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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이후 삶, 해답은 김형률의 삶과 운동"

원폭2세환우 김형률의 삶 일본에 알리는 아오야기 준이치씨

등록|2013.05.31 19:35 수정|2013.05.31 19:35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를 살아가는 일본 사회에 한국인 원폭2세환우 고 김형률씨의 삶을 소개하는 책 발간을 준비 중인 아오야기 준이치씨가 김형률 8주기 추모제를 맞아 지난 25일 부산을 방문했다.

센다이에서 일본 내 한국자료실이자 한일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코리아문고'를 운영하는 번역가인 아오야기씨는 백낙청의 <2013년 체제만들기>를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서도 일본어로 번역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그가 사는 센다이시도 큰 피해를 입었다.

25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김형률 추모제에 참석한 아오야기씨는 "후쿠시마 사고 후 2년을 살면서 일본 사회에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이 원자폭탄 피폭2세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고 그 후 3년 동안 활발한 운동을 펼치며 온 힘을 다해 삶을 불태웠던 김형률의 생애와 그 활동의 의의를 일본사회, 특히 후쿠시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형률 8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아오야기 준이치씨. ⓒ 전은옥


아오야기씨는 2002년 3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의 아들로, 선천적인 희귀질환을 앓으며 고통받고 있음을 공개선언한 고 김형률씨의 '커밍아웃'에 대하여 "인권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원폭 2세 피해자였던 김형률은 인권운동가로서 다시 태어났다며, 그의 삶과 사상이 후쿠시마 이후를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와 울림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책은 김형률씨가 생전에 남긴 글을 번역해서 수록함과 더불어 김형률씨의 생애와 활동의 의의를 저자가 직접 집필하고, 김씨의 연보 그리고 김씨의 활동이 이끌어낸 성과였던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 요약본과 현재 19대 국회에 제출된 원폭피해자 지원법안 내용 등을 부록으로 실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달 다시 한국을 방문하여 관계자 인터뷰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7월 말까지는 원고를 완성하여 올해 안에는 정식으로 출판을 할 계획이라 한다. 책의 집필에는 그의 부인인 아오야기 유코씨도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자폭탄의 피해에 대하여 중심적으로 다룰 생각인데, 이 책이 원폭 피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또 그것을 넘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김형률씨의 삶과 운동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오야기씨는 김형률씨는 자기 자신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서 인권이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3년간 열심히 활동했다면서, 그것이 지금의 한국과 일본 사회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의 일본, 아베 정권의 일본 사회에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책을 쓰고 출판하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서도 인권선언이라고 말한다. 

아오야기씨는 2001년 1월 부산에서 열린 구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미불금 재판에 참석했다가 먼저 말을 걸어온 김형률씨를 처음 만났고, 이후 부산에서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여 김형률씨의 운동을 지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통과되면 일본의 피폭2세뿐 아니라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한국의 특별법 제정운동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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