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은 거짓 보고, 청와대는 귀국 방치
청와대,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 의심... 구멍난 조직 기강
▲ 사과하는 청와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10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 중 발생한 사상 초유의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연루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사과했다. 하지만 홍보수석 명의의 4문장 짜리 사과가 전부였고,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일'로 규정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을 청와대가 사실상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 보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조직 기강에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개 숙인 홍보수석... "미국 측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
이남기 홍보수석은 청와대 대책회의 끝에 10일 오후 10시 40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와 자신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며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미국 측의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방미 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이번 방미를 성원해 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 귀국을 앞두고 하루 종일 대책회의를 거듭했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사건의 진상 파악과 함께 수습책이 집중 논의됐다. 결국 박 대통령의 귀국 직후 다시 대책회의를 열어 홍보수석 명의의 사과문 발표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네 문장 사과문에 "개인이, 개인적인 시간에 한 일"... 진정성 의심
하지만 이 수석의 사과문은 4줄짜리에 불과하고,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수위가 낮아 진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수석은 사과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수석은 추가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번 사건은 개인이 개인적인 시간에 한 것이다, 또 대변인은 공식 수행원이 아니라 일반 수행원"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던 홍보수석실이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후 24시간이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점, 또 사태 파악이 늦어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사실상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박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있었던 8일(현지 시각) 오전 9시 40분경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처음으로 윤 전 대변인 사건을 보고 받았다"며 "이후 윤 대변인과 통화에서 귀국 문제에 대해 언급이 나왔던 것 같다, (귀국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많지 않고 바로 다음 일정에 참석해야 해서 A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창중, 첫 보고 때 "그런 일 없다, 사실 무근" 거짓말
▲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수행중이던 윤창중 대변인을 전격 경질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기간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행 전용기 내에서 수행원 및 기자들과 인사를 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 뒤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모습이 보인다. ⓒ 연합뉴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이 수석에게 귀국하겠다는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개인 비용을 들여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귀국 비행기를 타고서야 이 사실을 보고 받았다.
또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에게 첫 보고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변인은 처음에 사건을 인지한 홍보수석실 A선임행정관이 성추행 사실 여부를 묻자 "그런 일 없다,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이후 이 선임행정관을 통해 사건 추이를 보고 받은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에게 "집안에 일이 있어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 후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 보고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귀국 여부도 윤 전 대변인에게 결정을 맡겼다.
A 선임행정관은 "미국 경찰에 소환돼서 조사 받는 수도 있고, 한국과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윤 전 대변인에게 말씀 드렸다"며 "이남기 수석에게는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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