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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당첨의 기회를 엿보고 있나요?

[리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당첨은 꿈꾸는가>

등록|2013.05.08 11:37 수정|2013.05.08 11:38

▲ 무용수들이 '당첨은 놀이다'를 표현하며 알록달록 의상에 자유분방하게 무대를 누빈다. ⓒ IPLab


'당첨'. 당첨이라고 하면 우선 로또 복권이 떠오른다. 하지만, '당첨'이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뜻하지 않게 얻게 되는 기쁨을 뜻하기도 한다. 아파트 당첨, 경품 당첨, 로또,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 운명 등등.

지난 5월 3일과 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당첨은 꿈꾸는가?(Does Lottery Dream?, 이승연, 김제민 공동연출)>는 작년 2012년 공연된 꿈 시리즈 1탄 -"태아는 꿈꾸는가?"에 이은 2탄으로, 사람들이 꿈꾸는 당첨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바탕으로 관객들과 '힐링'하고 공감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이 시작되면, 당첨에 대해 말하는 일반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이 보여진다. "당첨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첨이 되면 위험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모였다. 실제로 이 공연을 위해 SNS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당첨에 대한 정의를 모았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프로그램 지 뒷면에 실린 당첨에 대해 시민들은 "당첨은 게임이다", "당첨은 대박이다", "인생역전이다", "잭팟이다", "종교다", "남이다", "이기심이다", "확률이다", "삶이다", "미친 짓이다" 등 너무나도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대답들이 나온다.

▲ '당첨은 한방이다'를 표현하는 무대영상의 불끈쥔 주먹이 인상적이다. ⓒ IPLab


시작부엔 '당첨은 놀이다'를 표현한다. 무용수가 등장한다. 비트 있는 경쾌한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 알록달록 빨강, 녹색, 노랑, 파랑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강렬하고 자유분방하게 놀이를 표현한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경사져 내려오는 형태의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뛰고 구르고 달리고, 한마디로 왁자지껄하다.

이어 무대 뒤 벽면 영상에 잭팟이 잠시 나오더니 '당첨은 한방이다'라는 글과 함께 주먹에 종이 복권을 꽉 움켜쥐고 있는 만화가 보여 진다. 무대바닥 영상에는 오만 원권 수 백장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어 배우 이준규가 나와 로또의 어원은 'lottery(당첨)'라고 설명을 시작하면서, 스페인에서는 3만 원짜리 복권의 1등 당첨금이 3억 4천만 원으로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 동굴 벽화에서 여왕이 오른손에 든 것이 종이인데 그것이 복권일 것이라고 추정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화면에는 붓으로 쓴 '당첨은 비극이다'라는 글씨에서 먹물이 흘러 내려 어둠을 암시한다.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비극적인 고통을 표현한다. 저음과 몽롱한 중간음역, 스네어 드럼 같은 고음역 3개 층위의 음악이 암울하게 반복된다. 무용수들은 지금까지의 재기발랄하던 몸짓은 온데간데없이 고통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사선으로 기울어진 무대 바닥에도 고통과 비극을 상징하는 미니멀한 반복구조의 영상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 '당첨은 사랑이다'. ⓒ IPLab


당첨. 당첨을 흔히 생각하는 '대박' 혹은 그 이후의 '불운'으로 결론짓지 않고, 균형 있게 덤덤한 오늘 하루라고 그려낸 그 포인트가 좋았다. 다만, 공연 중간에 공연표를 추첨하여 당첨된 관객에게 현금상품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역시나 당첨되지 않은 자신의  운에 대하여 약간 씁쓸한 맛이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도 또다시 다가올 기회, 아름다운 나만의 미래를 꿈꿔보며 오늘하루를 선택하고 만들어나갈 수밖에 어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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