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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윤도현의 연기, 이젠 볼만 하네

[리뷰 Flashback. 16]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록|2013.05.21 09:54 수정|2013.05.21 09:54

▲ 뮤지컬 '수퍼스타'의 한 장면. ⓒ 설앤컴퍼니



무겁고 장중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발칙하고 파격적이지만 우아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 4월 26일~6월 9일-샤롯데씨어터)는 국내에서 '종교 뮤지컬'이란 오해 때문에 그 진의가 왜곡됐던 작품이다. 2013년 뮤지컬 '수퍼스타'는 흐려졌던 원작의 비판적 해석을 되살리고, 뛰어난 배우들과 아름다운 음악을 더해 펄떡이는 에너지로 무장해 돌아왔다.

뮤지컬 '수퍼스타'는 '지저스'의 죽음 전 7일을 담는다. 세기의 배신자 '유다'는 '지저스'의 뜻을 따랐던 불쌍한 존재로, '지저스'는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수세기에 걸쳐 각인돼 온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력이다.

▲ 뮤지컬 '수퍼스타' 중 지저스(박은태)를 배신하는 유다(윤도현). ⓒ 설앤컴퍼니


'록 스피릿', 카타르시스의 극대치

뮤지컬 '수퍼스타'는 록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의 극대치를 이끌어낸다. 음악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뮤지컬 '아이다', '라이언킹' 등의 작사가 '팀 라이스'의 호흡으로 탄생했다.

20세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25세의 '팀 라이스'가 젊음과 패기로 만들어낸 음악은 살아 꿈틀대는 '록 스피릿' 그 자체다. 특히,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선율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록 음악의 특유의 비트감과 화력을 잃지 않는다. 상반되는 두 정서의 충돌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으로 관객의 정서를 쥐고 흔든다.

'천재 아티스트' 정재일이 편곡한 음악은 이번 프로덕션의 성과 중 단연 가장 큰 성과다. 그는 멜로디에 담긴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내 극의 이해도를 높였다. 극 초반부터 강렬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좌중을 압도하는 '마음속의 천국'과 록 비트의 타격감에 합창이 어우러져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THE TEMPLE', 피아노 선율로 처연하게 시작돼 감정의 끝으로 몰아치는 '겟세마네' 등이 인상적이다. 한국 프로덕션은 이번 편곡 작업으로 다른 프로덕션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무기를 갖추게 된 셈이다.

뮤지컬 '수퍼스타'는 원작의 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해 관객에게 돌려준다. 이지나 연출가는 이번 공연으로 세월과 함께 바래진 원작의 색감을 복원해 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심플한 무대, '록'의 질감을 살린 음악, 원작의 발칙한 해석을 모두 두툼하게 무대 위에 구현했다. 하지만 영어 가사가 유난히 많은 번역 작업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 영어 가사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굳이 그렇게 많은 영어 가사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 뮤지컬 '수퍼스타'의 한 장면. 지저스(박은태)에게 향유를 드리는 마리아(정선아)와 그것이 못마땅한 유다(윤도현). ⓒ 설앤컴퍼니



등골 쭈뼛하게 만든 주연 배우들의 열연

위력적인 가창력의 배우들은 '록 스피릿'을 거침없이 무대 위에 쏟아낸다. 박은태는 뮤지컬 '수퍼스타'의 제작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지저스' 역으로 회자됐던 배우다. 그는 물속을 유영하듯 걷는 걸음부터 은은하지만 단호하게 풍기는 카리스마까지 '지저스'의 풍모를 성실하게 그려냈다. 박은태는 록 발성으로는 고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여 등골이 쭈뼛 서는 전율을 선사했다.

'유다' 역의 윤도현은 '록 뮤지컬'의 생명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거칠게 몰아치는 그의 노래는 터질 듯 팽창하는 '유다'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의 전작들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연기력도 이 작품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다. 배신자의 운명 앞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유다의 죽음'은 배우로서 성장한 윤도현을 목격할 수 있는 명장면이다.

'마리아' 역의 정선아는 군더더기 없이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쳤다. 비교적 적은 등장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명곡 '어떻게 사랑하나'를 절절하게 소화해냈다. '헤롯' 역의 조권은 뮤지컬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담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자칫 지나치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대중 뮤지컬'의 깨알 재미를 전했다. 하지만 3명의 제사장과 시몬 등 조연들의 활약은 그다지 든든하지 못했다. 맞지 않는 음역대와 악화된 목 상태로 소화하는 뮤지컬 음악은 오히려 무대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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