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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미용실 보조들 "노예처럼 삽니다"

미용실 스태프 A씨의 고백... "시급 2700원에 툭하면 벌금"

등록|2013.05.16 16:25 수정|2013.05.25 01:30

▲ 부산 알바연대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부산 남포동 광복로에서 지난 9일 진행했다. ⓒ 배성민


지난 9일 부산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1만원 대시민 서명 운동을 부산 남포동 광복로에서 진행했다. 부산 알바연대는 지난 4월 말 오마이뉴스 기사 (관련기사 : 알바들이 부산고용노동청에 노란카드 던진 이유)를 통해서 부산고용노동청에 알바 노동자 근로감독 강화, 근로기준법 주요내용 사업장 게시,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요구하며 진행한 기자회견과 근로감독 관계자 면담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서명 운동이 한창이던 그날 미용실 스태프 직원이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와 쪽지를 전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쪽지의 내용은 미용실 스태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고, 꼭 기사로 써달라는 말이 남겨져 있었다. 부산 알바연대의 기획팀장인 필자는 쪽지의 내용을 조금 더 확인하기 위해 프렌차이즈 미용실 스태프인 A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달 벌금 때문에 휴대폰 정지 당해"

A씨에게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니 다른 번호로 답장이 왔고 이어서 전화가 왔다. 본인의 폰이 현재 정지가 돼 다른 사람 번호로 전화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핸드폰 사용이 정지된 이유를 물으니 "이번달에 지각, 결석, 조퇴 등으로 벌금을 많이 내다보니 폰 요금을 낼 돈이 없었다" 라고 말했다. 벌금의 액수가 얼마나 되기에 폰값을 못 낼 정도냐고 물으니 오전10시30분까지가 출근인데 1분 늦을 때 마다 1000원씩 벌금을 낸다고 했다.

"결석을 하면 하루 일당 3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해요. 그것 뿐이 아니죠. 30분 이상 늦어도 무조건 하루 일당 날리는 거죠. 미리 얘기해서 몸이 아파 병원 갔다가 늦어도 무조건 벌금을 내야해요. 하루 일당을 이번달에는 3번이나 날려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핸드폰 요금 6만원을 내지 못해서 정지가 됐어요."

A씨는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 30분까지 총 11시간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급은 약 2700원 가량으로 월급으로 90만원을 받고 있다. 현재 7개월째 일하고 있는데 미용실 원장이 6개월 뒤 월급 5만원 인상을 약속했지만, 이후에 "매상이 오르지 않아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미용실 스태프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게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들어가는 거라 교육받는 사람은 노동자라고 보지 않는 거죠. 디자이너 일 좀 돕고 어깨 건너 배워 너두 빨리 디자이너 되라고 말해요. 배우는 사람에게 온갖 잡일 다시키고 일주일에 1회 저는 월요일밖에 못 쉬어요. 이걸 3년 버티라고 하는데....."

그리고 스태프 교육을 본사에서 3개월에 한 번씩 실시하는데 매번 할 때 마다 교육비는 수강생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교육비만 12만원을 꼬박 내야 하고 재료비(가발, 매직기 등)도 평균 5만원 이상 들어 매회 교육비만 약 2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매번 교육 때마다 강사 평가를 받아,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또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고 재수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미용실은 교육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근데 월급 90만원 벌어서 3개월에 한 번씩 20만원 가량 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특히 주변에 타지에서 와서 자취를 하며 일을 하는 스태프들 보면 주거비, 생활비, 교육비 등이 많이 들어서 일을 그만 둘까 고민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3년간 버티면 디자이너, 아니면 알바 노동

3년간 이런 아픔을 버티면 미용실 스태프는 디자이너가 돼 월 평균 150만원의 임금과 고객과 시술에 대한 성과급을 받으며 그나마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처우를 못 버티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저와 함께 미용 고등학교, 미용학과(대학) 나온 친구들 중에 스태프 그만두고 이직한 사람 정말 많아요. 네일아트, 고깃집, 신발가게, 옷가게 등에 직원으로 입사해서 일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다들 힘들어요. 배운 게 미용인데 다른 일 하기게 쉽겠어요. 대부분 알바죠. 집에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나 네일아트나 옷가게를 차리죠."

A씨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미용실 원장에게 문제제기를 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있어요. 아침 조회를 저희는 매일 해요. 그때 모두 모여서 불만사항에 대해 얘기해요. 교육비를 일부라도 지원해 달라. 임금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스태프와 디자이너 언니들도 도와서 함께 문제를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원장님은 말이 안 통해요. 그러니 저희도 자포자기죠.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노동청에 신고할 생각도 했지만 미용 바닥이 워낙 좁아서 만약 혼자서 신고했다가 찍히면 이 미용실에서 잘리고 다른 미용실도 갈 수 없어요."

A씨는 미용고와 대학 미용학과를 나와 평생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꾸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힘든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면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미용학과 졸업을 위해 등록금 300만 원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2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미용실에 취직했는데 이런 대우를 받는 건 노예가 아니냐"고 말했다.

A씨의 소망대로 미용실 스태프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더디더라도 조금씩 만들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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