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홍보가 뭐길래... 가로수가 죽어갑니다
대전문화재단, 가로수 32그루에 홍보 판넬 거는데 120여 개 나사못 박아놔
▲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가로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사시사철 시화전' 홍보 판넬이 가로수에 설치됐는데, 나사못이 박혀 있다. ⓒ 김종술
대전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사시사철 시화전'(대전문인협회 주관·대전광역시 후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최 측이 이 행사 홍보를 위한 판넬(60여 개)을 설치하면서 대전시 중구 대흥동 도로변 가로수 32그루에 못질을 했기 때문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곧바로 철거에 나섰던 한 광고기획사는 "보기 좋으라고 (가로수에) 설치했는데 민원이 들어와 철거하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던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활동가는 "시민으로부터 가로수에 나사못을 박았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로수 32그루에 60여 개의 판넬이 걸려있었다"며 "대전시와 관련 단체에 연락을 해서 (판넬을) 다 철거시키고 나무가 받았을 상처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재준 대전충남 생명의 숲 국장은 "당사자는 생각 없이 했다고 하지만 가로수도 사람과 같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사고가 난 은행나무는 구멍이 뚤렸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썩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요즘 가로수에 현수막이 걸리거나 가지를 잘라 분재처럼 만들어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제는 못까지 박아놨다"며 "이 행사에 참가한 시인들도 본인의 작품이 나무에게 고통을 주면서 걸리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철거했다... 가로수에 대해서는 향후 조치할 계획"
▲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의 가로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사시사철 시화전' 홍보 판넬이 가로수에 설치됐는데, 나사못이 박혀 있다. ⓒ 김종술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업체에서 잘 보이는 곳에 해주리라 믿고 맡겼는데 오전에 보고받고 바로 철거를 요구했다"며 "현재 모두 철거했으며 가로수가 받았을 상처에 대해서는 향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문인협회 관계자는 "광고사에 가로등에 달아 달라고 맡겼는데 가로수에 달아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가로수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글을 주셨던 선생님들도 좋은 뜻으로 그랬는데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