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빠진 6개월 영아...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
어린이집에 맡긴 뒤 2시간 만에 뇌사... 외상 없지만,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관찰
▲ 건강했던 생후 6개월 된 남자 아기가 어린이집에 맡겨진 지 두 시간여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병원 검사 결과, 특별한 외상은 없지만 뇌출혈과 왼쪽 두개골 골절, 양쪽 망막에 출혈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 진단을 내렸다. 사진은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 군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의 한 장면. ⓒ 경남마산동부경찰서
건강했던 생후 6개월 된 남자 아기가 어린이집에 맡겨진 지 두 시간여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병원 검사 결과, 특별한 외상은 없지만 뇌출혈과 왼쪽 두개골 골절, 양쪽 망막에 출혈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으로 추정진단을 내렸고, 김군은 현재 43일째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shaken baby syndrome·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뇌가 머리에 고정이 돼 있지 않은 시기인 영아기에 아이를 심하게 흔들거나 떨어뜨릴 경우 뇌나 망막에 손상이 오고 출혈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은 심하면 사망에 이르고, 생존할 경우에도 실명하거나 사지마비, 지적장애, 성장장애, 간질 등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21일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달 9일 낮 12시 2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아파트 가정어린이집에 맡겨진 생후 6개월 된 김아무개군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김군은 심장 박동이 멈춰진 상태였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날 김군의 어머니는 오전 10시 10분께 자신의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 약 1시간 뒤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분유를 먹고 잠든 아기가 오랫동안 잠에서 깨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확인한 결과,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119 구급대에 전화를 한 뒤, 김군을 품에 안고 같은 아파트 3층에 있는 김 군의 집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어 다시 어린이집으로 되돌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보육교사는 구급대를 기다리며 어린이집 내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했고, 신고 접수 후 20여 분 뒤 도착한 119 구급대는 김군을 병원으로 옮겼다.
외상 없는 김군, 뇌출혈과 왼쪽 두개골 골절
김군의 어머니는 이날 오전 김 군을 어린이집에 맡기기 전 병원에서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김군의 부모는 어린이집에 맡긴 후 불과 2시간 만에 아기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건 발생 3주 뒤인 지난 2일 지역 아동보호기관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경남마산동부경찰서에 제출했다.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아기가 혼자 방에서 잘 자고 있었는데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해 가보니 움직임이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맡은 경남마산동부경찰서 담당 경찰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보육교사가 아기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김군의 집으로 향할 때 아기의 목을 제대로 받쳐 주지 않아 아기의 목이 이리저리 힘없이 꺾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이 발생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목이지만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은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단정내리기는 어렵다고 경찰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병원 측의 정밀검사 결과 김군에게 외상은 없었지만 뇌출혈과 왼쪽 두개골 골절, 양쪽 망막 출혈 증상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 같은 검사결과를 종합해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이라고 추정진단을 내렸다.
김군의 담당의사인 이주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 아기의 경우 양쪽 망막에 출혈이 있는데 이 경우는 흔치 않다"며 "보통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의 경우 이렇게 출혈이 특정 위치에서 분포된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 쪽에 두개골 골절도 있는데 떨어뜨려서 그런 건지, 흔들어서 골절이 생긴 건지는 이유를 확실히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셰이큰 베이비 신드롬의 경우 대부분 심하게 흔들어 생기는데 예외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오래해서 생길 수도 있다"며 "만약 바로 사망했다면 뇌 조직 검사를 통해 원인을 분명히 알 수 있었겠지만 지금 경우는 원인을 분명히 알기 어렵다"말했다. 아울러 "병원 이송 당시 심장이 멎은 상태였는데 저산소증이 오래됐을 경우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보통 영유아 뇌사의 경우 2주에서 한 달 내 대부분 사망할 만큼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어린이집에서 김군을 상대로 가혹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에 있다"며 "해당 어린이집 교사와 아기 부모, 의료진 등 관련자들을 통해 필요로 한 자료들을 모으고, 순차적으로 현장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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