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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지역경제 활성화, 인근 농촌에 비책이 있다?

[서평] 소네하라 하사시의 <농촌의 역습>

등록|2013.05.22 10:00 수정|2013.05.22 10:00

책겉그림〈농촌의 역습〉 ⓒ 쿵푸컬렉티브

엊그제 평소 알고 지낸 동료 목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주제는 '어떻게 하면 목포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을까'였다. 주된 초점은 그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고, 지역 공산품을 가까운 농촌 지역에서 소비한다면, 그만큼 목포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목포시에 속한 사람들은 가까운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고, 또 인근 지역의 농촌 마을은 목포시의 생산품을 사다가 쓴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도와 해제, 망운과 무안 사람들이 여러 공산품을 목포에서 가져다 쓰고, 목포 사람들은 그곳 농산물을 직거래로 이용하면 값도 쌀 뿐더러 무엇보다도 신선한 제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료 목사는 인구가 60만일 때나 그게 가능하다며 핀잔을 주었다. 과연 그럴까? 깊게 생각해 보면 그런 부분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목포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말이다. 인구가 20만 명 밖에 안 되는데 어찌 공장을 세우겠냐며 나를 구박했다. 물론 선박 공장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 역시 하강곡선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 없이도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소네하라 하사시의 <농촌의 역습>에는 그 해답이 담겨 있다. 비록 이 책은 귀농과 귀촌의 신화를 일군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농촌과 가까운 도시 지역의 발전을 꾀할 방안도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여 100조 원, 그리고 1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비법 같은 것 말이다.

"식량 자급률 40%, 목재 자급률 20%, 에너지 자급률 4%라는 일본 경제 기반의 취약함이 앞으로의 세계 인구 폭발로 인해 대두될 것은 아닌지, 또한 미래에 일본은 식량부족, 목재 자원의 부족, 에너지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은 아닌지 저는 불안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의 일을 계속하면서 이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45쪽)

그렇다. 금융 컨설턴트를 꾸려나가던 그가 1994년에 도쿄를 떠나 '야마나시' 땅을 사들여 새로운 농촌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버블 경제 붕괴 후 불량 채권 문제가 심각해지고, 일본의 나라 안팎에서 부동산 붕괴가 불어 닥치던 바로 그 시점에 말이다. 식량과 목재자원과 에너지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그는 불안을 떨쳐보고자 장기적인 관점으로 '농업'을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본래 '나가노'가 본가였던 그가 왜 '야마나시'를 선택했을까? 그는 두 가지 이유로 그 지역을 택했다. 하나는 농촌자원 활용사업을 실천하기 위한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 또 하나는 소비지인 수도권에서 차로 2시간 거리 이내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 때문. 이른바 앞서 말한 목포라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가 어떤 순서대로 일을 진행했을까? 우선 그곳에 있는 100평의 농지를 사들였고, 그 땅에다 고구마,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파 등 여러 야채를 심고, 또 벼농사도 시작했다. 그런 다음,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새로운 이주자 조합을 만들었고, 별장지에 장작 난로와 여러 장작들을 팔았다. 그리하여 이주 5년 째엔 사업 수입으로 1000만엔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우리도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개간 자원봉사에 신청을 해올 것인지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리 놀랍게도 전국에서 총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해 왔습니다. 당시는 취업 빙하기였습니다."(72쪽)

2004년에 벌인 '도시 청년들의 휴경지 개간을 위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다. 2003년은 닛케이 평균 주가가 600엔대로 떨어지던 심각한 불황기였는데, 그때 도시 주민 중 230%가 농촌을 지향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 시점이라 그런지 시골의 휴경지 개간에 도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보다 더 거대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른바 '한계군락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 말이다. 어떻게 하면 시골 농촌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또 도시 사람들로 하여금 이주하여 함께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가, 하는 방안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가 보다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 사업은 그런 것이었다. 이른바 '하나마메 몽블랑'이라는 케익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농장'을 시작한 것, '에가오 농장'에다 농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는 것, 아파트 거주자를 상대로 '모내기 체험 투어'를 진행한 것, 여러 워크샵을 통해 '국산 목재의 활용 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일 들이 그것이다. 그만큼 사람을 불러들이고,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투자보다 긴축경제에 심을 쏟고 있다. 머잖아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버블경제 붕괴가 닥쳐올지도 모른다. 주가가 폭락하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식량과 목재자원과 에너지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릴지 누가 장담하랴?

어쩌면 지금부터라도 그 일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바로 농촌기업을 되살리는 것 말이다. 설령 그런 일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농촌과 도심을 잇는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이 이 책에 있으니, 뭔가 새로운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목포 땅의 지역경제도 충분히 가미된 부분이니 깊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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