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병 취급수수료 인상 '산넘어 산'

터무니없이 싼 취급수수료... 이번엔 제자리 찾나

등록|2013.05.24 14:30 수정|2013.05.24 14:30

▲ 노동력에 비해 공병 취급수수료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 유통업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 중기청 옴부즈만


지난 수 십 년간 10원 대에 머물렀던 공병 취급 수수료가 대폭 상승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각 분야에 걸쳐 불고 있는 규제개혁 바람이 공병 취급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 초부터 한국용기순환협회를 비롯해 주류와 음료 등 공병을 취급하는 단체들을 참가시킨 가운데 마라톤 회의를 갖고, 취급 수수료 인상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소주 기준으로 16원인 공병 취급 수수료가 인건비와 유류대, 물류비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골목슈퍼를 돌며 수거한 공병을 회사별, 크기별, 종류별로 분류하는데 드는 인건비와 또 이것을 제조사 앞마당까지 갖다 주는 데 드는 기름값과 운송비에 비해, 현재의 취급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 물가 인상에도 턱없이 부족한 취급 수수료를 현실적으로 29원까지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도 29원으로 상향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해 관련 단체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수료 인상에 민감한 용기협회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공병 취급 수수료 인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있다. 바로 지난 2007년, 공병의 회수 및 재사용 촉진을 목적으로 환경부 산하에 설립된 한국용기순환협회(이하 용기협회)의 입김 때문이다.  

실제로 용기협회는 지난 2009년에 있었던 공병 취급 수수료 인상 과정에서도, 그 당시 13원이던 수수료를 23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반대의사를 강하게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병 취급 의무가 있는 유통업체로선 용기협회가 눈에 가시나 다름없었다.

그 결과, 2003년 '빈용기 취급수수료' 제도가 도입된 이래 7년만인 2010년, 13원이던 취급 수수료는 16원으로 소폭 인상됐으며, 도·소매업자 간 수수료 지급비율도 '50:50'에서 '45:55'로 조정됐다. 즉 소매점은 병당 6.5원에서 8.8원으로 35%, 도매점은 병당 6.5원에서 7.2원으로 10.7%의 수수료 인상효과를 얻게 됐다.

지급비율 조정 당시에도 처음에는 40:60으로 했다가,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45:50으로 재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와 용기협회의 이 같은 번복에 대해, 2009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하 체인조합) 김승훈 이사는 "40:60으로 조정할 경우, 비록 수수료는 올랐지만 도매점의 병당 수수료는 오히려 줄어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싸우다시피 해 45:50으로 재조정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이사는 "45:50으로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자, 환경부의 모 과장은 '이렇게 하면 재미없어'라는 말까지 내뱉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 과장은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용기협회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의 거의 모든 주류와 음료 제조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손봉수 하이트진로 생산총괄 사장이 협회장을 겸하고 있다.    

용기협회의 내사람 심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당 29원까지 올려주겠다는 환경부의 약속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유통 관계자들은 체념했다.   

전국 동네슈퍼에 주류를 공급하는 체인조합도 용기협회가 공병 취급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입장을 강하게 제기했던 이유도 태생부터 잘못된 협회의 조직구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통업에서 잔뼈가 굵은 김모씨도 "음료와 주류 제조사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용기협회장을 꿰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제조사 사람들로 구성됐는데, 과연 이들이 공병 취급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쉽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며 "용기협회의 현 조직 구성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상급기관인 환경부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공병 취급수수료의 적정선을 병당 32원으로 주장하고 있다 ⓒ 중기청 옴부즈만


제조사 앉아서 비용절감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년 간 수백 억 원이 넘는 공병 취급 수수료가 발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명하게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주류의 경우 출하와 동시에 공병 취급 수수료가 발생되며, 이는 오롯이 제조사들의 몫이다. 하지만 병당 약 150원에 가까운 원가가 발생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조사 입장에선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도매점들이 병당 7.2원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것에 비한다면, 제조사들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앉아서 130원을 버는 셈이다. 게다가 10번이 넘게 재활용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빈용기 취급수수료'는 분명 대기업을 위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지난 2010년 수수료 인상 당시 병당 3원이 올랐지만, 주류 제조사는 모두 100억8000만 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료 지급 '제멋대로'

도매업자들은 공병 회수 시 소매점에게 8.8원의 수수료를 지불하지만, 제조사 앞마당까지 배송해주었음에도 정작 자신들이 챙겨야 할 7.2원에 대해선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 공병 회수 시스템이다. 우는 애기 젖을 주듯, 짧게는 두 달부터 길게는 반년까지 제조사들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한다는 게 도매업자들의 주장이다.

공병 취급 수수료에 대한 제조사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수금이 있는 경우 수수료를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며, 제조사들이 직접 도매업소로 찾아와 공병을 회수해갈 경우엔 일정 금액을 떼고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2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