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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200m 거리에 화상경마장이?

18층 건물의 화상경마장, 올 9월 입점 소식에 용산 주민들 반발

등록|2013.05.16 17:59 수정|2013.05.16 18:24
14일 오전 11시, 용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 용산역 옆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을 학교와 주거지 앞으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학부모, 주민, 구의원, 시민단체가 모인 것이다.

용산구는 2010년 5월 코란코 신탁주식회사가 '문화집회 시설, 업무 시설, 2종 생활근린시설'로 심의통과한 건물을 같은 해 12월 28일 마사회가 인수, 등기 이전했다고 한다. 지상 18층, 지하 7층 건물에 화상경마장이 2013년 9월 입점 예정이라는데 주민들은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전하기로 확정된 원효로 인근은 성심여·중고, 원효초, 남정초 등 학교가 밀집한 곳이며 일반주거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화상 경마장은 사행성이 짙은 사업으로 도심외곽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한복판, 학교와 거주지 앞에 확장 이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용산역 화상경마장이 원효로로 이전하는 것은 맞지만 이 모든 것은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것일 뿐 구청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한다.

성심여중·고와 경마장 거리가 학교정화구역(200m 이내)을 약간 벗어난 220m다. 교정에서 이 마사회 건물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학생들 등하교 버스정류장도 화상경마장 코앞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20~30분만 걸으면 영화관이 있어 단체 영화 관람도 하고, 주말이나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그 영화관도 이 화상경마장과 200m 거리다. 이제 아이들만 영화관에 보낼 수도 없고, 혹시나 도박하는 어른들을 보고 호기심에 화상경마장을 찾는 아이들이 생길까 걱정이 태산이다.

청소년 기본법 제7조(사회의 책임)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정화하고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교육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 도박은 나쁜 거 아냐?"
"나쁘지."
"근데 왜 도박장은 불법이 아냐? 왜 학교 앞에 오는 데도 허락해줘?"

도박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이 엄마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누가 이 질문에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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