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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없는 밥집' 새출발했지만 "희망과 절망의 반복"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 세상'으로 전환... "적자 계속 발생하는 상황"

등록|2013.05.22 15:39 수정|2013.05.22 15:39

▲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새출발 하는 문턱없는 밥집 ⓒ 오창균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실천하면서도 영리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남기고 또 다시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영업이익을 사회공헌에 내놓는 기업을 사회적기업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부각되면서 이 둘을 사회적경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돈 보다는 사람 중심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겠지만 한편으론, 갈수록 우리사회가 각박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정이 메마르고 양극화가 커질수록 '밥'이 갖는 힘은 매우 크다.

공생의 원리를 실천하는 '문턱없는 밥집'의 시작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일정소득의 이하를 버는 사람들이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독일의 '경계없는 식당' 이야기를 들은 변산공동체 설립자인 농부 철학자 윤구병이 설립한 '문턱없는 밥집'은 2007년 5월에 개점하였다. 그 후로 지금까지 형편이 되는대로 밥값을 내고(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점심을 먹는 식당으로 널리 알려졌다. 더구나 식재료는 모두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만을 이용한 건강한 먹거리라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땅을 살리는 생명농업을 하는 소농들의 자립기반이 되고자 하는 뜻도 담았다. 그것은 서로 같이 살자는 '공생의 원리'를 실천하는 밥집이라는 의미다.

밥집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건물은 민족의학연구원 재단의 소유로 밥집을 재단의 목적사업으로 정관에 포함시키면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2011년까지 사회적일자리를 지원받았다. 밥집이 추구하는 사회적목적을 실천하면서 인천에 2호점을 내기도 했지만 경영악화로 2호점은 2년만에 폐업을 했으나 1호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턱없는 밥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지난해말에 들려왔다. 우리 사회에 하나쯤은 있어야 할 밥집의 위기는 재단의 목적사업으로 넣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행정적인 실수가 뒤늦게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지적되었고, 1억6000만 원 이라는 추징금은 재단의 넉넉치 못한 형편에서는 큰 부담이 되었다. 이때부터 밥집에 대한 지원이 끊기고 지난해 9월에 재단 이사회는 수익이 나지 않는 밥집에 대한 폐점을 결정하게 된다.

▲ 문턱없는 밥집 내부 ⓒ 오창균


밥집을 살리는 불씨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의 시민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밥집 살리기 서명운동과 비상대책위 활동이 가속화 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들이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서울시 마을공동체기업이 됐다. 그러면서 자금 1억원을 3년간 무이자로 지원받아 밥집 공간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마련해 재단과의 협상을 통해 밥집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불씨는 살렸다.

재단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자립을 길을 찾아야 하는 밥집은 여러차례 대책위의 논의 끝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결의를 하고 지난 3월8일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 세상'의 창립총회를 가졌다. 기획재정부에 설립인가 신청을 냈고 현재 심사중이다.

지난 5월11일에는 '문턱없는 세상'의 사업단으로 재개점을 한 '문턱없는 밥집'을 축하하는 창립잔치가 열렸다. 마포구청장 시, 구의원을 비롯해 지역시민단체의 인사들과 윤구병 창립자와 조합원들이 밥집의 새출발과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일 주방장으로 참여하기로 하였으나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밥집의 단골손님을 이사장으로 선출하다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 세상'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엄민영(50)씨는 인근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밥집의 단골손님이었다. 폐점 소식에 비상대책위에 참여하게 되었다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지난 5월18일에 밥집을 찾았을 때 손님맞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에게 밥집의 경영과 자립에 대한 방안 등을 물었다.

"솔직히 하루는 희망으로 하루는 절망이 반복되는 두 달간의 일상이다."

희망과 절망이 반복된다는 일상에서 현재 밥집의 어려움과 중책을 맡은 그의 고뇌가 무거운 바윗돌을 버티고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점심을 나눔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적자를 저녁에 보전하는 방식으로는 자립가능성을 30%로 낮게 보는 엄 이사장은 앞으로 몇 달간 사업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현재의 적자구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밥집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하면서 지속가능한 운영방안을 찾는 것이 고민이라고 한다.

토요일에는 평일보다 손님이 적은 날이라고 하는데 점심 때가 되자 혼자 또는 두세명의 손님들이 조용히 밥을 담아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아이 두명을 데리고 온 가족도 보이고 처음 온 손님인 듯 물어가면서 밥을 담기도 한다. 가끔씩 울리는 전화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려는 듯 길을 묻는 이에게 전철과 자가용 이용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 단골손님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엄민영씨. 두달동안 하루는 희망으로 하루는 절망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오창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손님들이 물러가는 시간 때가 되어서 발우공양 형식의 빈그릇을 실천하는 밥집의 방침에 따라 신선한 채소와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먹은뒤, 누룽지 숭늉과 절임무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나서 엄 이사장의 이야기를 다시 경청하였다.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월매출 2000만 원, 일 100만 원 매출은 올라야 하는데 평균 70만 원도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적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상적인 고용을 못하고 참여자들은 12시간이나 되는 노동을 자기희생으로 감당하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그렇게 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재 밥집의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참여자들에게 자기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엄 이사장의 속내에서 복잡한 심경이 읽혀졌다.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출자를 할 수 있는 조합원을 모으는 것이 방법이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적목적의 가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밥집을 넘어서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그는 올해에 점차적으로 적자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들이 만들어지고 가능성이 보인다면 '문턱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사업을 시작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하루의 일상이 희망과 절망이 교차된다는 지점이 여기인 것 같았고, 그의 심정이 이해되면서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밥집

위기의 밥집을 살려내느라 많은 동력을 쏟아부은 비상대책위를 거치면서 운영이사진 모두가 많이 지쳐있는 것 같다. 새롭게 출발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 세상'에 대한 격려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대기업 소니(sony) 구내식당에 입점한 사회적기업의 식당은 저칼로리의 신선한 채식 식단만을 내놓고 가격도 다른 식당에 비해 비싸지만 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이유는 내가 먹고 지불한 밥값의 일부가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한끼 밥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채식 식단만을 고집하는 것도 경제선진국들의 과도한 육류소비로 인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식량난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문턱없는 밥집'이 추구하는 사회적목적의 가치도 '나눔과 비움의 밥상공동체'이다. 내가 낸 밥값이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와 밥상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행복하지 아니한가?

▲ 나눔과 비움의 밥상공동체 상징이 된 친환경유기농채소의 비빔밥. ⓒ 오창균


덧붙이는 글 문턱없는 밥집: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101호.(2호선 합정역 2번출구에서 도보로 약 6분거리) CMS후원과 조합원 가입문의는 (02)324-4190 email:moontuksar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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