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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주파수' 경쟁에 소비자 뒷전... "속도보다 요금!"

'KT 광대역 선점' 놓고 신경전... 이통사간 '담합' 우려도

등록|2013.05.22 17:53 수정|2013.05.22 20:45

▲ 21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3층에서 열린 '월드IT쇼' 개막식.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부터),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석채 KT 회장이 나란히 서서 테이프 절단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좌 KT, 우 SKT.' 지난 21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3층에서 열린 '월드IT쇼' 개막식.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사이에 두고 이석채 KT 회장과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좌우에 나란히 섰다. 이날 이 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른바 '황금 주파수'를 놓고 양사의 신경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2년 전 '황금주파수' 전쟁 재발... 'LTE 광대역' 선점 경쟁

미래부는 6월 1.8GHz 대역 할당 공고를 마치고 8월께 주파수 경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대역은 SKT·KT를 비롯해 전 세계 LTE 서비스 40%가 이뤄지고 있어 해외 로밍과 단말기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 2년 전인 2011년 8월 첫 주파수 경매 때도 이 대역 20MHz폭을 놓고 SK텔레콤과 KT가 9일에 걸친 '베팅 전쟁'을 치른 끝에 SKT가 1조 원에 육박하는 9950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번엔 광대역 서비스 이슈도 추가됐다. 이통3사는 기존 LTE(최고속도 75Mbps)보다 2배 빠른 LTE-A(어드밴스드)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서로 인접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 속도 경쟁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통사 주파수는 10MHz 단위로 흩어져 있는데 20MHz폭으로 묶게 되면 최대 2배까지 속도 향상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큰 쟁점도 KT가 보유한 1.8GHz 대역(20MHz폭)에 바로 붙은 인접대역(15MHz폭) 경매 여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할 경우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먼저 LTE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돼 자신들이 경쟁에서 뒤진다며 '공정 경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KT는 주파수 효율적 이용을 앞세워 인접대역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통3사 언론플레이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최문기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자들 이해 때문에 너무 과열되고 있고 어제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KT는 다음날 열려던 주파수 관련 기자 설명회를 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KT "인접대역 경매 왜 막나".... SKT-LGU+ "경쟁사 죽이기"

▲ 방통위(미래부)가 지난 2월 내놓은 주파수 경매 3가지 방안. KT 주파수 인접 대역인 'D블록' 경매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KT는 3안을 선호하는 반면 SKT-LG유플러스는 D블록 경매가 빠진 1안 선호하고 있다. ⓒ


급기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나섰다. 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2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파수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이통3사 임원도 모두 참석했지만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주파수 경매 방안 공청회에서 1.8GHz와 2.6GHz 경매 관련 세 가지 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KT는 인접대역인 D블록을 포함해 모든 블록을 경매에 붙이는 3안에 찬성하는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D블록 경매가 빠진 1안(C블록 LG유플러스에 우선권, A/B블록은 KT-SKT 경매)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김희수 KT 상무는 "인접 대역인 D블록을 경매에 내놓지 않는 안은 한정된 주파수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2년 전 주파수 경매 때도 인접 광대역 경쟁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왜 이제 와서 제한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주파수 할당만으로도 기업 경쟁력이 좌우된다면 일부 기업 입장보다 통신시장 전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특정 사업자 고객만 (광대역)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차별 없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KT가 타사 1/10 수준의 투자로 광대역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확보해 2~3년 내에 경쟁사를 제압하려는 전략"이라며 "경쟁환경을 후퇴시키면 이용자에게 독과점 폐해가 이어질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현재 미래부에서 인접대역인 D블록 경매를 전제로 C블록을 SKT에게 주는 대신 SKT가 갖고 있는 2.1GHz대역을 LG유플러스에 넘겨 3사 모두 광대역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4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KT는 찬성하는 반면, SKT와 LG유플러스는 반대하고 있다. 대신 SK텔레콤은 1안대로 하되 인접대역 배분은 KT뿐 아니라 3사 모두 가능한 2016년께로 미루는 안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건 품질보다 가격"

▲ 녹색소비자연대 주최 국회 주파수 활용 방안 토론회가 21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통3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김희수 KT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상무. ⓒ 김시연


이렇듯 이통사의 '주파수 나눠먹기'에 이날 시민단체와 학계 참석자들은 쓴소리를 내놨다.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건 품질보다 가격"이라며 "낮은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주파수 할당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정부의 중장기 주파수 확보 계획인 '광개토플랜'에 참여했던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국내 모바일 트래픽 급증으로 2020년까지 500MHz 이상 추가 주파수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장기적 계획을 갖고 여러 주파수 대역을 한꺼번에 내놓게 되면 사업도 선택의 폭이 넓고 소비자도 싼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사무국장은 "통신3사 입장이 갈리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 억지 주장 등 합리적 토론이 아쉽다"며 "(KT 주장대로) 투자비와 투자기간이 (경쟁사 광대역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면 KT는 인접대역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윤 사무국장은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3사가 똑같이 투자해야 한다면 그게 경쟁인가? 담합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자가) 불리하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게 경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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