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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400명 육박하는데...정부, 관련예산 삭감

시민단체 반발 "120명 넘게 죽었는데 아무 일도 아니란 건가"

등록|2013.05.08 17:28 수정|2013.05.08 18:42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정밀추가조사 실시하라"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4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사건 발생 후 신고 접수된 사례가 총 359명에 사망이 112명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리 사각지대 운운하며 피해대책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지부가 무해하다고 밝힌 CMIT/MIT 성분이 환경부에 의해 작년에 유독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정밀추가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2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4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들을 긴급 구제할 예산안은 전액 삭감당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일 "최근 2주 사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사망 9건, 환자 23건을 추가접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구제기금 전액을 삭감해버린 박근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규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5월 8일까지 접수한 가습기 살균제는 모두 396명으로 사망 125명, 환자 271명이다. 환자들은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으나 기업은 소송을 이유로, 정부는 '근거법령이 없다, 예산이 없다, 소관부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결국 국회가 움직였다. 국회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정부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4월 30일 본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환경부 소관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긴급 구제하기 위한 예산 200억 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까지 집계된 피해자 374명을 사망자 유족, 폐이식 수술 피해자,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로 구분해 추정한 규모였다.

환노위는 심사과정에서 '정확한 피해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선 50억 원만 책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예산마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근거 법령이 없고, 소관부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전액 삭감된 것이다. 국회는 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예방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대폭 완화했다. 재계의 거센 항의에 무릎 꿇은 결과였다.(관련 기사 : 재계 반발에 힘 빠진 화학물질 관련 법안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결의안까지 냈고 (장하나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도 발의했는데… 사람이 120명 넘게 죽었다, 이게 정부냐, 국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환경보건법 등 기존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인데 안 하려고 해서 그렇다,소관 부처도 총리실에서 조율하면 되는데 도대체 총리실은 뭐하는 곳이냐"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치료비 등은 피해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최 소장은 "1심에서 이겨도 2심에 대법원까지 가면 몇 년씩 걸릴지 모른다"며 "그 사이에 환자들은 직장 잃고, 병원비 들고…오늘 오전에도 한 환자분이 '치료받고 오는데 택시비가 없다'고 전화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하수처리장 하나 만드는 것도 300억~400억 원씩 하는데, 가습기 피해자 구제는 아무 일도 아니란 것이냐"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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