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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탕탕평평> 사과는 0점, 다시 하세요

[이봉렬의 첨삭 뉴스]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과

등록|2013.05.22 10:57 수정|2013.05.22 11:09

▲ 21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의 '5·18 북한 개입설' 사과방송. ⓒ 채널A


"만약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드립니다.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해서 다시 사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 21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방송 중 일부.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 방송을 사과했군요. 그런데 김광현씨, 만약에 말입니다. 한 방송에서 가명의 일베회원을 불러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사실 일베가 써 준 대본으로 만드는 프로에요. 스탭 중에서 머리 긴 애들은 다 일베회원이에요. 그게 들통 나면 채널A는 방송 취급도 못 받을 거에요'라는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놓았다고 해 봅시다.

어떨 것 같아요? 그냥 마음만 다치고 말 것 같아요? 당장 그 방송사를 찾아가서 근거를 내놓으라며 멱살이라도 잡지 않겠어요? 민사든 형사든 당장 고소하는 건 당연하구요. 채널A의 모든 프로를 다 동원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할 거에요. 맞죠?

김광현씨가 지난 15일 가명의 탈북자를 불러서 "방송사 최초 광주 투입 북한군 인터뷰"라고 내놓은 게 딱 그 짝이에요. 전 소설을 썼지만 김광현씨는 실제로 그런 방송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방송내용이 제 소설보다도 더 현실성이 떨어져요. 오죽했으면 그 "방송사 최초의 인터뷰"를 계열사인 <동아일보>조차 비판하고 나섰겠어요?

종편이 적은 제작비로 시청률을 높이려다 보니 다들 막장으로 치닫는 거 알지만 그 막장 안에서도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에요. 그날 김광현씨는 방송인이 아니라 일베 회원처럼 보였어요. 익명 뒤에 숨어 자극적인 걸 내놓고 거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그래도 어제 사과는 했네요. 사과 내용을 볼까요?

"만약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드립니다."

여기서 "만약에"가 왜 나와요? 만약은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에"라는 뜻이에요. 그 방송보고 마음 다친 사람이 없을 거라고 기대하는 거에요? 뒤통수를 망치로 내려쳐 놓고 "만약에 아팠다면 사과한다"고 하는 격이잖아요.

사과, 제대로 해야죠. 뉴스 시간에 사과문 전문이 자막으로 올라왔던데 거기에는 "만약에" 따윈 없었어요. 문제의 그 방송은 뉴스 시간에 한 게 아니라 김광현씨의 <탕탕평평>에서 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김광현씨가 책임지고 해야죠. 사과에 진심이 안 담기니 "만약에", "~라면" 같은 조건이 붙는 거잖아요. 사과하기 싫은 사람이 억지로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요.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과에 점수조차 주기 아까워요. 이번 사과는 0점 처리할 테니 다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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