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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 재개 움직임에 밀양 다시 긴장

한전, 대국민호소문 낸 뒤 22일경 공사... 대책위, 8곳 농성장 활동 재개

등록|2013.05.16 08:30 수정|2013.05.16 08:31

▲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방침인 가운데 주민들은 공사 현장 부근에서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 마창진환경연합


밀양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오는 20일을 전후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방침인 가운데 반대 주민들이 농성을 재개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 24일 이후 중단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약 8개월 만에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은 올해 12월 상업운전이 예정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를 정상 운행하고 전력 수요에 맞추려면 공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공사 재개에 앞서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4월 24일 밀양을 방문해 지난해 1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고 이치우(당시 74살)씨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긴장 ... 8곳 농성장 재개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15일 오후 '촛불 미사'를 하고 한국전력의 공사 재개 움직임에 대한 대책회의를 했다.

밀양 부북·상동·산외·단장면 주민들은 농성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주민들은 공사장 입구 등 부근 8곳에 농성장을 설치해 놓았는데 한국전력의 공사재개에 앞서 농성을 재개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어떤 형태로 공사를 재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공권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전처럼 한 두 곳에서 공사를 벌이면 주민들이 막을 수 있지만 모든 공사장에서 한꺼번에 공사를 벌인다면 주민들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전력에서 공사 재개한다는 방침만 알려져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공권력을 투입해서 공사를 한다면 주민들은 더 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한국전력에서 공권력 투입 요청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전력이 공사를 한다고 해서 공권력을 바로 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송전탑 경과지 4개면 23개 마을 1484세대 1813명의 주민들이 공사 반대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송전탑을 땅 속에 묻는 '지중화'를 할 것과 용량을 765kv에서 345kv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현재 건설 추진 중인 울산-함양고속도로 공사노선을 따라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현재 기술로는 765kv의 지중화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여기 들어가는 재원만도 2조 원이 들어간다는 것.

또 최근 한국전력은 ▲ 송전선로 주변지역의 설비 존속기간에 걸쳐 매년 24억 원 지원 ▲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34m에서 94m로 확대하는 지원사업 입법화 ▲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25억 원에다 40억 원 증액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우리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대책위-경과지 주민 "결국 70대 노인들에게 전쟁 선포냐"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밀양 765kV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은 16일 낸 논평에서 "한국전력은 결국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한국전력은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6차례 간담회와 한전 사장의 7차례 방문할 시간 동안에 전문가 협의체를 통해 주민들이 요구한 대안을 검증할 수 없었을까?"라며 "한국전력은 왜 줄기차게 주민들이 요구한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있다가 결국 자신들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는가?"라고 따졌다.

논평에서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전력대란'의 모든 책임을 주민에게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8년 동안 밀양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에 속아왔고, 주민들 간 극심한 분열과 금전 매수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주민들의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귀한 목숨까지 앗아간 이 갈등의 책임은 간과하고 이제 와서 주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는가?"라고 밝혔다.

'밀양 갈등지원 협의회'에 대해 이들은 "한국전력은 지금 뜬금없이 지역 국회의원, 밀양 시장, 찬성측 주민들을 중심으로 '밀양 갈등지원 협의회'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며 "갈등지원이 아니라 갈등조장 협의회가 될 것이 분명한 분열 시도를 한국전력은 중단해야 하며,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은 다수 경과지 주민들의 편에서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사 강행 중단'과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전력은 12년 공기와 2조7000억 원 등의 정확하지 않은 자료가 아니라 분명한 기술적 근거와 시간, 비용을 밝혀야 한다"며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 한전은 기술 및 공사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기를 바란다. 이것이 공기업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우리를 막다른 곳으로 몰지 말라. 주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공사가 재개된다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막을 수밖에 없다"며 "공사 강행 시도는 70대 노인들에 대한 전쟁 선포에 다름 아님을 한국전력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에 이르는 90.5km 구간에 765kv급 송전을 설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울주․기장․양산․밀양․창녕에 모두 161기의 철탑을 세운다. 이중 밀양 4개면 22개 마을에 들어설 철탑은 52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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