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허의 노래를 그리다

뇌경색으로 전신마비지만 나무로 그림 그리는 이목일 화가

등록|2013.05.23 12:06 수정|2013.05.24 08:01

이목일 그는 뇌경색으로 반신불수의 몸이지만 지금은 한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 김학섭


[기사 수정 : 24일 오전 8시]

지난 22일 인사동거리, 수요일이어서 그런지 가끔 외국인 관광객들만 오갈 뿐 한산하기만 합니다. 벌써 한여름을 방불케하듯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반팔 소매를 입고 있습니다. 가로수의 잎들도 짙은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림 전시를 하기에 우연히 들려본 갤러리M. 그곳에서 특별한 화가 한분을 만났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초로의 한 남자. 그가 이목일(62) 화가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고난을 극복하고 기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목일 화가(62)도 그중에 한분이었습니다. 삼 년 전에 급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쓰러져 전신을 못 쓰는 마비가 되었지만 그림만은 포기할 수 없어 한쪽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그는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에게 모진 시련을 이기고 오늘이 있게 한 것은 바로 그림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어려움도 그림에 대한 집념 만은 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혼자 살고 있지만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그림만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 지리산 호랑이, 이 그림은 나무(요지)로 그렸다고 합니다. ⓒ 김학섭


그는 나무(나무젓가락)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누드 그림이나 호랑이 그림은 나무젓가락로 그렸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세중(행위예술가)씨는 '공허의 노래를 그리다'라는 시로 그를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공허속에 피는 전설이 되었나.
천진한 바보그림 속에
원색의 욕망이 타오르다

경계가 없이 튀어나와서
진하게 용동치는
인월당의 생명들을 보아라

그는
쓰러져가면서도 그림 춤을 춘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눈알을 부라린다.
전생에 가슴을 다 빼앗겨서
이생엔
헛가슴일지라도

꺼이꺼이 울부짖으면서
슬픈 아낙의 역사가
화석되어 흐르는
빨래판의 눈물을 울어 주면서

절룩이는 미친 몸으로
공허의 노래를 그린다.

이 사람의 절규를 듣는가.
이 사람아

▲ 은하수 ⓒ 김학섭


미술 평론가 권진상씨는 이목일 작품에는 광기의 카타르시스와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끝없는 그리움과 사랑의 광기는 다다를 수 없는 이데아를 향한 몸짓으로 예술적 카타르스시를 꿈꾸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광기를 넘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면서도 자신만의 예술 의욕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등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운 고향과 가족애 대한 연민은 최근에 찾아낸 조형언어의 기표로 보인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이목일 화가는 1951년생으로 경남함양에서 출생하여 중앙대 예술대학 사양학과, 일본 창형미술학교 판화과, 뉴욕 아트 스튜던트를 거쳐 1977년부터 시작으로 지금까지 30번 이상의 개인정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번 개인전은 인사동 갤러리M에서 22일부터 28일까지라고 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