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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속담]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이 무렵 바람 차고 쌀쌀하다는 뜻... 풍속은 '봉숭아 물들이기'

등록|2013.05.21 13:52 수정|2013.05.21 13:52

▲ 소만(小滿) 절기부터는 여름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 정연화기자


오늘(21일·화)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뜻을 지닌 절기, 소만(小滿)이다. 소만(小滿)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며 대개 양력으로는 5월 21일 전후다.

과거 조상들은 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었다. 냉이나물은 없어지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띤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따르면 "(음력)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다. 이때부터는 여름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 무렵, 농촌은 모내기 준비로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 등이 줄을 잇는다. 보리 싹이 성장하고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서둘러 모내기 준비에 나서는 때다.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기간이 예전에는 40~50일 걸렸지만 현재의 비닐 모판에서는 40일 이내에서도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는 모내기가 시작돼 일년 중 제일 바쁜 시기로 접어든다.

소만 절기는 여름의 문턱인 관계로 모든 산야가 푸르게 변한다. 하지만 대나무는 푸른 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인데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고 부른다. 이때는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이 별미다. 늦봄에서 초여름인 이때 냉잇국을 많이 해먹는다.

소만 무렵에 행하던 풍속, '봉숭아 물들이기'

또 보리가 익기 시작하는 시기로, 보리는 밀과 함께 여름철 주식을 대표한다. 보리가 익어가는 가운데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댄다. 과거 '보릿고개'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편 이 시기에는 가뭄이 들기도 해 예로부터 이때를 대비해 물을 가두어 두고 모내기 준비를 했다. 반면 남해안 지방은 비가 잦고 때로는 초여름 장마기로 접어든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가 있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라는 속담도 전한다. 따라서 소만 절기에는 기온변화에 주의해야 하고 비가 온 뒤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행했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다. 봉숭아가 피면 꽃과 잎을 따서 백반이나 소금과 섞어 곱게 빻은 다음 손톱 위에 얹고 비닐로 동여 매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풀면 손톱은 빨갛게 물이 든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이때가 바로 여름의 문턱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시기였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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