 도중 경찰 윗선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김 전 청장과의 연계설이 나돌았다.
지난해 10월에 출간된 김 전 청장의 책은 22년간 경찰 행정경험과 치안철학을 담았다. 지난달 2일 경찰에서 물러 난 후 재임기간에 쌓은 치적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 등을 추가해 개정판을 내 이번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 전 청장은 오는 15일, 고향인 대구에서도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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