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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본사 앞에 쌓인 국화꽃..."올해만 네번째 자살"

편의점주 단체, 17일 숨진 편의점주 추모 기자회견

등록|2013.05.23 17:45 수정|2013.05.23 18:31

▲ 17일 숨진 용인의 김 아무개 편의점주를 추모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22일 선릉역 CU 본사 앞에서 열렸다. 참석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국화꽃을 들고 묵념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올해만 네 번째다. 편의점 CU의 가맹점주가 지난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을 쉬고 싶었던 김아무개 점주는 이를 막는 본사 영업사원 앞에서 수면제 수십 알을 삼켰다. 병원에 실려 간 그는 다음날 숨졌다. 올해 1월 거제(CU), 3월 부산(CU)과 용인(세븐일레븐)의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편의점 가맹점주 자살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를 위한 추모 기자회견이 23일 CU의 본사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 건물 앞에서 열렸다. 본사 건물이 있는 선릉역 10번 출구 앞은 1분에도 50여 명의 시민이 오갔다. 20여명의 취재진도 모였다. 지척에 CU만 세 개가 보였다.

건물의 경비 직원은 출입문에 통행금지 구조물을 세웠다. 나머지 하나의 출입문 앞엔 자신이 섰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연신 기자회견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그 앞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전편협) 회원들은 흰 국화꽃을 들고 고개를 숙였다.

추모 기자회견에서 방경수 전편협 회장은 "CU 가맹점주만 3명이 죽었는데도 본사의 회장은 47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게 현실"이라며 "재산도 잃고, 목숨도 잃었는데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홍석조 회장은 당장 나와 사죄하고, 위로하고, 손해배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죽음에 몰린 이에게 출구를"...본사 사망진단서 위조 밝혀져

▲ 기자회견 후 한 참가자가 CU 본사 건물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 소중한


이번에 사망한 김아무개 점주는 본사 영업사원과 폐점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부진에도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억지로 영업을 하다가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전편협은 CU 측에 ▲24시간 강제영업 폐지 ▲중도해지위약금 폐지 ▲시설장비잔존가, 철거비용, 폐점시 반품 문제의 합리적 대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오명석 전편협 사무처장은 "죽음의 행진을 멈추게 하려면 막다른 상황에 몰린 사람에게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시행 전까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과도기적 조치로 위 사항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또 전편협은 연이은 편의점 가맹점주의 자살에도 공식적 사과를 하지 않는 CU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 처장은 "장사가 안 돼 폐점하려는데 억대의 위약금을 요구하고, 몸이 아파 하루를 쉬려는 것조차 못하게 하면서 점주들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본사의 몰염치한 행태가 또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CU 측에서 사망점주의 진단서를 위조하려 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오 처장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사측이 입막음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실제로 본사는 사망한 김아무개 점주의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진단서에는 사망의 원인 중 하나로 '항히스타민제 중독(수면유도제 성분)'이 적혀있는데 본사가 언론사에 공개한 사망진단서엔 이 사항이 누락돼 있다.

'을'살리기비대협·정치권 힘 보태..."죽지 말고 함께 살자"

▲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죽은 편의점주가) 당신들 이웃이 아닌가, 당신 친척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고향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외치고 있다. ⓒ 소중한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전편협 외 다른 단체들도 참석했다. 전날 전국 규모로 출범한 '전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약칭 전국'을'살리기비대협)' 측(관련기사- '슈퍼갑'에 맞설 '을 살리기 공동체' 떴다)은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힘을 실었다.

전국'을'살리기비대협 자문위원인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어제 비대협이 만들어지며 한 첫 번째 호소가 '죽지 말고 함께 살자'다"며 "더 이상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말고 어려움을 갖고 있는 점주들은 즉시 비대협으로 연락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편의점과 일부 판매 품목이 겹치는 문구점 업계에서도 기자회견에 자리했다. 이성원 학습준비물생산유통인협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문구점의 식품판매를 금지해 문구점 운영자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CU 본사 측에서 찾아와 편의점으로의 업종 변경을 권유하더라"며 "본사의 이익만을 생각한 무리한 점포 확장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박창완 진보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이 미리 노력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니 고인과 유가족, 국민에게 죄송할 뿐"이라며 "더 이상 죽지 않고 정당한 일의 대가를 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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