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인간의 흥망성쇠, 임진강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너와 나 사이의 비무장지대⑤] 녹색순례 5일차... 임진강, 눈물로 흐르는 강

등록|2013.05.27 14:45 수정|2013.06.14 10:12
인도의 생태철학자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는 세계 강대국의 핵 정책을 몸으로 항의하면서, 인도에서부터 미국까지 2년 반 동안 걸어서 순례를 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 정신을 계승해 1998년부터 녹색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비무장지대'로 발걸음을 옮겨 한국전쟁의 참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원도 철원을 시작으로 남북 긴장의 역사인 서해 5도의 최북단 백령도까지, 정전협정 60년의 역사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순례는 5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9박 10일간 진행됩니다. [편집자말]

▲ 장남교를 건너면 파주로 진입합니다! ⓒ 녹색연합


오늘(26일) 녹색순례단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아미2리에서 장남면 원당리까지 임진강 둑길을 걸었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안고 흐르는 임진강을 바라보며 걷고 있자니 이성복 시인의 시 '강'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 수풀 사이를 헤치며 둑길을 걸었습니다 ⓒ 녹색연합


'임진강'하면 판문점, 임진각, 통일전망대, 땅굴 등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듯 임진강은 전쟁, 분단, 대립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 위치로 인해 임진강 자체가 사람의 통행을 가로막는 민통선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임진강의 길이는 254㎞이고 유역 면적은 8118㎢로서 전체 유역 면적 중 남한 지역이 약 3008㎢, 북한지역이 510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임진강 본류는 북 강원도 두류산에서 발원하여 비무장지대를 관통하여 남향하다가, 한탄강을 만나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한강과 합류합니다.

임진강은 주변이 야트막한 구릉지대와 비옥한 평야지대로 이루어져 있고, 나루나 여울이 많아서 지금처럼 육상 교통의 비중이 크지 않던 시절에 중북부내륙을 이동하는 중요한 수상 통로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지형적 조건 탓에 삼국시대부터 임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국경을 확장하기 위한 각축전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 상태가 되자,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하류를 포함하여 유역면적이 130만㎢에 달하는 광활한 한강하구 지역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물자와 사람을 실어 나르며 인간사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을 강물은 반세기 넘게 적막한 상황에 아랑곳없이 유유히 흐르기만 합니다. 

▲ 굽이치는 임진강 ⓒ 녹색연합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 제1조 5항에 의하면 한강하구 지역은 남북공동수역으로 민간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규정과 다르게 현실은 남북 대치상황으로 인해 한강하구 지역에 접근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남북화해교류의 분위기속에서 10·4남북정상회담(2007)을 통해 한강하구지역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후 MB정부의 MD(미사일방어체제) 공조, PSI(테러 및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 참여 및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숲속에서 바라본 임진강의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 녹색연합


분쟁 속에서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임진강은 하천 하구에 둑, 배수갑문 같은 인위적인 시설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수역(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으로 하천 원형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리적 여건상 종 다양성이 높은 철새도래지입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독수리, 큰기러기, 두루미, 재두루미, 흰꼬리수리와 각종 맹금류가 해마다 찾고 있습니다. 더불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금개구리, 삵 등의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빼어난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가진 임진강 하구가 개발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재 접경지역특별법에 따른 개발계획과 골재채취, 하도준설계획 등 10여 개의 개발계획이 입안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보호지역임을 명문화하여 난개발을 막지 않으면 임진강 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잃게 될텐데, 2010년부터 환경부가 추진하는 임진강 하구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국토교통부의 반대와 진행상의 문제로 여전히 지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2007년~2009년 진행한 '비무장지대 일원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연구'에서 30개소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가치 있는 지역임이 판명되어 2010년 8월 수립된 '비무장지대 일원 보호지역 지정계획'에 따라 보호구역을 지정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천위의 섬'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초평도 등을 핵심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이해 관계자, 주민, 지자체,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 주민, 국토교통부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환경부는 초평도, 장단반도, 문산천 하구를 제외한 나머지 임진강 하구 수면유역만 지정하고 추후 동의를 얻어 보호구역을 확장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06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김포시 일부를 포함하지 않은 채 보호구역을 지정한 후 보호구역을 확장하겠다고 하였으나 현재까지도 보호구역이 확장되지 않았고, 보호구역에서 제외된 철새도래지 지역은 이미 택지로 개발되어 버렸습니다.

▲ 녹색순례 참가자가 걸으면서 생각 할 것을 적은 개인 깃발입니다. 평화의 길이 곧 우리의 길이겠지요? ⓒ 녹색연합


임진강은 단순히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진행되었던 분쟁의 역사와 유적도 지니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점에서의 보호·보전 뿐 아니라 임진강 유역의 수많은 유적들까지 함께 보전하고 그것들을 엮어내어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에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강폭이 넓어졌다-좁아졌다. 흘러가는 게 본인의 몫인 냥 묵묵히, 그리고 자유롭게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와 서해로 합류하는 임진강을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강바람과 상쾌함이 몸을 관통합니다. 강바람이 불 때 마다 낮게 보아야 보이는 풀들이 흔들려 잠시 쉬다가라고 속삭입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수많은 분쟁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이야기 하며 흘러갑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신수연 녹색연합 활동가 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