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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일자리 창출부터" VS 민주 "을의 눈물부터"

막 오르는 6월 임시국회... 갑을논란·경제민주화 둘러싼 입법전쟁 예고

등록|2013.05.26 18:06 수정|2013.05.26 18:06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내달 3일부터 6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 최경환·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지도부는 2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회동을 하고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을 합의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자 및 본회의 횟수 등을 제외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포인트는 분명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오는 7월 2일까지 30일 간 열릴 임시국회의 초점을 '민생 입법'으로 맞췄다.

"상대를 상처를 내고 벼랑으로 몰아서 반사이익을 보려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더 잘하기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더 큰 믿음과 성과를 제공하는 국회가 되자(전병헌)", "일하는 국회, 성과 있는 국회 해서 국회 운영의 새로운 롤모델을 하자(최경환)" 등 덕담과 의지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결'은 약간 달랐다. 전 원내대표는 "6월 국회는 특별히,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최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는 특히 경제나 일자리 문제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국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프레임 싸움이 본격화된 셈이다.

민주당은 최근 남양유업 등 대기업본사의 대리점 횡포 문제로 불거진 '갑을(甲乙)논란'을 놓고 '을을 위한 정당'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문제를 놓고 '99%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강조했던 것과 같은 취지다.

반면, 새누리당은 '갑을 논란'에 대해 '갑을 상생'으로 맞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의 '99% 정당론'을 두고 1%와 99%를 편 가르는 분열적 사고로 비판했던 것과 같은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이를 겨냥해 100% 국민대통합을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또 새누리당은 최근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란 당협 현수막을 곳곳에 내거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의 '을을 위한 정당' 슬로건이 곧 경제민주화의 다른 표현임을 감안한다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와 상충되지 않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 내건 새누리, 일자리 창출해 갑을상생?

▲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이 같은 여야의 다른 접근법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들의 모두발언에서 잘 드러났다. 먼저 발언에 나선 전병헌 원내대표는 "고통 속에서 많은 분들이 눈물 흘리다 못해 목숨도 잃는 심각한 사태가 있다"며 "6월 국회가 끝나면 을의 눈물을 닦은 손수건들이 치워지고, 을의 눈물이 미소로 바꾸는 성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사정이나 여러가지 안보상황이나 그런 것이 정말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6월 국회를 맞이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6월 국회에서는 특히 경제나 일자리 문제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창조경제 활성화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문제라든지 경제민주화 등을 통한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 정치쇄신 아젠다 중 여야 공감대 이루는 부분을 우선 처리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을의 문제'를 강조했던 전 원내대표와 달리,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에 먼저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입장은 김기현 정책위의장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다 분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1년 간 정책위가 중점적으로 하고자 하는 목표는 먼저 일자리 창출"이라며 당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창조경제·일자리창출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6월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정책위 목표 1순위에 둔다고 했는데 '을 지키기'에 나선 민주당과 가치적으로 충돌할 것 같다"는 지적에는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하고 불공정한 관계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면서도 "을을 지키지 않는다, 지킨다 프레임은 옳지 않고 과도하다"고 말했다.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통상임금제'나 기업 부당행위로 인한 한 명의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도 모두 배상받는 '집단소송제' 등 '갑을 논란'의 현안 문제들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현재 최근 지주회사 산하 손자회사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유도하는 '외국인투자 촉진법'을 발의한 데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법'도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김 정책위의장이 밝혔던 '창조경제·일자리 창출 TF'에도 ICT 관련 전문가들을 다수 참여시키려고 하는 중이다.

'을을 위한 정당' 내건 민주당, 약속 강조하며 파상공세

▲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장병완 정책위의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반면, 민주당은 '을을 지키는 법(을지로법)' 등을 내세우며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입법 과제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6월 국회에서는 4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대기' 중이다. ▲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안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 및 이용 법안(이하 FIU법) 등 3개 법안은 양당 전임 원내대표가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른 법안들도 산적해 있다. 민주당 '을지키기·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 하도급 공정화 관련법 ▲ 주택임대차 및 상가임대차 보호법 ▲ 채권자 및 금융소비자 관련법(공정추심법·이자제한법·불공정대출제한법·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을지키기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6월 국회 처리 대상으로 명시했다.

전 원내대표의 공약인 3대 민생 청문회(가계부채·가습기·가맹점)과 3개 특위(남북평화특위·지속가능발전특위·개헌특위),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등에 대한 개최 여부도 여야 간 이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은 새누리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확대고위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전임 원내대표가 합의한 80여 개와 다 처리하지 못한 모든 입법을 6월 국회에서 완성시켜야 한다"며 '약속'을 강조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6월 국회가 민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입법 성과를 내자는 여야 간 공감대가 있었고 모두 동의했다"며 "여야가 서로 약간 (입장에) 차이는 있지만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경제민주화 이행에 대한 '못 박기'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청와대에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국회 문제는 국회 내에서 결론내는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상임위나 특별위원회에서 도출된 결론에 대해서는 청와대든 제3의 기관에서 개입해 번복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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