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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수사과장 "어떤 압력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

8일 10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 검찰 수사 한 사이클 돌아

등록|2013.05.09 08:08 수정|2013.05.09 08:08

참고인 조사 받은 권은희 수사과장지난해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 실무책임자였던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8일 자정 무렵 '국정원 대선개입·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10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참고인 조사로는 이례적으로 긴 조사였다. ⓒ 권우성


8일 자정 무렵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얼굴은 지친 모습이 있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그는 '조사에서 어떤 사람이 무슨 지시를 했고 무슨 전화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했는가'라는 질문에 "네, 제가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 가급적 상세히,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권 수사과장은 지난달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경찰 윗선으로부터 수사 축소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권 수사과장에 대한 조사는 10시간 넘게 걸렸다.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이 차려진 서울중앙지검 15층에 이날 오후 1시30분경 출두해서 자정 무렵에야 나왔다. 피의자나 피고발인 신분이 아니 참고인 조사로는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은 "(권 수사과장에 대한 조사가) 길지는 않을 것이다, 길만한 내용이 없다"라고 밝혀 8~9시 경에는 끝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시간을 훌쩍 넘겼다. 권 수사과장이 적극적으로 진술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조사하는 분도, 조사받는 저도, 매우 성실히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이자 이번 국정원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도 했던 권 수사과장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찰 수뇌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했다. 그는 "수사과장으로서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분명히 부당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

▲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어떤 사람이 무슨 지시를 했고 무슨 전화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했는가'라는 질문에 "네, 제가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 가급적 상세히, 소상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윗선의 수사 축소 압력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 권우성


- 장시간 조사를 받았는데.
"제가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 가급적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 수사 은폐 의혹을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가.
"구체적인 내용은 관련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부적절하다."

- 오늘 추가로 가져온 증거 자료가 있는가.
"(위 답변과) 동일한 취지로 좀더 지켜봤으면 좋겠다."

-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찬가지 질문인데, 저희 경찰에서 진행했던 국정원 사건 수사도 현재 검찰에 송치돼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지켜봐달라."

- 축소 수사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가.
"관련해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했고,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

- 법조인이고 수사 실무경험도 있다. 민주당에서 김용판 서울청장을 집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본인 경험으로 볼 때 직권남용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는가.
"제가 아무리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수사 결과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제가 수사과장으로서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분명히 부당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 여기서는 말하지 못해도 검찰 조사에서는 어떤 사람이 무슨 지시를 했고 무슨 전화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했는가.
"네. 제가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 가급적 상세히 소상하게 설명했다."

- 조사가 길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상세하고 진술하려고 노력하고, 조사하는 쪽에서도 상세하게 조사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시간이 장시간 소요된 것 같다."

- 어느 부분에서 길어졌는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 경찰의 감찰 조사 내용과 오늘 조사 내용이 같은가.
"기본적으로 제가 문제제기 했던 부분을 위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를 했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오늘 조사가 이루어졌는가.
"수사 내용과 결과 부분은 지금 말할 수 있는 지위나 상황이 아니다. 답하기 곤란하다."

- 오늘 검찰 조사는 만족하는가.
"조사하는 분도, 조사받는 저도, 매우 성실히 열심히 노력했다."

▲ 출두한지 10시간이 지나 8일 자정 무렵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얼굴은 지친 모습이 있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 권우성


국정원 의혹부터 경찰 의혹까지, 한바퀴 찍은 수사

권 수사과장을 소환해 조사함으로써 특별수사팀은 여러 의혹을 한 번씩 다 들춰본 상황이 됐다. 수많은 고소 고발이 얽혀있는 이번 사건은 크게 네가지 줄기가 있다.

첫째는 사건의 시작이자 본류인 국정원의 정치·대선개입 의혹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 착수 초기부터 민아무개 심리정보국장과 이종명 3차장, 원세훈 원장을 한차례씩 소환조사했으며 사상 두 번째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15개 사이트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여러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두 번째는 국정원에서 고발한 내부 기밀 유출 의혹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2일 전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와 정아무개씨, 일반인 장아무개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세 번째는 민주당에서 고발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이다. 이 부분에서 권 수사과장은 핵심 참고인이다.

네 번째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에서 제기하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감금 의혹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첫째 의혹이 사실일 경우 해당사항이 없는 동전의 앞뒤 관계다. 경찰도 김씨 등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송치한 상황이어서 네 번째 혐의는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현행범을 체포하려는데 김씨가 저항한 상황이 됐다.

본격 수사 착수 3주일만에 각종 의혹에 대한 뚜껑을 모두 열어본 검찰. 수사는 점점 하이라이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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