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저항 할머니의 외침 "이건 개정치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현장, 3일간 13명 주민 다쳐... 정부, 대화 나서야
가파른 산길이다. 젊은 청년들도 오르기 힘든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나무가 베어진 공간이 나온다.
여기는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한전이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124번 철탑 부지이다. 송전철탑을 세우려고 만든 공터 아래쪽에는 굴착기 한대가 서 있고, 햇빛을 겨우 피할만한 그늘막 밑에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21일 밤을 산 위에서 지샜다고 했다. 노인들은 한전이 새벽에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나이든 자기들이 어두운 산길을 오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숙을 하는게 나을 것같아서 밤을 지샜다고 한다. 등이 배기는 맨 땅에 비닐과 담요 몇 장으로 16명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까 전경 1개 소대가 올라 온다. 젊은 전경들도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뻘되는 아이들인데 쟤들도 고생이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21일, 아침에는 할머니 한분이 바로 손주뻘되는 전경에 밀려 쓰러져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게 밀양의 현실이다.
쓰러지는 노인들
다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서 긴급상황이 생겼다는 문자가 왔다. 달려가보니 산위에서 비명이 들리고 온통 아수라장이다. 할머니 4명이 햇빛을 피해 굴착기 옆에 앉아 있는데, 한전 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다고 한다. 참지 못한 할머니들이 알몸으로 저항을 했는데, 모포와 비닐로 둘둘 말아 강제로 끌어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 3명이 실신을 해 구급차로 실려갔고, 마을 이장님도 구급차로 실려갔다. 병원으로 후송된 분들의 나이는 76세, 73세, 78세, 86세다.
경찰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한전직원들이 폭력적으로 할머니들을 끌어내는 것을 수수방관했다고 한다. 분을 참지 못한 주민 한분은 '휘발유 가져와라'라고 하고, 다른 분들은 이를 말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뜨거운 햇볕은 내리 쬐고, 분노와 열기, 긴장으로 인해 멀쩡한 사람도 쓰러질 지경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저녁에 또 문자가 온다. 단장면 바드리 89번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 1명이 한전 시공사 직원 4명과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아침에도 단장면 바드리에서는 2명의 할머니가 굴착기 밑으로 들어가 밧줄을 묶었는데 경찰이 커트칼로 밧줄을 끊고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굴착기에 머리를 부딪히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이 두 분도 병원으로 가셨다.
22일 하루에만 7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부분 60이 넘은 노인들이다. 20,21일에 다친 분들까지 합치면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3일동안 13명의 주민들이 쓰러지고 다쳤다.
지옥이 따로 없다
송전탑 공사현장 한 켠에는 '한전은 주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이렇게 사람이 다쳐나가는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니 이런 기만과 허위가 어디에 있을까?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주민들의 통행을 통제해 한전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한전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가해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기자나 외부사람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 산속에 있는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모르게 하겠다는 태도다.
주민들은 '경찰은 방조범이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를 경비하기 위해 와 있다'라고 말한다. 경찰청장이 주민안전을 위해 경찰을 배치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경찰에 의해 다치거나 욕설을 듣거나 위협적인 일을 당한 사람들이 여럿이다.
새누리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정협의를 해서 공사는 강행하되 주변지역 지원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단다. 주민들은 이 얘기를 듣고 흥분한다.
"우리가 언제 보상 더 해달라고 했나? 우리는 높이 140미터에 달하는 송전철탑과 송전선이 마을과 논밭위를 지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주변지역 지원하겠다는 돈으로 지중화 방안이나 연구하라고 해라."
저녁에 열린 영남루 앞 촛불집회에서는 오늘 알몸으로 저항했던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신다.
"이건 개정치 때문이다"
다른 한분이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서울에 핵발전소 짓고, 송전탑도 지어라. 왜 밀양에서 이러느냐".
부북면, 단장면, 상동면, 산외면. 밀양시 4개면 20개 마을의 나이든 어르신들이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반대해 온 지도 8년이 되었다. 서울에 앉아 있는 고위공무원, 정치인, 언론사 데스크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겪어 왔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중화를 제안했고, 지중화가 어렵다고 하길래 다른 대안도 제안했다. 이런 대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이를 거부했다.
과거에 한전사장이 국회에 나와서 신고리4호기까지는 기존 송전선로로 전기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나 일부 보수언론에서 퍼뜨리는 '밀양 송전탑 반대 때문에 전력대란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올해 연말 완공한다는 신고리3호기까지는 기존선로나 새로 완성한 다른 선로(신양산-동부산, 신울산-신온산 간선 송전선로)를 이용해서 전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농번기에, 그리고 나이든 노인들이 다치고 쓰러지는 속에서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들이 시골노인들을 국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책상에서 결정하는 것에 따르는 통치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통치대상이 저항하는 것은 힘으로 눌러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님비는 누구인가?
