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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이민자 차별에 닷새째 폭동 '비상'

경찰 폭행하고 차량과 상가 방화... 차별과 빈부격차에 이민자 불만

등록|2013.05.25 09:34 수정|2013.05.25 09:35

▲ 스웨덴에서 일어난 이민자의 폭동 사태를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스웨덴에서 이민자 수백 명이 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폭행하는 사태가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25일(한국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북서쪽의 허스비에서 폭동이 닷새째 계속되면서 경찰 7명이 부상을 당하고 차량 50여 대와 상가 건물 등이 불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3일 허스비의 한 아파트에서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69세 남성을 경찰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부득이하게 총을 쐈다고 해명했지만 과잉 진압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민자로 추정되고 있다. 허스비는 전체 주민 1만2천여 명의 80%가량이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건너온 이민자로 이뤄져 있다.

또한 경찰이 이번 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대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면서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이 평소에도 이민자들에게 '원숭이', '쥐', '니그로' 등의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지난 2010년에도 이민자 밀집 지력인 린케비에서 100여 명의 젊은 이민자들이 이틀간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차량을 불태우는 등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스웨덴이 평등? 이민자 사회 불만 폭발

이번 사태는 단순히 경찰의 과잉 진압을 넘어 그동안 스웨덴 이민자 계층이 높은 실업률과 차별, 빈부격차 등을 겪으며 쌓였던 박탈감이 폭발한 것이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웨덴은 950만 인구 가운데 15% 정도가 외국 이민자다.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일자리를 바라보고 건너온 개발도상국 출신이 대부분이다. 스웨덴의 이민자 인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작년에도 4만4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웨덴의 복지정책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유럽 경제위기 탓에 일자리가 줄어들자 이민자의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이는 결국 빈부격차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스웨덴 야권은 지난 2006년부터 중도 우파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가 집권하면서 세율을 낮추고 복지정책을 줄이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레인펠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의 빈부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자신이 취임하기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라며 "스웨덴의 자유로운 이민자 정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BBC는 스웨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스웨덴의 이민자 고등교육 이수자 실업률은 12.5%로 스웨덴 출신의 고등교육 이수자 실업률 3.5%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스웨덴의 불평등 지수는 지난 25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스웨덴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스톡홀름 교외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결성한 단체 '메가포넨'의 퀘나 소루코 대표는 "스웨덴은 겉으로 보는 것만큼 평등하지 않다"며 "이민자들이 직업을 구할 때 이름과 외모, 거주지 때문에 차별당하는 것을 매일 볼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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