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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한다더니..." KBS 어린이 독서왕 대회 여전히 '논란'

대전 학부모·교원단체 "독서진단평가 중단해야"... 교육청 "자율참여 지도"

등록|2013.05.16 16:34 수정|2013.05.16 16:34

▲ 전교조대전지부를 비롯한 대전지역 단체들이 16일 오전 대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을 독서시험과 경쟁으로 내모는 'KBS 어린이 독서왕 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논란을 빚어온 <KBS 어린이 독서왕 대회>가 '프로그램 편성 취소'에도 여전히 문제를 낳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독서진단평가 중단과 교육청의 책임 있는 지도를 촉구했다.

KBS한국어진흥원은 시도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KBS어린이독서왕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KBS는 자신들의 선정한 책 20권을 초등학생들이 읽고, 학교별로 독서진단평가를 실시, 학교대표를 뽑는 예선과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이 겨루는 본선 및 결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KBS는 이 과정을 녹화해 총 50회에 걸쳐 정규방송에서 내보낼 계획이었던 것.

그러나 학부모 및 교원단체 등의 반발에 부딛쳤다. 특정 도서를 읽게 강요하고, 또 그 내용을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비교육적'·'반교육적'인 장삿속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KBS가 선정한 도서에는 각 50문제씩 총 1000개의 문제가 수록되어 있어 이 대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들은 또 하나의 수험생이 되어야 하며, 심지어 선정도서와 그 예제가 수준이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반발이 확산되자 당초 이 대회에 후원을 하기로 했던 시도교육청들이 후원을 철회했고, KBS도 결국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학부모 단체 등의 비판 여론을 고려해 사업을 전면 수정, 정규프로그램 편성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선정도서 운영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KBS는 또 "선정도서를 바탕으로 한 학교별 독서왕 검증시험을 폐지하고, 학교별 개인별로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면서 "시도 교육청 후원도 받지 않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KBS의 방침에 따라 이번 독서왕 선발대회는 사실상 '폐지'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여전히 각 학교에서는 이 대회를 준비하거나 자체적인 '독서진단평가' 등을 실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지회와 전교조대전지부 등 대전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을 독서시험과 경쟁으로 내모는 'KBS 어린이 독서왕 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KBS는 이번 독서왕 선발대회를 완전히 폐지한 것이 아니라, 정규방송이 아닌 특집방송으로 편성하고, 예선과 본선, 결선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 다만 KBS는 선정도서는 예선에서만 독서유무를 판단하는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KBS의 변형된 형태의 독서왕 선발대회 강행과 학교별 독서진단평가 실시 중단을 적극 말려야 할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로 각 학교에서는 여전히 독서왕 대회 대비가 한창이라는 게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어린이독서왕대회'에 대해 KBS가 늦게나마 선정도서 운영 폐지와 독서검증시험 폐지 방침을 밝혔다"며 "그렇다면, KBS한국어진흥원은 시험 폐지를 학교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선정도서 판매를 즉각 중단하여 피해가 확대되지 않게 해야 하며, 교육청들은 학교와 학부모가 더 이상 혼란을 겪지 않도록 안내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그러나 비판 여론을 받아들인다고 한 KBS는 변경된 사업 운영 방침을 교육청과 학교에 전달했고, 교육청과 학교들은 다시금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독서검증시험'을 '독서진단평가'로 이름을 바꾸었을 뿐, 시험을 봐서 학교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끼리 경쟁시켜 방송 출연자를 뽑고 방송을 내보낸다는 애당초 계획에서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대전교육청에 참가학교들이 선정도서로 독서시험을 보지 않게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런데도 대전교육청은 KBS의 변경된 운영 방침을 각 학교에 그대로 전달하고 '이미 도서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학교별로 시험을 보게 했다"며 "대전시교육청은 학교를 'KBS어린이독서왕'을 위한 시험장으로 만들 속셈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전의 일부 학교들에서는 해당 학년 전체 학생을 시험에 참가하게 하고 'KBS어린이독서왕' 선정도서를 학급당 1질씩 구입하여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그 책들만 읽으라고 지도하고 있다"며 "대전교육청은 'KBS 어린이 독서왕' 사업에 학교를 동원한 책임을 지고, 관할학교가 '독서진단평가'를 치르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KBS의 변경된 방침을 정확히 각 학교에 공문을 통해 전달했고, 학교장 자율과 순수희망학생에 대해서만 참여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8일 KBS의 발표에 따라 '정규방송 미편성', '교육청 미후원', '선정도서 폐지'에 대해 정확히 각 학교에 공문을 통해 안내했다"며 "이와 함께 학교장 자율과 순수 희망학생에 한해서 독서왕 대회에 참여토록하고 절대 일괄참여하지 않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학교장 자율로 진행할 경우, 특히 정규교육과정 운영시간에 행사를 추진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했으며, 혹시 일선학교에서 혼선이 우려되어 오는 23일 학교장단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이를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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