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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원전, 이번에는 시험성적서 위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불량 부품 장착

등록|2013.05.28 14:58 수정|2013.05.28 15:07

▲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설치되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치된 제어케이블에 대한 안전성 분석 결과, 원전사고 발생시에 제어케이블의 성능이 확보될 수 없다고 평가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지냉각계통 흡입라인 격리밸브 제어용 케이블(신월성 2호기)과 안전등급 케이블 전선관 및 단자박스(신고리 1호기). ⓒ 원안위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원전에 버젓이 납품돼 설치까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이하 원안위)는 28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동 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발전을 정지한 후 부품 교체에 들어간다. 지난 4월부터 계획예방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도 불량 부품 발견으로 정비기간을 연장해 교체를 추진한다.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신고리 2호기는 당초 5월 31일부터, 신월성 1호기는 6월 12일부터 계획예방정비가 예정되어 있었다. 또 불량부품 설치를 함께 확인한 신월성 2호기는 현재 운영허가 심사단계인 만큼 운영허가 전까지 제어케이블 교체에 나선다.

문제가 된 케이블은 원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신호를 보내는 안전설비이다. 원안위는 이번에 발견한 제어케이블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핵연료 냉각 및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 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치명적 사고에서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퍼지지 못하도록 막는 핵심 안전설비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 이하의 부품이 원자로냉각재계통과 안전주입계통, 정지냉각계통,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 1차기기 냉각수계통, 격납건물계통 등 발전소 내 주요 설비에 설치되었지만 제보 전까지는 원안위와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문제를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전 비리 관련 검찰 수사 재검토 해야"

원안위가 밝힌 조사자료를 살펴보면 원안위 측이 부품 위조 제보를 접수한 때는 지난 4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를 통해 원안위는 지난 16일부터 조사에 착수해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제어케이블이 납품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3·4호기의 부품에서도 시험성적서가 일부 위조된 사실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수원 등은 또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의 검증이 허술했다는 비판도 피해나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험성적서의 위조는 해외 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국내 시험기관이 위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해당 부품이 필요한 압력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자 시험그래프를 수정했고, 이후 결과까지 조작해 마치 부품이 시험에 합격한 것인양 보고서를 위조했다.

또 시험성적서는 총 12개의 시편을 시험해 3개만 합격이 됐는데도 합격한 2개 시편과 실패한 1개 시편의 결과만을 제출해 정상부품으로 나타나있다. 규정대로라면 모든 시편이 성능시험에 합격해야 했지만 실패한 시편은 실패의 원인을 시험과정상의 문제로 돌리며 검증을 피해나갔다.

이같이 거듭되고 있는 원전의 안전 문제에 반핵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그간 원전 불량부품 납품에 대한 검찰 등의 수사가 일단락된 것처럼 나왔지만 아직 원전 비리의 뿌리가 남아있다는 것이 나타났다"며 "(원안위 등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수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는 만큼 지난 검찰 수사 등을 재검토해서 허점을 밝혀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원안위는 "제어케이블의 교체와 성능시험 과정에서 원전 소재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지역주민·민간 전문가 등의 참여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과 같은 유사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병행하여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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