밀양 어르신들을 님비(내 주변에 혐오 시설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 현장)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서울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님비세력이다. 그렇게 원전이 좋고 초고압송전탑이 좋으면 정치인, 고위 관료들이 몰려사는 서울 강남에 원전을 지으면 될 일이다. 이 긴 송전선로를 만드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서울 강남에 원전 짓고, 한강물로 냉각수 쓰고, 청와대까지 초고압송전탑을 건설하면 된다. 그러면 시골 노인들에게 이런 고통을 줄 이유가 없다. '내가 사는 곳에는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님비가 아닐까?
현 상황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나이든 노인들이 주로 사는 곳에 경찰기동대 500명을 투입하고 수백명의 한전인력을 동원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 결정을 내리는 데 청와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때면 노인들에게 고개숙이며 표를 달라고 하는 새누리당은 정말 이율배반적인 집단이다. 시골노인들을 이렇게 취급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후레자식들이나 다름 없다. 부모님같은 노인들이 산위에서 노숙을 하고, 손주같은 경찰들에게 밀려 쓰러지고 욕설을 듣게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천하에 몹쓸 자식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해 70,80 넘은 노인들이 분신을 하겠다고 외치는 아비규환을 만드는 이들이 후레자식이 아니면 무엇인가? 작년 1월 이미 한 사람의 노인이 분신을 해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는 이들을 다른 어떤 단어로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공사를 중단하는 것만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다.
밀양의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주민들은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 한전. 이들은 귀를 닫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하루하루가 전쟁터같은 상황이다. 외부의 지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24일 저녁 서울, 부산, 광주, 울산, 대구 등지에서 탈핵희망버스가 밀양으로 출발한다. 다른 날에도 밀양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밀양 너른마당(http://cafe.daum.net/dure-madang) 카페에 들어가보면 된다.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자.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 한전에 항의하자. 온라인과 SNS로 진실을 알리자. 행동하자.
여기는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한전이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124번 철탑 부지이다. 송전철탑을 세우려고 만든 공터 아래쪽에는 굴착기 한대가 서 있고, 햇빛을 겨우 피할만한 그늘막 밑에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21일 밤을 산 위에서 지샜다고 했다. 노인들은 한전이 새벽에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나이든 자기들이 어두운 산길을 오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숙을 하는게 나을 것같아서 밤을 지샜다고 한다. 등이 배기는 맨 땅에 비닐과 담요 몇 장으로 16명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한다.
조금 있으니까 전경 1개 소대가 올라 온다. 젊은 전경들도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는지 지친 표정이다. 할머니들이 '손주뻘되는 아이들인데 쟤들도 고생이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21일, 아침에는 할머니 한분이 바로 손주뻘되는 전경에 밀려 쓰러져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게 밀양의 현실이다.
쓰러지는 노인들
▲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화악산 127철탑 공사장 입구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인 할머니 2명이 옷을 벗고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 가운데 할머니 1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었다. ⓒ 윤성효
다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서 긴급상황이 생겼다는 문자가 왔다. 달려가보니 산위에서 비명이 들리고 온통 아수라장이다. 할머니 4명이 햇빛을 피해 굴착기 옆에 앉아 있는데, 한전 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냈다고 한다. 참지 못한 할머니들이 알몸으로 저항을 했는데, 모포와 비닐로 둘둘 말아 강제로 끌어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 3명이 실신을 해 구급차로 실려갔고, 마을 이장님도 구급차로 실려갔다. 병원으로 후송된 분들의 나이는 76세, 73세, 78세, 86세다.
경찰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한전직원들이 폭력적으로 할머니들을 끌어내는 것을 수수방관했다고 한다. 분을 참지 못한 주민 한분은 '휘발유 가져와라'라고 하고, 다른 분들은 이를 말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뜨거운 햇볕은 내리 쬐고, 분노와 열기, 긴장으로 인해 멀쩡한 사람도 쓰러질 지경이다. 지옥이 따로 없다.
저녁에 또 문자가 온다. 단장면 바드리 89번 송전탑 현장에서 주민 1명이 한전 시공사 직원 4명과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아침에도 단장면 바드리에서는 2명의 할머니가 굴착기 밑으로 들어가 밧줄을 묶었는데 경찰이 커트칼로 밧줄을 끊고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굴착기에 머리를 부딪히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이 두 분도 병원으로 가셨다.
22일 하루에만 7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부분 60이 넘은 노인들이다. 20,21일에 다친 분들까지 합치면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3일동안 13명의 주민들이 쓰러지고 다쳤다.
지옥이 따로 없다
송전탑 공사현장 한 켠에는 '한전은 주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이렇게 사람이 다쳐나가는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니 이런 기만과 허위가 어디에 있을까?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주민들의 통행을 통제해 한전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한전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가해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기자나 외부사람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 산속에 있는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모르게 하겠다는 태도다.
▲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소재 89번 철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배치되어 반대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 윤성효
주민들은 '경찰은 방조범이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를 경비하기 위해 와 있다'라고 말한다. 경찰청장이 주민안전을 위해 경찰을 배치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경찰에 의해 다치거나 욕설을 듣거나 위협적인 일을 당한 사람들이 여럿이다.
새누리당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정협의를 해서 공사는 강행하되 주변지역 지원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단다. 주민들은 이 얘기를 듣고 흥분한다.
"우리가 언제 보상 더 해달라고 했나? 우리는 높이 140미터에 달하는 송전철탑과 송전선이 마을과 논밭위를 지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주변지역 지원하겠다는 돈으로 지중화 방안이나 연구하라고 해라."
저녁에 열린 영남루 앞 촛불집회에서는 오늘 알몸으로 저항했던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신다.
"이건 개정치 때문이다"
다른 한분이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서울에 핵발전소 짓고, 송전탑도 지어라. 왜 밀양에서 이러느냐".
부북면, 단장면, 상동면, 산외면. 밀양시 4개면 20개 마을의 나이든 어르신들이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반대해 온 지도 8년이 되었다. 서울에 앉아 있는 고위공무원, 정치인, 언론사 데스크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겪어 왔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중화를 제안했고, 지중화가 어렵다고 하길래 다른 대안도 제안했다. 이런 대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이를 거부했다.
과거에 한전사장이 국회에 나와서 신고리4호기까지는 기존 송전선로로 전기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나 일부 보수언론에서 퍼뜨리는 '밀양 송전탑 반대 때문에 전력대란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올해 연말 완공한다는 신고리3호기까지는 기존선로나 새로 완성한 다른 선로(신양산-동부산, 신울산-신온산 간선 송전선로)를 이용해서 전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농번기에, 그리고 나이든 노인들이 다치고 쓰러지는 속에서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들이 시골노인들을 국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책상에서 결정하는 것에 따르는 통치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통치대상이 저항하는 것은 힘으로 눌러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님비는 누구인가?
▲ 한국전력공사가 20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화악산에 는 127철탑 공사장 입구에서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이 주민들의 진입을 막기위해 배치되어 있다. ⓒ 윤성효
밀양 어르신들을 님비(내 주변에 혐오 시설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 현장)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서울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님비세력이다. 그렇게 원전이 좋고 초고압송전탑이 좋으면 정치인, 고위 관료들이 몰려사는 서울 강남에 원전을 지으면 될 일이다. 이 긴 송전선로를 만드는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서울 강남에 원전 짓고, 한강물로 냉각수 쓰고, 청와대까지 초고압송전탑을 건설하면 된다. 그러면 시골 노인들에게 이런 고통을 줄 이유가 없다. '내가 사는 곳에는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님비가 아닐까?
현 상황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나이든 노인들이 주로 사는 곳에 경찰기동대 500명을 투입하고 수백명의 한전인력을 동원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 결정을 내리는 데 청와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때면 노인들에게 고개숙이며 표를 달라고 하는 새누리당은 정말 이율배반적인 집단이다. 시골노인들을 이렇게 취급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후레자식들이나 다름 없다. 부모님같은 노인들이 산위에서 노숙을 하고, 손주같은 경찰들에게 밀려 쓰러지고 욕설을 듣게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천하에 몹쓸 자식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해 70,80 넘은 노인들이 분신을 하겠다고 외치는 아비규환을 만드는 이들이 후레자식이 아니면 무엇인가? 작년 1월 이미 한 사람의 노인이 분신을 해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는 이들을 다른 어떤 단어로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공사를 중단하는 것만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다.
밀양의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주민들은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 한전. 이들은 귀를 닫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하루하루가 전쟁터같은 상황이다. 외부의 지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24일 저녁 서울, 부산, 광주, 울산, 대구 등지에서 탈핵희망버스가 밀양으로 출발한다. 다른 날에도 밀양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밀양 너른마당(http://cafe.daum.net/dure-madang) 카페에 들어가보면 된다.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자.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새누리당, 한전에 항의하자. 온라인과 SNS로 진실을 알리자. 행동하자.
덧붙이는 글
필자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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